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반등에도…종로 귀금속거리 침체는 여전
전문가 "금은방 업주가 사기…소비자 신뢰에 치명적"

"그나마 오던 손님도 끊겼어요. 규모가 너무 큰 사기였잖아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귀금속거리. 종로3가역 앞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50대 남성 이모씨는 지난 6월 발생한 '종로 금은방 사기' 사건이후의 상황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금값 하락으로 가뜩이나 손님이 줄어든 상황에 대규모 사기 사건까지 터지면서 상권 분위기가 더 가라앉았다고 했다.
이날 찾은 귀금속거리에서는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은 듯 보였다. 금은방 22곳이 입점한 한 귀금속상가에는 손님이 2팀뿐이었다. 일부 상인이 창가에 앉아 길을 지나는 행인들에 손짓하며 호객했지만 발길을 멈추고 상가로 들어서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상가 안쪽 상인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손님을 기다렸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금(99.99_1㎏) 시세는 전날인 20일 1g당 20만16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29일 1g당 26만9810원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25%가량 낮은 수준이다.
다만 지난달 30일 올해 최저가인 1g당 18만5990원을 기록한 이후에는 반등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고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이어지면서 국제 금값이 오른 영향이다.
금값 반등에도 귀금속거리 상인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이씨는 "올해 금값이 고점에서 내려오면서 손님이 줄었다"며 "이 정도 반등으로는 손님이 다시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거래가 많아지듯 금도 가격이 올라야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많아진다"고 했다.
종로에서 20년 동안 금은방을 운영했다는 50대 여성 김모는 "금값이 높았을 때보다 손님이 확실히 줄었다"며 "특히 커플링을 사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은방 업주도 "오더라도 가격만 묻고 가는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상인들은 지난 6월 발생한 대규모 금은방 사기도 상권 침체에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0일 종로 금은방 업주 A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A씨는 고객과 지인에게 "금을 맡기면 배당금을 주겠다"고 속이는 등의 수법으로 146명에게서 150억원이 넘는 금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사기 피의자가 금은방 업주라는 점이 상권 전체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금은방 업주가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다른 상인들도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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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스스로 거래 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물 금은 가치가 크고 신원 확인 절차 없이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해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며 "사기 범죄는 폐쇄회로(CC)TV 등으로 예방하기 어려운 만큼 소비자도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