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정치의 과잉, 구멍난 안전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국회(정기회) 제10차 본회의에서 산업재해 예방을 골자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산안법)이 통과되고 있다. 2026.10.01.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2311163915581_1.jpg)
서울 송파구 장모 살해 및 아내 납치 사건 이후 가정폭력 가해자 전자감독 강화 요구가 거세다.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가 범행 전 법원 접근금지 조치를 9차례나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가정폭력 가해자들에게 미리 전자발찌를 부착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거란 주장이다. 해당 법안은 이미 여야에서 발의된 상태다. 그런데 아직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관련 법안은 양부남-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이만희-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안 등 총 4건이 발의돼 소관 상임위 절차 등을 거치고 있다. 국민 안전 대책 법안 통과와 시행 지연으로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관련 입법 전반으로 시선을 넓혀 보면 이런 상황이 더 뚜렷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기준 22대 국회 발의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은 총 33건이다. 기존 접근 금지 조치를 강화하거나 고위험 가해자 격리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모두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16건은 심사단계, 17건은 접수단계다.
대형 참사나 강력범죄 이후 정치권이 재발방지 대책을 만드는 건 익숙한 패턴이다. 최근 20여년 간 적잖은 사건사고와 함께 입법이 추진됐다. 실제 법률로 만들어진 사례도 적잖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권이 재난 대응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게 가장 대표적 사례다. 세월호특별법 등 이른바 '세월호 3법'은 참사 200여일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재난안전 업무를 총괄하는 국민안전처가 신설된 것도 이 때였다.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정치권은 재발방지 입법에 나섰다. 주최자가 불분명한 지역축제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재난안전법 개정안이 2023년 12월 통과됐다.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특별법도 여야 갈등 속에 2024년 5월 최종 국회 문턱을 넘었다.
2022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은 범죄 대응 매뉴얼을 바꾼 계기가 됐다. 이듬해 국회는 스토킹처벌법을 개정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반의사불벌 조항을 폐지했다. 가해자 위치추적장치 부착 근거도 마련했다.
실질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사례들은 불안감을 키운다.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발의된 수해예방과 재난대응 법안 10건 중 4건은 통과됐지만 6건은 폐기됐다. 관련 국정조사는 2025년에야 실시됐다. 2024년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후속조치도 아쉽다. 화재예방법과 재난안전법 등 개정안이 여전히 상임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형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늦은 입법에 대한 지적이 되풀이된다. 그만큼 범죄 예방을 위한 위치추적이나 격리 등의 강제조치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느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모든 법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사고가 모두 예방됐을거라 단정할 수는 없으며, 처벌 강화에 따른 다른 부작용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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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런 우려들까지도 제도 도입과 현장 작동 점검,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예방대책 마련 등 보다 적극적인 행정과 정책으로 불식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더 힘이 실린다. 참사 이후 발표하는 대책 뿐 아니라 이미 국회에 올라온 법안을 처리하는 게 정치의 책임을 다하는 첫걸음이 될 거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