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이비드 낸스 NSF 본부장
최근 전 세계적으로 상·하수에서 미세플라스틱과 항생제 등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마시는 물에 대한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이런 가운데, 통과하기까지 까다롭기로 유명한 글로벌 인증기관 NSF(National Sanitation Foundation)가 아시아 지역 물 관리에 대한 새로운 '인증'을 한국과 함께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최근 방한한 NSF 데이비드 낸스(David Nance) 본부장을 만나, 새 인증 개발 배경과 목표를 들었다.

"NSF는 1940년대 식품 분야 인증에서 출발해 80년간 독립적인 공중보건 기관으로 활동해왔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의 식품 안전과 수질 협력 센터로 지정돼 있다. 마시는 물(음용수)과 건강기능식품·정수기 등 인체 건강과 밀접한 제품을 대상으로 인증, 시험 절차, 표준을 개발해왔다. 현재까지 110개국에서 4만여 곳이 NSF 인증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하수에서 인체 해로운 물질인 PFAS(과불화화합물)가 발견되는 비율이 늘었다. PFAS는 화학적 구조가 매우 안정적이어서 자연환경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 영구화학물질이다. 물속에 녹아든 PFAS를 어떻게 관리하고 줄일 것인지도 수질 관리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의약물질과 미세플라스틱도 계속 발견된다. 가정에서 사용된 의약품이 적절하게 처리되지 않으면 자연환경으로 유입되고, 장기적으로는 마시는 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수도 배관에서 건물·가정으로 이어지는 급수관, 납 성분이 포함된 접합부, 노후 배관, 수도꼭지 등이 노후화하면 납 같은 중금속이 물에 녹아들기도 한다. NSF는 이런 오염물질이 상수도와 가정용 정수 시스템에서 검출되지 않도록 관련 시험과 분석, 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렇다. NSF 인증마크는 번호에 따라 인증 내용이 다른데, 예컨대 물과 관련한 NSF/ANSI 42는 맛·냄새·염소 개선을, 53은 유해 오염물질 감소를, 61은 식수 접촉 소재의 안전성을 통과한 제품에만 부여한다. 지난달 3일, NSF가 한국물기술인증원(KWTC)과 공동 개발 중인 물 안전 표준의 첫 외부 검토 회의를 진행했다. 양 기관은 물과 관련, 동남아시아 지역을 포괄할 수 있는 새 표준인 'NSF/KWTC 555'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NSF/KWTC 555는 상수도, 즉 취수원에서 수도꼭지까지 물이 흐르는 동안 사용되는 제품의 안전성을 다루는 표준이다. 대표적으로 지하에 매설되는 파이프, 건물 내부의 배관, 수도꼭지, 밸브, 각종 구성품 등이 검사 대상이다. 고무링, 금속 부품 등 다양한 소재가 물과 닿을 때 인체 건강에 해를 끼칠 만한 물질이 용출되는지 등을 평가하려 한다. 한마디로 취수원에서 처리한 물이 가정까지 전달되는 과정에서 접촉하는 상수도 관련 제품과 구성품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인증번호에 '5'가 사용된 데는 동양권에서 숫자 '5'가 음양오행처럼 균형과 조화를 연상시킨다는 점을 고려해 결정했다. NSF/KWTC 555가 아시아 국가별 수질이 표준이 돼, 질 좋은 물의 조화를 맞추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는 의미도 담았다."

"현재 동남아엔 식수 시스템 구성품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공통의 합의 표준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 나라마다 서로 다른 시험과 인증 요건을 적용하면 제조기업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품에 대해 여러 차례 시험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도 비용과 시간을 소모하고 시장 진출을 늦추며, 사업의 불확실성만 높일 수 있다. 건강 측면에서도 지역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통합 기준이 마련되면 국가별 물 안전관리의 일관성과 신뢰를 높일 수 있다. 한국은 물 관련 제품의 혁신적인 제조 기술을 갖췄고, 아시아의 물 산업을 이끌 중요한 국가다. 또 한국물기술인증원(KWTC)은 규제 측면뿐 아니라 제조산업의 요구를 이해할 수 있는 전문성과 위치를 갖춰, NSF와 동남아 지역 표준을 함께 개발하기에 적합한 파트너라고 판단했다."
"현재 최종안을 마무리하는 단계로, 오는 12월 NSF/KWTC 555 인증 표준 발행을 목표로 삼았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아시아 지역의 규제기관, 시험기관 관계자들과 서울에서 대면 외부 검토회의를 진행했으며, 이 자리에서 받은 의견을 반영해 표준을 수정하고 최종 절차를 진행해왔다. NSF가 80년 이상 쌓아온 글로벌 물 분야 표준 개발, 인증 경험과 한국물기술인증원의 지역 전문성을 결합해 기업·소비자·규제기관 모두가 믿고 활용할 수 있는 과학 기반의 공통 기준을 만드는 게 목표다. NSF/KWTC 555가 적용된 이후에도 수질에 대한 각국의 정책 목표와 규제 수요, 소비자가 물에 대해 원하는 건강·안전 기준이 뭔지 지속해서 파악해 나갈 예정이다. 이 인증이 동남아 각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