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초동 서울고법 형사1부 417호 형사대법정.
삼성사건의 결심 공판장에서는 '만약에(if)...'라는 가정법이 줄을 이었다.
특검 측은 "'만약에' 이건희 회장의 자녀인 이재용 남매가 아니었다면 에버랜드 전환사채(CB)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저가에 발행했겠느냐"며 저가발행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또 '만약에' 삼성SDS가 1999년 외자유치를 추진할 당시 미국 컴퓨터 어소시에이츠(CA)에게 1억달러로 유치하고 지분 51%를 넘겨줬다면 주당가치가 BW 발행가격보다 현저히 높은 1만 9246억원이었을 것이라며 공소 사실 입증에 힘을 쏟았다.
변호인측도 '만약에...'라고 반문했다. 이 한 마디는 다른 경제인들에게 가슴 쓰린 얘기로 다가올 듯하다.
변호인 측은 "삼성SDS의 BW 발행시기가 IMF외환위기 때였다"며 "당시 모든 기업들이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외자유치, 자본 조달 등에 나서는 상황에서 '만약에' 삼성SDS가 자본조달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만약에' IMF가 조기에 수습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면 당시 경영진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한 행위가 과연 지금 재판장에 설 상황이 됐을까 라고 변론했다. 기업인으로서 IMF의 터널을 힘겹게 헤쳐 나온 것이 오히려 현재의 어려움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역설이 내포된 대목이다.
변호인 측은 또 에버랜드 CB 발행 당시 '만약에' CB 발행을 규정한 관련 법률이 존재했었다면 이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일어난 일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만약'을 전제로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건희 전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이번 재판을 받으면서 모든 일이 자신의 불찰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모든 허물을 떠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만약에'라도 이 같은 일로 경제인들이 법정에 서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는 게 재계의 바람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