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축평원장 이어 김정희 방역지원본부장까지 잇단 복귀
-정책경험·소통은 강점…기관 독립성·내부 인재 성장엔 숙제

농림축산식품부를 떠났던 고위 관료들이 산하기관 수장으로 속속 돌아오고 있다.
지난 3월 박수진 전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이 제13대 축산물품질평가원장으로 취임한 데 이어 1일에는 김정희 전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이 제11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장으로 복귀했다.
두 사람 모두 여성으로, 농식품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다.
박 원장은 행정고시 40회로 공직에 들어와 식량정책관, 농업정책국장, 식량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지난 3월 축평원장에 취임한 뒤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축산유통 혁신을 전면에 내걸었다.
김 본부장 행시 38회 출신으로 박 원장의 '선배'다. 농식품부 정책기획관과 유통소비정책관, 농업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대통령실 농해수비서관, 식량정책실장 등을 거쳤다.
2023년 7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을 맡았고, 1일부터 3년 임기의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장에 취임했다. 방역지원본부가 2003년 특수법인으로 설립된 이후 처음 맞는 상임 기관장이기도 하다.
이들의 복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선 농정 전반에 대한 이해와 경험은 분명한 자산이다. 농식품부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예산과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누구보다 잘 안다.
산하기관 입장에서는 기관의 현안을 정부 정책과 연결하고 필요한 예산과 제도 개선을 끌어내는 데 이런 경험이 큰 힘이 될 수 있다.
특히 김 본부장의 경우, 검역본부장을 지내며 가축질병 방역과 검역정책을 총괄했다는 점에서 현장 집행기관인 방역지원본부와 업무 연계성이 높다.
그는 취임과 함께 AX(인공지능 전환), 드론·AI를 활용한 예찰 시스템 도입 등을 내걸었다.
박 원장도 취임 이후 축평원이 보유한 방대한 축산 데이터를 AI와 결합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AI 품질평가, 빅데이터 기반 농가 맞춤형 분석 등 기관의 기존 업무에 자신의 정책 경험을 접목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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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검증된 관료의 귀환'이라는 평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도 있다.
농식품부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이 잇따라 산하기관장으로 이동할 경우, 자칫 산하기관장 자리가 퇴직 관료들의 '다음 자리'로 인식될 수 있어서다.
기관에서 오랫동안 전문성을 쌓아온 내부 인재들에게 기관장으로 성장할 길이 사실상 막혀 있다는 박탈감을 줄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잇단 관료 출신 기관장 인사가 산하기관의 독립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무부처와 소통이 원활하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지만, 산하기관장이 해야 할 일은 정부 정책을 충실히 집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현장의 어려움을 들고 주무부처를 설득하고, 필요하다면 쓴소리도 해야 한다.
특히 농식품부 출신 기관장이라면 자신이 몸담았던 부처의 시각에서 벗어나 이제는 기관과 현장의 입장에서 정부 정책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농식품부 사람'이 아니라 '축평원 사람', '방역지원본부 사람'으로 얼마나 빨리 변신할 수 있느냐가 평가의 기준이 돼야 하는 이유다.
결국 이들에 대한 평가는 '출신'보다 앞으로 보여줄 성과에 달려 있다.
박 원장이 축산물 유통과 데이터 혁신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김 본부장이 첫 상임 기관장으로서 방역지원본부의 위상과 현장 방역체계를 얼마나 끌어올릴지가 중요하다.
풍부한 행정 경험을 가진 관료가 현장 기관에서 제2의 역할을 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오히려 그 경험이 기관 발전으로 이어진다면 '전문성의 귀환'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반대로 과거의 직함과 인맥에 기대 기관장 임기만 채운다면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만간 공모에 들어갈 한국농수산대 총장, 농업정책보험금융원 원장 등 다른 자리도 마찬가지다.
돌아온 관료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이 왜 그 자리에 왔는지를 성과로 증명하는 일이다. 좋은 인재의 재활용인지, 익숙한 사람들의 자리 순환인지는 결국 앞으로의 3년이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