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기업의 입찰가를 알 수 있다면 1000억원을 줘도 아깝지 않을 겁니다."
대한통운(101,100원 ▼700 -0.69%)입찰 직전 인수전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와 나눈 대화다. 진담이라고 하기엔 1000억원이란 숫자가 너무 컸고 농이라고 하기엔 그의 태도가 너무 진지해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대한통운 인수전이 예측불허로 움직였고 인수후보들도 치열한 정보전을 펼쳤다는 방증이다.
결과는 파격적인 가격을 써낸CJ(224,500원 ▼3,000 -1.32%)의 승리였다. 주당 21만원, 시장이 인수가로 예상한 주당 17만~18만원대를 훌쩍 넘어선 수준이다. 그러나 예상 외로 움직인 것이 CJ뿐이었을까.
예비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롯데는 본입찰 접수창구에 나타나 다른 후보를 긴장시켰으나 정작 입찰을 포기해 혼란을 줬다. 금호터미널 개별 매각으로 대한통운에 대한 인수의지가 없어진 것 아니냐는 물음에 끝까지 참여하겠다는 뜻을 흘리다 마지막에 발을 뺀 것이다. 롯데의 '눈속임'이 인수가격을 올리는 데 일조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포스코(462,000원 ▼7,000 -1.49%)의 행보 역시 의외였다.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인데도 막판에 삼성SDS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데다 입찰가격도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주당 19만원대를 써냈다.
한 인수주관사 관계자는 "CJ가 제출한 입찰가격도 놀라웠지만 기업 성향상 과감한 베팅을 지양하는 포스코가 19만원대로 높여 쓴 것도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해대우인터내셔(87,300원 ▲2,400 +2.83%)널 인수전 당시 주관사들이 주장한 3조5000억~4조원보다 낮은 3조4000억원을 제시했다. 포스코로선 대한통운 인수에 필사적으로 승부를 걸었다고 볼 수 있다.
대한통운의 인수 예상가격은 주당 15만원대에서 출발해 17만원대, 19만원 등으로 높아졌다 21만원대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총 인수대금으로 환산하면 3000억원 넘는 액수가 움직였다. 이길 수만 있다면, 상대방의 정보만 알아내 그보다 높이 쓸 수만 있다면 1000억원을 주겠다는 말이 결코 빈말은 아니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