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기 벤처투자 가로막는 '외부 투심위'

적기 벤처투자 가로막는 '외부 투심위'

오동혁 기자
2011.02.21 08:14

[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2월17일(08:42)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 벤처캐피탈 A사는 벤처회사 한곳에 투자하는데 애를 먹었다. 외부투자심사위원회(이하 투심위) 때문이다. 회사 내부에선 의사결정이 빨리 이뤄졌는데, 펀드 LP들로 구성된 투심위를 개최하고 여기서 투자동의를 얻는 게 쉽지 않았다.

내·외부 투심위 일정을 소화하는데만 한달이 흘렀다. A사 관계자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투자는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시기에 투자하지 못하면 수익률이 낮아진다. 때에 따라선 어렵게 찾은 투자건 자체가 물건너 갈수도 있는 상황.

이 투자는 해외 벤처캐피탈과 공동으로 진행된 것이었다. 파트너 회사는 일찌감치 투자결정을 완료했다. A사는 파트너 회사에 투심위 개최로 투자가 지체되고 있음을 알렸다. '외부투심위'가 없는 해외 투자자 입장에선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A사는 천신만고 끝에 투자집행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조건이 불리해졌다. 시간을 끄는 동안 피투자 업체의 평가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늘었다. 울며겨자 먹기로 배수를 높인 뒤 투자자로 참여했다.

피투자 회사는 결국 '대박'이 났다. 투자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A사의 안목이 정확했던 셈이다. 다소 비싸게 들어갔지만 장외시장에서 엑시트할 경우 최소 2~3배의 수익을 거둘수 있는 상황이었다.

투자에는 성공했지만 A사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신속하게 투자했을 경우 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투심위가 발목을 잡은 셈이다.

물론 투심위 자체를 문제삼기는 어렵다. 원론적으로 보면 투심위는 분명 필요하다. 펀드에 출자한 LP들이 피투자 업체의 투자적합성을 판단한다. GP가 투명한 투자를 하는지도 모니터링 한다. 이는 투자의 신속성을 넘어서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순기능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만은 않다. LP가 피투자 업체의 성장성을 판단할 만한 충분한 역량이 없기 때문이다. 투자적합성 판단은 원래 GP의 몫이다.

투심위에 참석한 LP관계자들은 오히려 자신의 안위를 걱정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매칭 LP의 경우 더 심하다. 그 결과물은 바로 '투자 반대'다.

투자가 성공할 확률은 반반이다. 대박이 나면 모두가 좋다. 하지만 손실이 나면 문제가 생긴다. 책임추궁이 나온다. 투심위에 참석한 LP관계자들에게도 이 화살이 미친다. 그래서 투심위에 참석한 이들은 GP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묻는다.

"투자할 만한 좋은 업체네요. 근데 제가 반대를 해도 대세에 큰 지장이 없겠죠?"

국내 벤처캐피탈은 그동안 질·양적 성장을 이어왔다. 투자의 투명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이제는 탄탄한 명성을 보유한 업체도 여럿 생겼다. 펀드자금을 불투명하게 활용하는 게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우량한 GP를 제일 잘 판단할 수 있는 게 바로 LP다. 펀드출자 시 이미 GP의 평판 및 과거 펀드수익률 검토를 마친다. 믿고 돈을 맡겼으면 자유롭게 운용하도록 놓아 두면 된다.

LP는 높은 수익을 원한다. GP는 수익률로 답하면 된다. 이것이 벤처캐피탈 및 펀드레이징 시장의 본질이다. 투심위 개최가 이런 본질을 흐리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들여다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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