앤트로픽·릴리가 지목한 '이 회사'…AI신약붐에 주가 7배

앤트로픽·릴리가 지목한 '이 회사'…AI신약붐에 주가 7배

반준환 선임기자(부장)
2026.10.0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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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의 미국 스몰캡(41)]DNA 공장이라 불리는 찍어내는 트위스트에 AI업체 러브콜 이어져

[편집자주]  숫자 뒤 스토리를 읽어야 진짜 투자가 보입니다. 한국주식도 미국 스몰캡 생태계를 알면 α를 낼 수 있습니다. 기술의 언어를 투자의 언어로 풀어내는 전문기자와 글로벌 특화분석 원리서치의 투자 나침반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반보(半步)만 앞서면 남들이 모르는 길이 보일겁니다. 난해한 기술주 투자, 이제 쉽고 재미있게 즐겨보세요.

최근 산업 전반에 AI(인공지능) 활용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마케팅 분석 뿐 아니라 신제품 개발과 특허기술 시뮬레이션까지 이제는 AI를 쓰지 않는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제약, 바이오 분야에서도 AI의 침투율이 가파르다. 신약 후보물질을 찾고, 효과검증을 설계하는 속도는 이미 사람을 크게 앞질렀다. 컴퓨터 안에서는 하루에도 수천 개의 항체와 단백질 설계도가 나온다.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불가능한 영역도 있다. 항체, 단백질 설계도를 만들어도 이걸 실제 약물로 만들어보려면 현실의 실험실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인공지능이 만들어준 설계도대로 DNA를 합성하고, 세포에 넣어 단백질을 만든 뒤 치료표적에 달라붙는지 실험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생각지 못했던 인공지능의 미비점과 오류도 검증된다.

제약, 바이오 신약개발은 수많은 돌발변수를 거쳐야 하는데, 인공지능에는 없는 것들이 많다. 때문에 최근 제약, 바이오 업체들은 인공지능의 신약 설계능력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현장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실제 변수들을 데이터화하는데 주력하는 중이다. 실험실에서 실제로 측정한 데이터가 쌓일수록 다음 설계의 적중률이 올라간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하나 둘 부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월가 투자자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곳 중 하나가 트위스트바이오사이언스(Twist Bioscience, 이하 트위스트)다.

/사진=트위스트 홈페이지 캡쳐
/사진=트위스트 홈페이지 캡쳐

앤트로픽도 릴리도…트위스트에 쏟아지는 관심

최근 두 달 사이 트위스트에 시장의 관심이 몰린 것은 두 건의 발표 때문이다. 지난 8월 18일 AI 기업 앤트로픽은 자사 AI 모델로 15개 표적 세포에 달라붙는 단백질 1320개를 설계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354개가 14개 표적에서 실제 결합에 성공했다. 설계 적중률은 22.6~26.7%로 업계 통상 10~15%라는 수준을 웃돌았다.

앤트로픽은 이 설계를 실물로 만들어 검증한 외부 기관 두 곳 가운데 하나로 트위스트를 선정했고 이날 트위스트 주가는 22.6% 뛰었다. 9월 16일에는 일라이릴리가 자체 AI 신약 개발 플랫폼 튠랩(TuneLab)에 학습 데이터를 공급하는 우선 항체 데이터 공급사로 트위스트를 택했다고 밝혔다. 이런 이벤트가 겹치며 주가는 1년 전 28.14달러에서 지난 30일 193.24달러(26만2000원, 환율 1355원 기준)로 6.9배가 됐다. 지난해 11월 실적 발표 직후 기록한 52주 최저가 23.30달러와 비교하면 8.3배다. 시가총액은 128억달러(17조3600억원) 가량이다.

트위스트는 합성 DNA를 만들어 파는 회사다. 합성 DNA는 연구자가 원하는 유전자 서열을 주문하면 화학 반응으로 그대로 만들어 주는 제품으로, 신약 개발과 진단, 효소 개량 등 바이오 연구 전반에 쓰인다. 트위스트의 가장 큰 경쟁력은 이 DNA를 만드는 방식에 있다.

기존 업체들은 1950년대부터 쓰인 96웰 플레이트에서 DNA를 만든다. 스마트폰 두 대 크기의 플라스틱 판에 작은 시험관 96개가 박혀 있고, 한 칸에서 DNA 한 가닥씩을 합성하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트위스트는 반도체를 만들 때처럼 실리콘 칩 위에 미세한 반응 구멍을 촘촘히 새겼다. 대형 휴대폰만 한 칩 한 장에서 최대 500염기 길이의 DNA 가닥 100만 개 이상을 동시에 합성한다. 반응이 작아진 만큼 유전자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화학물질을 기존 방식보다 99.8% 줄였다고 회사는 연례보고서에서 밝혔다. 오류율은 유전자 조각 기준 7500염기에 1개 수준이다.

같은 칩 기술은 암 진단에도 쓰인다. 환자 혈액이나 조직에서 암 관련 유전자만 골라내려면 그 유전자에 달라붙는 미끼 DNA(프로브)가 필요하다. 트위스트는 수십만 종의 프로브를 고르게 만들 수 있어 불필요한 분석을 줄이고 염기서열 분석 비용을 낮춰준다. 혈액 한 번으로 암을 찾는 액체생검과 수술 후 남은 암세포를 추적하는 검사 업체들이 트위스트 제품을 쓰는 이유다. 이 NGS 제품이 2025회계연도 매출의 55%를 차지했다.

고객이 트위스트를 찾는 첫째 이유는 가격이다. 상장 당시인 2018년 경쟁사들은 유전자를 염기쌍당 0.15~2.00달러에 팔았는데 트위스트의 표준 가격은 0.09달러(122원)였다. 트위스트가 경쟁 DNA 업체 네 곳에 제품을 납품했을 정도로 원가 경쟁력이 뛰어났다. 둘째는 속도다. 2023년 11월 내놓은 익스프레스 유전자는 영업일 5일 만에 완성품을 보내준다. 회사는 최근 3년 사이 제조원가를 60%, 폐기물을 70% 줄였고 납기는 73%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셋째는 규모다. 지난 3분기(4~6월) 한 분기에만 유전자 36만9000개를 출하했다. 1년 전보다 56% 늘어난 물량이다.

유전자 합성에 그치지 않고 항체 단백질을 직접 만들어 성능 데이터까지 측정해 주는 것도 강점이다. 고객은 서열만 보내면 실물과 데이터를 함께 받는다. 경영진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런 일괄 서비스가 AI 신약 고객에게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에밀리 르프루스트 CEO(최고경영자)는 릴리와의 계약을 발표하면서 "AI 모델이 내놓는 결과의 질은 학습에 쓰인 데이터의 질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일정한 품질로 뽑아낼 수 있는 규모가 곧 경쟁력이라는 뜻이다.

고객층은 넓게 퍼져 있다. 2025회계연도(2024년10월~2025년9월) 고객은 3800곳이 넘었고 매출의 99%가 재구매 고객에게서 나왔다.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단일 고객은 없다. 바이엘, 베링거인겔하임, 다케다, 아스텔라스, 오노약품 등이 항체 발굴 파트너다. 한국에서도 트위스트를 찾는 업체들이 많다.

경쟁 구도는 만만치 않지만 트위스트는 승산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합성 DNA 시장에서는 중국 젠스크립트, 다나허 계열 IDT, 써모피셔 계열 진아트, 유로핀스 등과 경쟁한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시료 준비 제품에서는 일루미나, 애질런트, 로슈가 맞수다. 항체 발굴 분야에서는 앱셀레라와 아디맙이 경쟁사로 꼽힌다. 대부분 트위스트보다 덩치가 크고 역사가 길다. 회사는 NGS 시장에서 자사가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을 60억달러(8조1300억원), DNA 합성·단백질 시장을 70억달러(9조49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리콘 칩 위에서 DNA 100만 가닥 합성→값싸고 빠른 유전자 공장

/사진=트위스트 홈페이지 캡쳐
/사진=트위스트 홈페이지 캡쳐

트위스트는 2013년 2월 세 명의 공동창업자가 세운 기업이다. 세 사람이 처음부터 한 회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프랑스 리옹 산업화학학교를 나와 미국 휴스턴대에서 유기화학 박사를 받은 르프루스트는 2000년부터 계측장비 업체 애질런트에서 DNA 합성 연구개발을 맡았다. 빌 배니아이와 빌 펙은 유전체 분석 업체 컴플리트지노믹스에서 각각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과 유체시스템 책임자로 일했다.

배니아이와 펙은 컴플리트지노믹스에서 일하던 2011년부터 기술 아이디어를 다듬었다. 기존 96웰 플레이트와 같은 면적에서 9600배 많은 DNA를 만들고, 가장 비싼 시약 사용량은 100만분의 1로 줄이는 것이 목표였다. 르프루스트는 2021년 미국 바이오 전문지 GEN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차고에서 트위스트의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고 소개했다.

두 사람이 회사 안에서 이 기술을 키우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컴플리트지노믹스는 2012년 2분기 매출 870만달러(118억원)에 순손실 1880만달러(255억원)를 낼 만큼 경영난이 심했다. 그해 6월 매각을 포함한 전략 검토에 들어가면서 55명을 감원했고, 9월에는 중국 BGI에 1억1760만달러(1593억원)에 회사를 넘기기로 했다. 매각은 2013년 3월 마무리됐는데 펙은 2월, 배니아이는 3월 회사를 떠났다. 회사가 중국 기업에 넘어가는 시점에 맞춰 독립을 택한 셈이다.

르프루스트의 사정은 달랐다. 그는 애질런트에서 2001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인사평가 상위 10%에 들었다. 2006년부터 직접 기획한 유전자 분석용 시료 준비 제품 슈어셀렉트를 2009년 출시해 유전체 사업부의 대표 제품으로 키웠다. 지금 트위스트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NGS 제품과 같은 분야다. 그러나 이후 애질런트에서 르푸스트의 입지는 좁아졌고 회사는 유전자 합성 벤처기업 젠나인(Gen9)에 2100만달러(285억원)를 투자했다. 유전자 합성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외부 투자로 해결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후 르프루스트는 회사를 나왔고 펙과 배니아이와 함께 60만달러(8억원)를 모아 회사를 시작했다. 이후 이들은 본격적으로 DNA 합성에 관한 연구에 착수한다. DNA는 생명체의 설계도다. 사람의 세포 하나하나에는 약 30억 글자 분량의 DNA가 들어 있는데, 쓰이는 글자는 A, T, G, C 네 가지뿐이다. 컴퓨터가 0과 1 두 숫자로 모든 프로그램을 짜듯 생명체는 네 글자의 배열만으로 몸을 만드는 방법을 기록해 둔다. 이 가운데 특정 단백질 하나를 만드는 방법이 적힌 구간을 유전자라고 한다. 유전자가 요리법이라면 단백질은 그 요리법대로 만든 음식이다. 근육과 머리카락도, 음식을 소화하는 효소도, 병균과 싸우는 항체도 모두 단백질이다.

중요한 것은 세포가 누구의 설계도든 가리지 않고 읽는다는 점이다. 사람의 인슐린 유전자를 대장균이나 효모에 넣으면 그 미생물이 사람 인슐린을 만들어 낸다. 당뇨병 환자가 맞는 인슐린은 1980년대부터 이런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원하는 설계도를 세포에 넣어 원하는 물질을 만들게 하는 것이 바이오 산업의 기본 원리다.

DNA를 다루는 기술은 크게 읽기와 쓰기로 나뉜다. 읽기는 이미 있는 DNA의 글자 배열을 알아내는 일로, 유전자 검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쓰기는 반대로 사람이 원하는 글자 배열을 실물 DNA로 만들어 내는 일이다. 이것이 DNA 합성이고 트위스트의 본업이다. 연구자가 인터넷으로 글자 배열을 주문하면 트위스트는 그 배열대로 만든 DNA를 보내 준다.

DNA를 싸고 빠르게 찍어낼 수 있으면 실험의 횟수가 달라진다. 바이오 연구는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암세포에 달라붙는 항체를 찾으려면 조금씩 다른 설계도를 수천, 수만 개 만들어 하나씩 시험해 봐야 한다. 유전자 하나가 비싸고 받는 데 오래 걸리던 시절에는 후보 몇 개만 골라 시험할 수밖에 없었다. 값이 내려가고 납기가 짧아지면 같은 예산과 시간으로 시험할 수 있는 후보가 그만큼 늘어난다.

/사진=트위스트 홈페이지 캡쳐
/사진=트위스트 홈페이지 캡쳐

쓰임새도 넓다. 제약사는 합성 DNA로 항체 신약 후보를 만든다. 진단업체는 암 관련 유전자만 골라내는 미끼 DNA를 만들어 혈액 한 번으로 암을 찾는 검사에 쓴다. 지난 분기에는 콩고민주공화국 연구진이 트위스트의 바이러스 검사 제품으로 기존 PCR 검사가 놓친 희귀 에볼라 변종을 찾아냈다. 화학·소재 기업은 미생물에 설계도를 넣어 거미줄 섬유, 나일론, 고무, 향료, 식품 첨가물을 만든다. 농업에서는 가뭄에 강하거나 비타민이 더 든 작물을 개발하는 데 쓰인다. 미국 신흥바이오기술 국가안보위원회가 합성 DNA를 여러 산업 공급망의 급소로 지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합성생물학은 2030~2040년 2조~4조달러(2710조~54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험관 96개짜리 판에서 유전자 1개→실리콘 칩 한 장에서 수천 개

문제는 DNA를 만드는 일이 오랫동안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는 점이다. DNA 합성은 구슬을 실에 꿰듯 글자를 하나씩 순서대로 이어 붙이는 화학 반응이다. 바닥에 첫 글자를 고정한 뒤 다음 글자에 해당하는 약품을 넣어 붙이고, 씻어 내고, 다시 다음 글자를 붙이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1982년 발표된 이 방식은 지금도 업계 표준이다.

기존 업체들은 이 반응을 96웰 플레이트에서 한다. 스마트폰 두 대 크기의 플라스틱 판에 작은 시험관 96개가 박혀 있는 실험 도구다. 시험관 한 칸에 약품을 부으면 그 안에 있는 모든 DNA 가닥에 똑같은 글자가 붙는다. 그래서 한 칸에서는 한 가지 배열만 만들 수 있고, 다른 배열을 만들려면 다른 칸이 필요하다.

여기에 길이의 한계가 겹친다. 글자를 붙일 때마다 오류가 조금씩 쌓이기 때문에 한 번에 이어 붙일 수 있는 길이는 200자 안팎이다. 유전자 하나는 보통 1000자가 넘는다. 결국 짧은 조각 100개가량을 따로 만든 뒤 이어 붙여야 유전자 하나가 완성된다. 96칸짜리 판 하나를 통째로 써야 유전자 하나가 나온다는 뜻이다. 칸이 커서 비싼 약품이 많이 들고,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이 만들어져 대부분 버려진다. 조각을 이어 붙인 뒤에는 오류 없는 완성품을 골라 세균에 넣어 복제하는데, 이 과정에만 영업일 기준 10일가량이 걸린다. 주문이 100개 들어오면 판 100개를 돌려야 하는 구조여서 물량이 늘어도 단가가 잘 내려가지 않았다.

반면 세 사람이 창업한 트위스트는 반응이 일어나는 판을 바꾸는 연구에 주력했다. 플라스틱 판 대신 실리콘 칩을 쓰고, 반도체를 만들 때처럼 칩 표면에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반응 자리를 촘촘히 새겼다. 트위스트가 뉴욕증시 상장 당시 공개한 칩에는 유전자 하나를 만드는 구역이 6144개 있고, 구역마다 반응 자리가 121개씩 들어 있다. 반응 자리 하나가 기존 방식의 시험관 한 칸 역할을 한다. 기존 판 하나 넓이에서 유전자 하나 대신 수천 개를 동시에 만드는 셈이다. 지금은 휴대폰만 한 칩 한 장에서 DNA 가닥 100만 개 이상을 합성한다.

자리가 이렇게 작으면 배관을 일일이 연결할 수 없다. 대신 잉크젯 프린터가 종이 위 정해진 지점에 미세한 잉크입자를 쏘듯, 각 자리에 그 차례에 붙일 글자의 약품을 극소량씩 쏘아 넣는다. 화학반응 뿐 아니라 미세한 구조를 깎고 액체 방울을 정밀하게 다루는 반도체·유체 장비 기술이 결합해야 가능한 일이다. 화학자인 르프루스트와 장비 엔지니어인 배니아이, 펙이 한 팀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효과는 원가에서 나타났다. 반응 자리가 작아지면서 가장 비싼 약품의 사용량이 100만분의 1로 줄었다. 유전자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화학물질 전체로 보면 99.8%가 줄었다. 2018년 경쟁사들이 유전자를 글자당 0.15~2.00달러에 팔 때 트위스트는 0.09달러(122원)를 받았다. 1000자짜리 유전자 하나가 90달러(12만원)인 셈이다. 주문이 늘어도 칩의 빈 구역을 채우면 되기 때문에 물량이 많을수록 단가가 더 내려간다. 반도체 공장이 가동률이 오를수록 원가가 낮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트위스트는 지난 분기 유전자 36만9000개를 출하했고, 급한 주문은 영업일 5일 만에 보내 준다.

트위스트 설립초기에는 기술을 확보하고 나서도 고객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컸다. 르프루스트가 근무했던 애질런트에서 소송을 걸기도 했다. 애질런트는 2016년 2월 낸 소송에서 르프루스트가 퇴사 1년여 전인 2012년 2월 이전부터 몰래 창업을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20년 넘게 수천만달러를 들여 개발한 DNA 합성 기술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길어진 소송에 지친 트위스트는 2020년2월 애질런트에 2250만달러(305억원)를 주고 합의해 소송을 끝냈다.

여기에 트위스트 기술에 대한 의구심도 컸다. 보수적인 제약, 바이오 분야에 혁신적인 생산기술을 도입했다는 논리가 잘 먹히지 않았다. 첫 매출이 창업 3년 만인 2016년 4월에야 나온 이유다. 트위스트의 기술이 실험실 밖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처음 보여준 고객은 미국 보스턴의 긴코바이오웍스다. 긴코는 미생물을 주문 제작하는 회사다. 예로써 향료 회사가 장미 향 성분을 싸게 만들고 싶다고 하면, 그 성분을 만들어 내는 효모를 설계해 넘겨주는 식이다. 향료, 화장품, 식품, 농업 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이 사업은 DNA가 많이 든다. 어떤 설계도를 넣어야 미생물이 원하는 물질을 잘 만드는지는 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그래서 긴코는 조금씩 다른 설계도를 대량으로 만들어 자동화 설비에서 하나씩 시험한다. 과제 하나에 유전자 수천 개가 들어가는 구조여서 합성 DNA가 곧 원재료다. 긴코는 2015년 트위스트의 시범 생산 단계부터 제품을 받아 써 본 뒤, 그해 11월 1년간 최소 1억 염기쌍을 사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세계 합성 DNA 시장의 1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제이슨 켈리 긴코 CEO는 이만한 양과 품질의 DNA를 합리적인 비용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AI가 만드는 제약, 바이오 신약…효능을 테스트용 DNA 생산공장이 수혜
/사진=트위스트 홈페이지 캡쳐
/사진=트위스트 홈페이지 캡쳐

계약 조건도 두 회사의 사정에 맞았다. 트위스트가 단가를 낮출수록 긴코가 구매량을 훨씬 더 늘리는 구조였다. 칩 방식은 물량이 찰수록 원가가 내려가므로, 긴코의 주문이 늘면 트위스트는 값을 더 낮출 수 있었다. 긴코는 2016년 6월 첫 몇 달간 수백만 염기를 제때, 규격대로 받았다며 주문을 3억 염기쌍으로 세 배 늘렸다. 2018년 3월에는 4년간 최대 13억 염기쌍을 공급받는 계약으로 다시 키웠다.

이후 트위스트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워싱턴대의 DNA 데이터 저장 연구에도 DNA를 공급하며 이름을 알렸다. 싼값에 빠르게 유전자를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자 고객사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고객 수는 2016회계연도 97곳에서 이듬해 286곳으로 늘었고, 2017회계연도 4분기 유전자 출하량은 3만8000개로 1년 전의 5배가 됐다. 2018년 10월 주당 14달러에 나스닥에 상장해 7000만달러(948억원)를 조달했다.

상장 후 트위스트는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바이오 투자 열풍을 타고 주가는 2021년 1월 214.07달러까지 올랐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2022년 11월 공매도 업체 스콜피언캐피털이 가격 덤핑으로 고객을 끌어모은다는 보고서를 내자 주가가 급락했다. 이후 적자가 이어지자 회사는 2023년 5월 전체 인력의 25%인 270명을 줄였고, 주가는 그 무렵 11.46달러까지 떨어졌다. 고점 대비 95% 가까이 빠진 것이다.

이 때만 해도 트위스트의 생존이 불투명해 보였으나 비용 구조를 바꾸면서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중복된 생산 라인을 오리건주 윌슨빌 공장으로 모으고 내부 신약 개발 과제는 대부분 접었다. 2025년 5월에는 DNA 데이터 저장 사업을 떼어 아틀라스데이터스토리지로 분사했다. 비용을 줄이는 동안에도 영업 조직은 대부분 지켰는데 이게 큰 보탬이 됐다.

최근 주목되는 현상은 AI 신약 개발 붐이 오자 치료제 부문 주문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AI가 설계한 후보는 실물로 만들어 시험해야 하는데, 트위스트는 대량 생산 설비와 영업망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 감원 때 영업 조직을 지킨 것이 보탬이 된 셈이다.

2026회계연도 3분기(2026년4~6월) 트위스트 매출은 1억1840만달러(1604억원)로 1년 전보다 23% 늘었다. 14분기 연속 증가이자 사상 최대다. 매출총이익률은 52.8%였다. 사업부문별로는 DNA 합성·단백질 부문이 5660만달러(767억원)로 39% 늘며 매출의 48%를 차지했고, NGS 부문은 6180만달러(837억원)로 12% 늘어 52%였다. 고객 산업별로는 진단 37%, 치료제 34%, 학계·정부 13% 순이다. 이 가운데 AI 신약 수요가 몰린 치료제 매출이 4040만달러(547억원)로 49% 늘어 가장 빠르게 커졌다. 지역별로는 2025회계연도 기준 미주 60%, 유럽·중동 33%, 아시아 7%다.

부담스러운 주가상승, 11월 발표되는 4분기 실적이 관건

연도별 매출은 2023회계연도 2억4510만달러(3321억원), 2024회계연도 3억1300만달러(4241억원), 2025회계연도 3억7660만달러로 해마다 20~28% 늘었다. 회사는 올해 연간 매출 전망을 지난해 11월 4억2500만~4억3500만달러로 제시한 뒤 상향을 거듭해 지금은 4억5600만~4억5700만달러(6179억~6192억원)다. 전년보다 21% 늘어나는 규모다. 9월로 끝나는 4분기에는 조정 EBITDA(상각전영업이익)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진은 AI 신약 관련 주문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세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첫 투자자의 날에서는 2031년까지 자체 성장만으로 매출을 두 배 이상 늘리고, 장기적으로 매출총이익률 60% 이상을 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인력은 2025년 9월 말 기준 979명이다. 생산 412명, 영업·고객지원 278명, 관리 198명, 연구개발 91명으로 연구 인력보다 생산과 영업 인력이 훨씬 많다. 기초 기술 개발보다 공정 자동화와 대량 생산으로 원가를 낮추는 데 무게를 둔 회사라는 점이 인력 구성에서 드러난다. 창업자인 르프루스트가 13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2020년 미국 바이오협회(BIO)가 산업 바이오 분야 여성 리더에게 주는 로절린드프랭클린상을 받았다. 경영진에서는 2018년 영업 담당 부사장이었던 패트릭 핀이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다.

연구개발비는 2022회계연도 1억2030만달러(1630억원)에서 2025회계연도 8030만달러(1088억원)로 줄었는데도 매출은 같은 기간 2억360만달러에서 3억7660만달러(5103억원)로 85% 늘었다. 비용을 줄이면서도 성장을 지켜낸 셈이다.

월가 평가는 엇갈린다. 중장기 전망이 좋은 만큼 매수의견을 제시한 애널리스트들이 다수이지만, 현재 주가가 너무 빨리 올랐다는 점에서 매도의견을 낸 이들도 소수 있다. 현재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평균 목표주가는 105.73달러(14만3000원)로 현재 주가는 이보다 45% 가량 높은 상태다.

AI 신약개발 붐을 타고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아직 적자 기업이라는 점도 들여다 볼 대목이다. 올해 1~3분기 순손실은 1억960만달러(1485억원)였다. 주가가 오르자 회사는 8월 주당 96달러에 3억달러(407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해 3억2710만달러(4432억원)를 조달하기도 했다. 2억달러(2710억원) 규모의 수시 주식매각(ATM) 한도도 남아 있다. 추가 증자에 따른 지분 희석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주가 방향을 가를 첫 관문은 11월로 예상되는 2026회계연도 4분기(7~9월) 실적 발표다. 조정 EBITDA 손익분기점을 실제로 달성했는지, 2027회계연도 매출 전망이 AI 신약 수요를 얼마나 반영하는지가 관건이다.

◇트위스트바이오사이언스 주요 연혁

2013년 2월

에밀리 르프루스트, 빌 배니아이, 빌 펙 공동 창업

2016년 2월

애질런트, 영업비밀 침해 소송 제기

2016년 4월

합성 DNA 첫 매출 발생

2018년 10월

나스닥 상장, 공모가 14달러

2020년 2월

애질런트와 2250만달러에 소송 합의

2021년 1월

주가 214.07달러로 역대 최고

2022년 11월

스콜피언캐피털 공매도 보고서, 하루 20% 급락

2023년 5월

인력 25% 감축, 주가 11.46달러로 역대 최저

2025년 5월

DNA 데이터 저장 사업 아틀라스데이터스토리지로 분사

2026년 8월

앤트로픽 AI 단백질 설계 검증기관 선정, 유상증자

2026년 9월

일라이릴리 AI 신약 플랫폼 튠랩의 우선 항체 데이터 공급사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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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 선임기자(부장)

머니투데이 증권 전문기자로 2002년부터 2만여건의 기사를 작성해왔습니다. 투자 나침반이 되겠습니다. 복잡한 시장을 간결하고 명확한 투자의 언어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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