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산車업계, 방심보다 방책 마련할때

[기자수첩]국산車업계, 방심보다 방책 마련할때

안정준 기자
2011.03.17 06:50

"리콜 위기를 이제 넘기나 싶었는데 지진과 쓰나미 입은 피해를 극복하는데 또 얼마나 걸릴 지 걱정입니다"

최근에 만난 한 일본차업체 임원의 하소연이다. 지난 2년간 리콜 문제에다 엔고 여파로 국내에 진출한 일본차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판매량 자체는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지 않았지만 사실 남는 게 없는 장사였다.

"지금도 현대·기아차와 경쟁이 버거운데 앞으로 더 힘들어질 지도 모르겠네요"라는 푸념도 이어졌다.

차분하게 사태를 수습하는 일본업체들을 보면서 그들의 경쟁력을 새삼 확인하게 됐다.

토요타는 지진 발생 즉시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닛산과 혼다도 마찬가지다. 부품업체들이 타격을 입어 당장 공장을 가동하기 힘든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주된 이유는 종업원의 안전을 염려해서다.

닛산의 경우 지진 직후 본사를 개방해 지역 주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했고 토요타와 혼다는 거액의 구호성금을 쾌척했다. 이런 모습들은 외신을 타고 전세계로 전해졌고 '사람을 중시하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각인됐다. 비록 많은 것을 잃었지만 얻은 것 또한 적지 않다.

이번 지진으로 토요타와 혼다를 비롯한 일본 주요 차 업체의 일부 부품공장은 가동을 멈춘 상태다. 일본 업계의 부품 국산화율이 한국 못지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완성차 생산공장은 물론 미국과 중국 등 해외 공장의 부품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을 계기로 일본 차 업계의 부품수급 시스템이 해외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한다. 토요타는 이미 원가 절감을 위해 지난해부터 부품 해외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다.

이는 작지만 큰 변화다. 원가절감을 통해 차 값을 낮출 수 있고 이는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게 된다. 더욱이 지진 복구사업으로 엔화가 대량 풀리면 현재의 엔고현상도 상당부분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싼 가격'이 소비자들의 최대 구매동력인 신흥시장에서 일본차의 경쟁력은 더더욱 올라가게 된다.

당장은 국내 자동차 업계가 수혜를 입을 수 있겠지만 방심보다는 방책이 필요한 이유다. 어쩌면 사태가 수습된 이후 불어닥칠 일본차들의 공세는 우리에게 더 큰 쓰나미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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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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