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세와 탈세 사이의 경계는 생각보다 모호하다. 올해 대법원이 선고한 취득세 부과처분 취소 판결(2025두34929)은 그 경계에 관한 이야기다.
갑(甲)은 자신의 부동산을 배우자 을(乙)에게 신탁하는 관리신탁계약을 체결한 후 그 위탁자 지위를 소액의 대금만 받고 자녀 병(丙)에게 넘겼다. 병은 위탁자 지위 승계에 따른 취득세를 납부했는데 과세관청이 병이 지급한 대금을 부동산 취득가액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시가를 기준으로 취득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병은 신탁계약이 애당초 무효라고 주장하며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은 신탁계약의 실질이다. 계약서에는 분명 '관리신탁'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수탁자 을에게는 신탁재산을 관리하거나 처분할 권한이 사실상 없었다. 을은 단순히 등기부상 명의만을 취하도록 설계되어 있었으며 신탁 보수조차 받지 않았다. 반면 최초 위탁자 갑은 언제든지 위탁자 지위를 회복해 신탁재산을 자유롭게 회수하고 매도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 상품은 종합부동산세·재산세 절감을 목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홍보되고 있었다.
대법원은 신탁법상 신탁의 본질을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반해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 재산을 이전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해 그 재산의 관리·처분·운용·개발 등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수탁자는 단순한 명의인이 아니다. 수탁자는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의무의 귀속 주체로서 신탁목적 달성을 위해 실질적인 관리·처분 권한을 가져야 한다. 물론 신탁계약의 내용으로 그 권한을 일부 제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사실상 수탁자가 신탁재산에 관한 모든 관리·처분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는 신탁의 본질에 반한다.
대법원은 해당 신탁이 그 선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소유권의 명의만이 이전되었을 뿐 관리·처분의 권한과 의무가 수탁자에게 적극적·배타적으로 부여되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해당 신탁은 신탁법상 신탁이 아니라 명의신탁에 해당하고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했다. 신탁계약 자체가 애초부터 무효이기에 위탁자 지위 이전에 따른 취득세 부과처분은 취소되어야 하므로 취득세 불복 소송은 병이 승소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갑은 당초 회피하려던 종합부동산세 등을 가산세까지 포함해 다시 납부하게 될 것이며 부동산실명법상의 제재도 문제 될 위험이 있다.
신탁의 형식을 빌린 조세회피는 통하지 않는다. 관리신탁이라는 명칭만으로 법률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수탁자에게 소유권만을 넘기고 실질적 지배권은 위탁자가 그대로 쥐는 구조는 명의신탁으로 평가되어 무효가 될 수 있다. 절세를 목적으로 한 부동산 신탁 상품을 이용하는 납세자라면 수탁자에게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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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는 납세자의 권리다. 그러나 법이 마련한 제도의 형식을 빌려 실질을 우회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절세가 아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법률이 정한 제도는 그 목적과 본질에 맞게 활용될 때만 보호받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세 부담을 줄이려는 납세자에게 이번 판결은 의미 있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김용택 변호사는 2003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조세 관련 쟁송과 자문이 주요 업무 분야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관련 사건 외에도 해외자산 관련 상속세·자본거래, 가업승계 관련 증여세·지방세 환급 및 추징·대기업 조세 포탈 관련 사건 등을 수행했다. 한국세법학회와 한국신탁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