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농업의 큰 변화는 때로 아주 작은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한 그릇의 밥, 한 알의 씨앗, 농부의 한마디, 연구자의 오랜 기다림 속에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농업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농담(農談)'은 그런 이야기들을 찾아 사람과 농업, 정책과 삶을 잇는 공간입니다. 작은 농업의 이야기를 담아, 더 큰 농업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농업의 큰 변화는 때로 아주 작은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한 그릇의 밥, 한 알의 씨앗, 농부의 한마디, 연구자의 오랜 기다림 속에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농업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농담(農談)'은 그런 이야기들을 찾아 사람과 농업, 정책과 삶을 잇는 공간입니다. 작은 농업의 이야기를 담아, 더 큰 농업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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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콩을 두고 정부와 가공현장의 온도차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시장에 공급되는 콩의 '총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반면 중소 두부업체들은 당장 공장을 돌릴 수입콩이 부족하다며 생산 중단까지 우려하고 있다. 어느 한쪽의 계산이 틀린 것일까. 1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두부업계의 주장을 살펴보면 이번 논란의 본질은 단순한 콩 부족에 있지 않다. 정부가 쌀 대신 콩 생산을 적극적으로 늘린 뒤 수입콩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종의 '전환비용'에 가깝다. 농식품부는 최근 중소 두부업계의 '수입콩 대란' 우려가 확산되자 설명자료를 내고 올해 가공용 식용대두 수입량이 평년보다 약 3만톤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수입콩 감소분을 그대로 방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수입콩을 사용하던 가공업체들이 국산콩으로 원료를 전환할 수 있도록 국산 비축콩 2만1000톤을 할인 공급하고 정부가 보유한 수입콩 재고 1만3000톤도 추가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3만톤의 수입 감소분에 3만4000톤을 추가로 공급하는 셈이다.
12년 전 농협은 유통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하나로마트 사업을 떼어냈다. 전문성과 신속성을 높이고 구매와 마케팅을 통합해야 급변하는 유통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게 당시 명분이었다. 그 후 12년이 흐른 지금 농협은 다시 '효율화'를 이야기하며 하나로유통을 합치기로 했다. 분리할 때도 '효율화', 다시 합칠 때도 명분은 '효율화'다. 농협경제지주가 경영난에 빠진 농협하나로유통을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2015년 출범한 하나로유통의 12년 실험이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11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는 이달 말 이사회를 열어 하나로유통 흡수합병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1월 1일자로 하나로유통 법인은 소멸하고 인력과 자산, 사업은 경제지주로 넘어간다. 합병 이후 하나로유통이 직접 운영하던 하나로마트를 농협유통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경제지주는 상품 구매·공급과 사업전략 등 본부 기능을 맡고, 실제 점포 영업은 농협유통으로 일원화하는 그림이다. ◇"전문회사 필요하다"…야심차게 출범했던 하나로유통 시간을 2015년으로 되돌려보면 이번 결정의 의미는 더욱 선명해진다.
공공기관에도 기억이 있다. 처음 간판을 달던 날이 있고, 조직이 커지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 순간이 있다. 지방으로 터전을 옮기고,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때로는 낯선 길을 먼저 걸어야 했던 시간도 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그 시간 한복판에는 '홍영호'라는 이름이 있다. 2009년. 지금의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농촌진흥청에서 20년 넘게 기획과 조직, 인사 업무를 맡아온 홍영호는 설립추진단 기획팀장으로 합류했다. 말 그대로 기관의 '첫 설계도'를 그리던 시절이다. 농촌진흥청과 연구기관에서 만들어진 농업 연구개발 성과를 연구실에 머물게 하지 않고 산업과 농업현장으로 옮기는 것. 기술을 사업으로 만들고,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장과 연결하는 것. 지금은 익숙해진 농진원의 역할이지만 당시에는 하나하나 길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출범 준비부터 함께했던 그가 17년 뒤 농진원 부원장으로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10일 홍영호 신임 부원장이 취임했다고 밝혔다.
"이제 퇴직까지 딱 10개월 남았다.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 홍승범 농업연구관이 최근 자신의 글을 시작하며 적은 첫 문장이다. '곰팡이 박사'를 줄인 '곰박'을 필명으로 써온 그는 지난 32년 동안 농업미생물은행(KACC)과 함께했다. 이름조차 낯선 곰팡이를 들여다보고, 분류하고,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이 그의 연구 인생이었다. 그런 그가 연구 인생의 끝자락에서 꺼내든 이야기는 의외로 '다윈의 진화론'이었다. 평생 곰팡이를 바라본 그에게 다윈은 160여 년 전의 생물학자가 아니었다. 논과 밭, 그리고 미생물은행의 작은 보존용기 속에서 여전히 생명력을 이어가는 '살아있는 유산'이었다. 홍 연구관은 '벼키다리병균(Fusarium fujikuroi)'을 예로 들었다. 벼키다리병에 걸린 벼는 이름 그대로 비정상적으로 키만 웃자란다. 일본에서는 '바보 모'를 뜻하는 '바카나에(馬鹿苗)'병이라고 부른다. 병원균이 식물 생장호르몬인 지베렐린을 만들어 벼를 지나치게 자라게 한 뒤 결국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를 떠났던 고위 관료들이 산하기관 수장으로 속속 돌아오고 있다. 지난 3월 박수진 전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이 제13대 축산물품질평가원장으로 취임한 데 이어 1일에는 김정희 전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이 제11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장으로 복귀했다. 두 사람 모두 여성으로, 농식품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다. 박 원장은 행정고시 40회로 공직에 들어와 식량정책관, 농업정책국장, 식량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지난 3월 축평원장에 취임한 뒤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축산유통 혁신을 전면에 내걸었다. 김 본부장 행시 38회 출신으로 박 원장의 '선배'다. 농식품부 정책기획관과 유통소비정책관, 농업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대통령실 농해수비서관, 식량정책실장 등을 거쳤다. 2023년 7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을 맡았고, 1일부터 3년 임기의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장에 취임했다. 방역지원본부가 2003년 특수법인으로 설립된 이후 처음 맞는 상임 기관장이기도 하다.
"거기를 왜 가지?" 농림축산식품부 안팎에서 김정희 전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의 새 거취를 놓고 나온 반응이다. 김 전 본부장이 1일 제11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농식품부가 지난달 31일 인사를 발표하자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의 이력을 생각하면 고개를 갸웃할 만도 하다. 김 본부장은 농식품부에서 '맏언니'로 통한다. 1995년 행정고시 38회로 공직에 들어온 뒤 첫 여성 사무관, 첫 여성 과장, 첫 여성 국장에 이어 2021년에는 농식품부 역사상 첫 여성 1급 공무원에 올랐다. 기획조정실장과 대통령실 농해수비서관을 거쳐 식품산업정책실장, 식량정책실장을 지냈고, 2023년 7월에는 여성 최초 농림축산검역본부장에 임명됐다. 경력의 무게만 놓고 보면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장은 다소 낯선 선택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동·식물 검역과 가축질병 방역, 동물용 의약품 관리 등을 총괄하는 농식품부 소속기관이다. 반면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농식품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농장 현장에서 가축질병 예찰과 방역, 축산물 위생관리 등을 수행한다.
밥 한 공기를 짓는 데 걸리는 시간은 채 한 시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밥 한 공기에 오를 새로운 쌀 품종 하나를 만드는 데는 때로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 농촌진흥청의 구내식당 밥상이 조금 특별해졌다. 매달 하나의 쌀 품종을 정해 한 달 동안 밥을 짓고, 그 품종을 개발한 연구자를 식탁의 주인공으로 초대하는 새로운 시도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첫 주자는 8월의 쌀 '미호'다. '미호'는 쌀 미(米)에 좋을 호(好), 말 그대로 '모두가 좋아하는 쌀'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초기 특성검정이 이뤄진 청주지역 미호천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미호천 유역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소로리 볍씨'가 발견된 곳이라는 점이다. 한 품종의 이름 안에 우리 벼농사의 오랜 시간이 겹쳐 있는 셈이다. 미호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11년이 걸렸다. 중간 정도의 찰기를 가진 쌀로 찹쌀을 섞지 않아도 부드럽고 찰진 식감을 내며, 따로 불리지 않고 바로 밥을 지어도 맛이 좋다는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