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으면 프로?'…개인전문투자자 제도 손질론 확산

'돈 많으면 프로?'…개인전문투자자 제도 손질론 확산

조철희 기자
2026.09.14 15:38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모험자본 키우려 문턱 낮췄지만 CFD·스페이스X 논란 잇따라

한미일 '프로 투자자' 인정 기준 비교/그래픽=김지영
한미일 '프로 투자자' 인정 기준 비교/그래픽=김지영

자산과 소득만으로 '프로(개인전문투자자)'를 인정하는 현행 기준이 투자위험을 이해할 전문성까지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험자본을 키우기 위해 문턱을 낮춘 제도지만, 자산과 소득만으로 복잡한 금융상품의 위험을 이해할 능력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투자기회는 넓히되 투자경험과 전문성 등 실질적인 위험 이해 능력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5000만원 투자경험에 연봉 1억이면 '프로'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전문투자자는 투자위험 감수능력이 있다고 인정받아 일반투자자보다 넓은 투자기회를 얻는 대신 적합성·적정성 원칙과 설명의무 등 일부 보호장치가 줄어드는 투자자다. 개인전문투자자는 올해 7월 말 2만6282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16.8% 늘었다.

증권계좌를 개설한 지 1년이 넘고 최근 5년 중 1년 이상 금융투자상품의 월말 평균잔고가 5000만원 이상이었다면 기본요건을 갖춘다. 여기에 연소득 1억원 이상, 순자산 5억원 이상, 금융 관련 전문자격·경력 중 하나를 충족하면 증권사에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증권사는 투자경험과 소득·자산 또는 전문성 요건을 증빙자료로 확인한다. 최초 지정 때는 대면이나 영상통화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개인전문투자자 지정의 유효기간은 2년이다. 다만 소득·자산 요건을 충족한 투자자에게 금융지식이나 위험이해 능력을 별도로 확인하도록 한 요건은 없다.

정부는 2019년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금융투자상품 잔고 기준을 5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낮췄다. 개인전문투자자는 2022년 말 2만6672명까지 늘었다가 2024년 말 2만820명으로 줄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세다.

문제는 손실을 감당할 재력이 위험을 이해할 전문성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2023년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에서 문제가 된 차액결제거래(CFD)가 대표적이다. 2021년 CFD 거래대금의 97.8%를 개인전문투자자가 차지했다. 금융당국은 사태 이후 개인전문투자자 기본요건은 유지하면서 CFD 등 장외파생상품에 별도 투자경험 요건을 만들었다.

최근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 논란은 개인전문투자자 인정 과정 자체를 다시 도마에 올렸다. 일반투자자가 참여할 수 없었던 청약에 개인전문투자자 자금이 몰린 가운데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의 전문투자자 등록과 투자자 보호 실태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일반투자자에게 전문투자자 등록을 권유했는지 여부도 검사 대상이다. 일반투자자의 접근이 제한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전문투자자 전환을 유도할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해 둔 자격 구분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문제를 드러낸 셈이다.

돈만으로 '프로' 판단 한계…투자 전문성 반영해야

금융투자업계에선 전문투자자를 가르는 기준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문투자자 제도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느냐를 보는 제도"라며 "CFA(재무분석사) 등 금융 관련 자격증이나 자산관리 관련 실무경력 등을 통해 전문성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 규모로 확인하는 손실 감내 능력과 투자위험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전문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해외에서도 소득·자산만으로 '프로'를 가르는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0년 적격투자자 기준에 일정한 금융 전문자격을 추가했다. 소득·자산이 많다고 투자 전문성까지 높다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은 스타트업에 성장자금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특정투자자 문턱을 낮추면서도 지식과 경험을 함께 판단하도록 최근 제도를 정교화하고 나섰다. 금융업 종사경력과 금융 관련 자격, 투자경험 등을 인정 기준에 반영했다. 금융회사는 투자자의 지식·경험·재산상황·투자목적 등을 종합해 특정투자자로 취급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판단한다.

한국도 모험자본 공급을 위한 투자기회는 유지하면서 개인전문투자자의 위험이해 능력을 보다 충실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득·자산 요건으로 전문투자자가 되는 경우에도 금융 관련 자격·경력 등 전문성을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인정 기준을 정교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조철희 기자

안녕하세요. 증권부 조철희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