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병원과 의대 교수들이 '의료진 위축'과 '진료권 침해'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6일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는 입장문을 내고 "최근 대학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병협은 "소아응급의료는 예측하기 어려운 위급 상황에서 신속하고 전문적인 판단과 처치가 필요한 필수의료이며, 소아 환자는 성인과 달리 증상 변화가 빠르고 의사소통에도 한계가 있어 의료진에게 고도의 전문성과 집중력이 요구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소아응급의료 현장은 인력 부족과 높은 업무 강도,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부담 등으로 갈수록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병협은 "이런 상황에서 소아응급의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일방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진 건 의료진에게 상당한 심리적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응급진료가 이뤄지는 현장에 대한 강제수사는 환자 진료와 의료기관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그 필요성과 범위, 방법에 있어 각별한 신중함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의대 교수들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의대교수협)도 이날 성명을 통해 "사망 원인과 진료 과정에 확인할 사항이 있다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규명돼야 하며 의료기관과 의료진도 적법한 조사에 성실히 협조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환자 사망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과 응급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현장에 경찰이 직접 들어가 강제수사를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아이의 죽음을 밝히기 위한 수사가 다른 아이의 진료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며 "압수수색 당시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가 이뤄지고 있었고 경찰의 진입과 진료용 컴퓨터 확인 등으로 진료에 차질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응급실 강제수사는 현재 진료받고 있는 환자에게 위해를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를 압수수색했다. 지난 7월 병원에서 청색증으로 치료받던 생후 4개월 영아가 사망한 사건과 두고, 의료과실 여부를 수사하기 위해서였다. 압수수색 당시 의료진은 응급처치 중이었는데, 경찰은 의료진에게 "진료용 컴퓨터를 확인하겠으니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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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의사집단은 이를 '과잉 수사'라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의대교수협은 "응급진료가 진행 중인 공간에서의 강제수사가 의료진의 집중과 진료의 연속성을 훼손하고 현재 치료받는 환자의 안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엄중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대교수협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의 '누구든지 폭행·협박·위계·위력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들은 "영장에 따른 수사라 하더라도 이러한 최소침해와 응급진료 보호의 원칙을 함께 고려해 환자 안전과 진료의 연속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식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수사기관을 향해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과 같이 생명과 직결된 진료가 이루어지는 공간에 대한 직접적인 강제수사는 사건 발생 시점과 관계없이 다른 방법으로는 수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최후의 수단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환자 안전, 의학적 전문성, 진료의 연속성, 최소침해 원칙을 반영한 의료사건 수사 및 강제수사 지침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병협은 입장문에서 "수사기관이 의료기관에 대한 강제수사 과정에서 응급진료의 연속성과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진료에 필요한 시설과 의료정보의 보호, 업무 공백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의료진이 위축되지 않고 환자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료현장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존중하는 합리적인 수사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