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TV, 전세계 안방을 점령하다

삼성TV, 전세계 안방을 점령하다

수원=강경래 기자
2009.11.02 09:04

[기획]삼성전자, 위대한 기술기업의 40년 여정(3)

"이곳은 1969년 12월 삼성전자 주식회사가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한 장소임. 삼성·산요전기 합작으로 흑백TV를 생산함."

삼성전자(216,000원 ▼1,500 -0.69%)수원사업장 임직원들의 쉼터인 디지털파크에는 이러한 문구가 새겨진 기념비가 있다. 2005년 창립 36주년을 맞아 제작한 이 기념비는 현재 글로벌 초우량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삼성전자의 시작이 TV사업이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는 때마침 하루에 한 번씩 구미와 수원을 오가는 헬기가 사업장 입구 인근에 내려앉고 있었다.

◇일본을 잡자

"한 달에 한번 쉬기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쉬는 날도 부서 직원들과 함께 버스를 대절해 산과 들로 나갔습니다. 당시 고락을 함께 했던 그들은 동료이자 곧 가족이었습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만난 권진안 TV제조부문 부장(49)은 30여 년 전 입사 초기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권부장에 따르면 70년대 말에서 80년대까지 삼성전자 TV제조라인은 적은 인력으로 많은 양의 제품을 생산해야 했기에 24시간 풀가동됐다.

당시 TV제조부문 직원들은 하루 12시간이라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업무량을 소화했다. 그랬던 것이 기업 규모가 늘고 인력이 늘어나면서 2교대에서 3교대로 바뀌고, 다시 24시간 가동체제가 주간만 가동하는 체제로 전환해 현재에 이르렀다.

TV사업 초창기 임직원들이 밤낮을 잊고 땀을 쏟아 부은 결과, 삼성전자는 관련 사업에 착수한지 불과 2년 만인 1971년 파나마로 흑백 브라운관 TV를 수출하면서 해외시장으로의 첫 발을 내디뎠다.

삼성전자는 이듬해 산요와의 합작을 넘어 독자기술로 처음 브라운관(CRT) TV를 출시했다. 이어 1975년 선보인 '이코노'와 80년대 출시한 '액설런트' 등 TV 브랜드가 잇달아 성공하면서 브라운관 TV 시장에 명함을 내밀었다.

삼성전자 TV사업은 1993년에 대전환점을 맞이했다.

이건희 전 회장이 미국 LA 한 대형 전자매장을 방문, 가장 돋보이는 자리에 놓인 일본 전자제품과 달리 삼성전자 TV 제품은 매장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처박혀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결국 이 사건은 세탁기 금형 불량 사건과 맞물리면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의 계기가 됐다.

"1990년대 초 세계 5위 업체인 샤프를 따라잡자는 게 목표였어요. 그때만 해도 샤프조차 저 멀리 쉽게 넘볼 수 없는 세계적인 브랜드였죠. 그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소니를 제치고 1위에 올라있어요. 불과 16~17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프랑크푸르트 선언 후 삼성전자는 무섭게 변했다. 차근차근 일본 기업들을 제치며 쉼 없이 달렸다. 삼성전자는 이후 TV사업에서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을 넘어서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소니가 브라운관 TV에 집착하고 있는 사이 기회가 왔다.

삼성전자는 브라운관에 이어 LCD TV 시장이 열릴 것을 내다보고 1995년부터 LCD 양산에 착수했다. 이건희 전 회장이 아날로그 시대에는 뒤졌지만 디지털시대에는 앞설 수 있다며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1998년에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TV를, 2002년에는 업계 최대 크기 40인치 LCD TV를 각각 출시했다.

선두인 소니와의 간격은 시간이 흐를 수록 좁아지고 있었다. 특히 2006년 와인 잔 모양을 채택, LCD TV 디자인에 일대 혁명을 몰고 온 '보르도' TV의 출시는 30년 이상 TV부문 절대 강자로 군림한 일본 소니를 제치고 그해 전 세계 TV 시장에서 1위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만족은 없다

"보르도로 2006년 소니를 넘어설 때 '이제 우리가 1위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어떻게 1위 자리를 지킬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V 기술이 보르도에서 더 진일보할 수 있을까도 싶었습니다. 그런데 보르도에 이어 '크리스털로즈'가 나오고 올해 '발광다이오드'(LED) TV까지 출시된 걸 보면서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손동길 TV제조부문 과장(50)은 "임직원들이 1등에 만족하지 않고, 선도 기술을 계속 개발하고 적기에 생산하는 모습을 보면서 삼성전자의 TV부문 독주체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보르도로 2006년에 이어 2007년에도 업계 1위 자리를 이어간 데 이어 지난해 독자적인 사출공법(TOC)을 적용한 크리스털로즈를 내놓아 경쟁사들과의 간격을 더 벌렸다. 올해는 기존 LCD TV 광원인 '냉음극형광램프'(CCFL)를 '빛을 내는 반도체'인 LED로 대체한 LED TV 제품군도 출시하면서 TV 시장에서의 독주체제를 확고히 했다.

삼성전자는 업계를 선도하는 기술개발로 2006년과 2007년 각각 2014만 대와 2707만 대였던 TV 판매량이 지난해 3468만 대로 늘었다. 시장점유율 역시 2006년과 2007년 각각 10.6%와 13.6%에서 지난해 16.8%로 수직상승하면서 지난해 7.5%에 그친 소니를 여유 있게 따돌린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TV업계 1위 자리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평면에 나온 영상만 보는 2차원(2D)에서 벗어나, 착시현상을 이용해 영상이 평면 안팎으로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도록 구현한 3차원(3D) 입체영상 TV의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특히 LCD와 플라스마화면(PDP)을 이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 받고 있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아몰레드) TV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MOLED의 경우 삼성전자가삼성SDI(513,000원 ▲34,500 +7.21%)와 합작 설립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이 부문 전 세계 시장의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유리한 고지에 서있다.

삼성전자는 선도적인 기술 개발 이외에도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을 발 빠르게 생산해 소비자들에게 적기에 공급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하헌초 TV제조부문 차장(49)은 "과거 소품종을 대량으로 생산해 창고에 쌓아놓고 판매하던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제품들을 발 빠르게 개발 생산해 재고 없이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시장에서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 요구에 더 빠르게 대응하는 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TV 역사◆

1969년 삼성산요전기 설립

1970년 흑백TV 생산(삼성산요전기)

1972년 독자 흑백TV 생산(삼성전자)

1975년 이코노 TV 출시

1976년 컬러TV 독자 개발 성공 및 생산

1980년 국내용 20인치 컬러TV 생산(이코노컬러TV)

1986년 액설런트V TV

1994년 명품TV(최초 월드베스트 제품)

1996년 명품플러스원TV (세계 최초 12.8대9 규격)

1998년 프로젝션TV 파브(PAVV) 출시

1998년 세계 최초 디지털TV 출시(미국)

2000년 LCD TV와 PDP TV 출시

2001년 세계 최초 63인치 PDP TV 개발

2002년 세계 최대 40인치 LCD TV 출시

2006년 보르도 LCD TV 출시로 TV 업계 1위 등극

2007년 07년형 보르도 LCD TV 출시

2008년 크리스털로즈 TV 출시

2009년 LED TV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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