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품귀에 글로벌 CEO들 잇단 불만·우려…9대 CSP, 내년 투자액 60% 이상 메모리에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품귀 현상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대형 기업들조차 수급 부담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가격이 오르더라도 제품 생산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이들 기업이 사실상 '을'의 입지에 놓였다는 평가다. 반면 삼성전자(211,500원 ▼6,500 -2.98%)와 SK하이닉스(1,223,000원 ▼54,000 -4.23%) 등 국내 메모리 제조사들의 가격 협상력은 한층 강화되는 모습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최근 메모리 가격에 불만을 드러낸 배경에는 공급 부족에 따른 비용 부담이 자리잡고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의 생산 확대 가능성을 부각시켜 기존 메모리 제조사들의 가격 협상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머스크 CEO는 최근 X(엑스)를 통해 중국의 메모리 공급 능력이 2028년을 기점으로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 마이크론을 제외한 다른 메모리 기업들의 가격 정책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구체적인 기업명은 거론하지 않았으나 '메모리 3사'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테슬라가 차세대 AI칩의 메모리 용량을 축소한 것도 공급 부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이달 초 'AI5'의 램(RAM) 용량을 기존 144GB(기가바이트)에서 96GB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AI6' 역시 216GB에서 144GB로 축소하기로 했다. 칩당 메모리 탑재량을 줄여 생산에 필요한 전체 물량을 낮추려는 조치다. 머스크 CEO는 당시 메모리 용량을 하향 조정한 이유에 대해 "옵티머스(테슬라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에 필요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생산능력을 집중하는 AI 서버용 제품도 공급 부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생산을 늘려도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마이클 델 델 CEO는 최근 메모리 공급난에 대해 "향후 4년간 메모리 공급 부족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AI 서버 생산과 납품 과정에서 메모리 수급이 핵심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서버 수요가 충분하더라도 메모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납품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9대 CSP(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바이트댄스,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의 내년 설비투자(CAPEX) 규모는 1조5310억달러(약 2065조128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60% 이상이 메모리 관련 지출에 할당될 것으로 예상된다. CSP들의 메모리 확보 경쟁이 거세지는 만큼 제조사들의 공급 확대에도 수급 불균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용 메모리 수급난은 더욱 심각하다. 제조사들이 AI 서버용 제품에 생산을 집중하면서 애플조차 메모리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에 직면했다. 존 터너스 애플 CEO는 최근 "메모리 부문의 제약은 절대적인 위기"라며 중국산 메모리 도입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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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메모리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계약 가격이 각각 전 분기 대비 10~15%, 15~20%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고객사들이 메모리 공급 물량을 상당 부분 확보한 만큼 테슬라처럼 신규 수요가 늘어나는 기업들은 물량 확보가 더 어려울 수 있다"며 "지금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필요한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메모리 제조사들이 협상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