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키맨-AI 미래의 선구자들] ②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이륙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인류는 디지털 초지능 구축에 한 걸음 더 다가섰습니다"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온화한 특이점(The Gentle Singularity)'이라는 글에서 한 말이다. 전 세계 생성형 AI 혁명을 촉발한 30대 경영자는 글로벌 기술 패권과 미래 경제의 중심 인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그가 주도하는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이 현실화된다면 그는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삶을 가장 근본적으로 뒤흔든 테크 리더라는 기록을 쓸 전망이다.
올트먼은 자신의 글에서 오픈AI를 한마디로 '초지능 연구 회사'라고 정의한다. 그가 제시한 로드맵은 구체적이다. AI 에이전트가 등장하고 코딩 방식 자체가 바뀐 것에 더해 올해는 스스로 새로운 통찰을 도출해내는 시스템이, 2027년에는 현실 세계에서 직접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이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2028년 말이면 전 세계 지적 능력의 상당 부분이 인간의 머릿속이 아닌 데이터센터 안에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올트먼이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은 결국 '그래서 우리 일자리는 어떻게 되는가'다. 그는 AI가 자신의 CEO 자리를 포함해 수천 개의 직업을 대체할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AI 도구를 직접 써보고 "다소 쓸모없어진 느낌이 들어 씁쓸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것을 인류의 비극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그는 "AI는 인류 역사상 등장했던 여느 기술적 진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도구일 뿐"이라며 인류는 언제나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고 창의성을 발휘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이는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가 신입급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샌프란시스코=뉴시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24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샘 올트먼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026.07.25. /사진=조성봉](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9/2026092214042873847_3.jpg)
흥미로운 대목은 그가 초지능의 '독점'을 스스로 경계한다고 말하는 지점이다. 그는 초지능 AI를 값싸고 누구나 쓸 수 있게 만들어야 하며, 이 기술이 특정 개인·기업·국가에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또한 AI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인류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학습하고 행동하도록 이끄는 '정렬(Alignment)'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위험'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진단한다. 과거에는 모델을 시장에 내놓은 이후 사용자가 이를 악용하는 '출시 후' 단계가 주된 위험이었다면, 이제는 모델의 지능이 비약적으로 상승해 사전 학습과 제작 과정 자체에서 발생하는 통제 불능 위험이 훨씬 커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새로운 역량 단계에 도달할 때마다 학습 자체를 일시 중단하고 안전·정렬 연구에 시간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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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가 파멸적 위험을 경고하며 프론티어 AI 기업들의 개발 속도 자체를 늦춰야 한다고 공개 촉구한 것과 맞물리는 얘기다. 이러한 안전 우려는 오픈AI의 지배구조 개편 및 상장 연기 논리의 핵심 명분으로도 쓰였다. 올트먼은 인터뷰를 통해 "지금 상장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 될 것"이라며 주주들의 단기 수익 압박이 AGI의 안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업공개(IPO)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그의 '속도 조절론'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오픈AI는 안전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도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신모델을 쉴 새 없이 쏟아냈고, '군사적 용도 사용 금지' 조항을 슬그머니 완화하며 미 국방부와의 기술 계약에 뛰어드는 등 공격적인 확장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이런 비전을 밀어붙이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그는 20여년 실리콘밸리에서 여러 차례 위기를 겪고, 그때마다 이를 극복하며 독보적 입지를 쌓았다. 올트먼은 1985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자랐다.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으나 19세에 위치 기반 SNS 앱인 '루프트(Loopt)'를 창업하며 중퇴했다.
그는 루프트에서 핵심 직원들에게 축출될 위기도 겪었다. 이후 벤처캐피털(VC) 세쿼이아의 지지로 자리를 지켰다. 와이콤비네이터 대표를 지낸 다음 2015년 일론 머스크 등과 함께 '인류에게 안전한 AI'를 목표로 비영리 단체를 공동 설립했다.
2019년 와이콤비네이터를 떠난 그는 오픈AI CEO로 자리를 옮겼다. 2023년 챗GPT의 폭발적 흥행으로 단숨에 세계적 인물이 됐다. 같은 해 11월 오픈AI 이사회가 '신뢰 상실'을 이유로 그를 전격 해임했지만, 실리콘밸리 거물들의 전방위 지원 속에 닷새 만에 복귀했다. 이후 그는 이사회를 재편하고 오히려 더 공고한 권한을 손에 쥐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