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환경 포기하고 日 석유 수입?

[기자수첩] 환경 포기하고 日 석유 수입?

반준환 기자
2011.09.20 05:01

경제개발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한국의 대기는 1980년대 형편없었다. 서울 시내에서 몇시간만 보내면 검은 그을음이 묻은 콧물과 거무튀튀한 가래가 나오곤 했다. 1987년 서울의 총먼지오염도(TSP)는 175㎍/㎥로 연간 환경기준치인 150㎍/㎥을 넘겼고 아황산가스(SO₂)농도 또한 0.056ppm으로 기준(0.05ppm)을 초과했다.

개선이 이뤄진 건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다. 올림픽을 앞두고 대기오염문제를 지적받아 비상이 걸린 정부가 저황유를 수입해 서울에 공급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보일러 도입을 강제화했다. 매연을 줄이려고 올림픽 기간인 9월에 목욕탕 정기휴일을 정했다는 웃지못할 얘기도 있었다. 정유사들이 고가의 탈황시설을 설치하도록 세제혜택이 이뤄진 것도 이 때였다.

다행히 지속적인 정책 노력 덕에 공기 '품질'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의 SO₂농도는 0.006ppm으로 87년의 10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고 다른 오염물질도 크게 줄었다.

대기오염이 이처럼 줄어든 데는 무엇보다 승용차, 버스 등 차량오염을 크게 줄인 게 주효했다. 2003년 12월 제정된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은 정유사들의 친환경 연료개발 경쟁에 불을 붙였고, 그 결과 한국의 휘발유는 세계에서 가장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을 갖는 곳은 미국의 캘리포니아(휘발유 기준 황함량 10ppm, 방향족화합물 25%, 벤젠함량 0.8%, 올레핀함량 6% 이하 등)인데 한국은 이보다 잣대가 더 높다.

정유사들의 제품 수준은 간단치 않다. 올 7월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정유4사의 휘발유의 황 함유량은 4ppm에 불과했고, 벤젠함유량은 0.4%에 지나지 않았다. 올레핀과 방향족화합물도 각각 11~12%, 12~14%에 그쳤다. 휘발유 품질만큼은 한국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얘기다.

정부가 최근 기름값 안정을 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일본산 휘발유 수입을 추진 중이다. 품질을 사전분석한 결과 환경오염과 관련한 적잖은 항목이 국내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등 배기가스는 국산보다 10~50% 많이 배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국내 환경기준을 초과한 일본 휘발유를 들여오기 위해 관련법 수정까지 검토 중이다. 기름값 고충은 이해할 수 있으나 대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반준환 기자

2022 코넥스협회 감사패 수상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