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 조선 불황 전철 밟을까?

철강업, 조선 불황 전철 밟을까?

장웅조 기자
2009.12.11 07:46

수요 줄었는데 생산력은 늘어, 공급과잉·가격하락 '이중고' 우려

철강그룹 회장들이 수급 불균형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올해 상반기에 극심했던 철강업계 불황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철강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될 경우 올해 전 산업분야 중 가장 부진했던 조선업계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업계를 '20년만의 최대 위기'로 몰아간 '수요감소→공급과잉→가격하락→자금난'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1위 철강업체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은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지식경제부가 개최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국제 콘퍼런스'에서 "철강업 불황의 충격은 크고 장기적일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동북아시아의 철강 공급과잉 규모만 1.5억~2.5억 톤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예상수요의 20~30%의 철강이 초과 공급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장세주동국제강(11,400원 0%)회장 역시 지난달 9일 제3회 'DK 리더십 컨퍼런스'에서 임직원들에게 "철강 산업 저성장 체제에 대비해 좀 더 정밀하게 수요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철강 수요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는 발언이다.

철강사 회장들이 토로하는 위기감의 배경에는 지난 몇 년간 철강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늘렸던 시설투자가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로 철강수요는 급감했는데, 위기 이전 몇 년간 철강 호황이 지속되면서 세계 주요업체들이 줄곧 설비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장의 문을 닫지 않는 다음에야 한번 늘어난 생산능력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철강사 회장들이 걱정하는 대로 철강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경우, 그 결과는 파괴적일 수 있다. 올해의 조선업계가 이 점을 효과적으로 예증한다. 선박발주가 작년의 1/10 이하로 감소하면서 조선업체들이 수주난에 허덕이게 된 배경에는 세계적인 선박 공급과잉이 있었다.

2003~2008년 조선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자 조선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생산설비를 늘렸다. 영국의 해운·조선전문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2006~2008년 3년간 세계 조선업체들은 5670억 달러를 시설투자액으로 집행했는데, 이는 1990년대 10년간 합계(2000억 달러)의 2.8배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넘쳐나던 달러 유동성(은행대출)을 바탕으로 해운사들이 선박발주를 쏟아내자, 한꺼번에 몇 년 치의 일감을 얻게 된 조선소들이 생산속도를 올리기 위해 도크를 증설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며 선박금융이 뚝 끊겼고, 그 결과 발주자들의 선박 수요가 급감했다. 그러나 조선소에서는 이미 주문받은 선박들을 계속 완성해 시장에 속속 내놓을 수밖에 없었기에 선박 가격은 일부 선종에서 작년 고점대비 50%까지 폭락했다.

철강업체는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고급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정준양 회장은 "공급과잉의 시기에는 아무리 경기가 어려워도 구매할 수밖에 없는 '디 온리(The only)'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어떤 경쟁자도 뛰어넘을 수 없는 근원적 기술 경쟁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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