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내기 벤처투자 책임은 누가 지나

밀어내기 벤처투자 책임은 누가 지나

이상균 기자
2010.10.07 07:49

[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10월05일(11:35)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올해 국내 신규 벤처투자는 10년만에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약정 기준 1조6530억원 규모의 벤처투자조합이 결성됐다. 2000년의 1조4341억원을 가볍게 뛰어넘는 수치다. ‘10년만의 벤처투자 붐’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벤처투자를 주도하는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가 않다.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투자 기업들의 몸값이 그만큼 뛰었기 때문이다. 일부 벤처기업들은 액면가 대비 10배 이상의 투자를 요구하기도 한다. 투자할 만한 우량 벤처기업이 한정돼 있다 보니 벤처캐피탈의 투자도 한 곳으로 쏠리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벤처캐피탈들에게 조기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민경제와 직결된 벤처기업 투자를 늘려 일자리 창출을 늘린다는 명분에서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장 논리에 따라 결정돼야 할 투자가 정부의 압박에 좌우되는 것이 염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벤처투자 정책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나올 법한 정책”이란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현 정부의 벤처투자 정책을 이전 정부와 비교하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벤처투자를 전적으로 시장에 맡겼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수천억원 규모의 모태펀드 운용사 선정을 정부기관의 입김에서 자유롭도록 하기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한국벤처투자를 독립시킨 것도 이때였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정부에서는 벤처투자를 억지로 독려하지도 않았고 정책 집행도 시장 상황을 거스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벤처투자 정책이 정반대로 변했다는 데서 이들의 불만은 더욱 커진다. 더욱이 최근에는 중진공과 한국벤처투자를 다시 합쳐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시장 질서를 역행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염려스러운 것은 올해 벤처투자 실적이다. 올해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벤처투자조합에서 집행된 금액은 6178억원에 달한다. 이중에는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집행된 눈먼 돈도 상당수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필요한 거품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다양한 반응과 대응책이 나오고 있다. 일부 유동성공급자(LP)는 무한책임투자자(GP)에게 최대한 투자를 미룰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당초 500억~700억원을 PEF에 출자하려던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과거 벤처기업 투자에 3~4개의 벤처캐피탈이 참여했던 것과는 달리 단독으로 투자를 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투자된 금액은 빠르면 3~4년 뒤에 회수된다. 투자수익률이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억지 춘향식’으로 집행한 투자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때까지 정책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지도 불확실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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