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자동차와 섬유, 첨단소재 등의 분야가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교역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항공과 해운 등 물류부문도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많은 농수산, 식품, 경공업 등은 적잖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자동차·섬유 '괘청'-IT '무덤덤'-농수산물 '침울'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제품에 실제 적용되는 중국의 수입관세율(단순평균)은 9.69%로 미국(3.5%), EU(5.6%)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FTA가 체결되면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올라간다는 얘기다. 품목별 관세율을 보면 당류, 채소과일, 담배, 조화 등은 20%를 넘고 조제식품, 내의, 의류, 신발모자, 차량부품, 시계, 악기 등은 15~20% 정도다.
무엇보다 자동차와 섬유가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국내 완성차에 대한 중국의 관세율은 최고 23%에 달한다. 평균으로는 12.5%다. FTA 체결만으로도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확보된다는 얘기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자동차 부품생산 업체와 기계, 철강 등 후방산업 전체가 '중국특수'를 누릴 수 있다.
섬유와 의류업체들에게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섬유의 경우 관세율이 8.5~15.8% 정도인데, 중국 소비자들의 눈이 까다로워지면서 상대적으로 품질이 높은 한국제품을 찾는 추세다. 여기에 가격까지 낮아지면 큰 힘이 된다. 일신방직 등 업계는 신흥국 수요증가에 대비해 30년만에 설비투자를 단행한 터라 충분한 공급능력이 있다.
한국기업들의 중국수출액에서 40%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휴대폰 등 IT품목의 수혜는 생각보다 크지 않아 보인다. 이미 상당수가 영세율을 적용받고 있어서다. IT제품 중 LCD제품 정도가 5%의 관세를 내고 있는 정도다.
업계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한·중FTA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나 "전자부품에서 2~3%의 가격인하만 이뤄져도 상당한 경쟁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관련기업들은 한·중FTA에 대한 득실계산과 함께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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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이고 생산원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농수산물과 축산물, 경공업 분야와 다품종 소량생산에 치우친 부품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제품의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분석한 한·중 FTA 업종별 영향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농업부문 관세가 50% 감축되고, 제조업 관세가 철폐된다고 가정하면 자동차 수출은 97.2% 증가하고 섬유도 73.6%늘어난다는 것이다.
이 때 중국에서 수입되는 농산물은 104.8% 증가하고, 식품과 축산물은 각각 82.2%, 54.8% 늘어나는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업종인 조선은 'FTA 영향권'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사 관계자는 "중국 선사들은 해외 조선사에 발주를 하지 않고 자국 업체에 거의 전량을 맡긴다"며 "이 때문에 조선업은 FTA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 "중국은 기회보다 위협"
무역협회는 현재 국내 업체들이 내수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비율이 37.4%에 불과하나, 한·중 FTA가 체결되면 경쟁비율이 68.6%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수시장에서 중국산과의 경쟁이 치열한 생활용품은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부품산업 등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중국과 조립산업의 경쟁이 치열해 질 때 부품산업이 계속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2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제조업체 30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 58.8%가 한·중 FTA를 찬성했고 반대는 36.8%로 집계됐다.
한·일FTA와 관련한 설문결과(찬성 68.1%)와 견주어 볼 때, 중국을 '위협'으로 보는 곳들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저가로 무장한 중국산 제품에 대해 내수 중소기업들이 우려감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