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 글로벌 특허소송 관전법

"한국 국가대표와 미국 국가대표가 월드컵에서 축구경기를 한다면 누구를 응원하겠습니까?" 이런 우문에 대한 답은 뻔하다.
대한민국 국민 100%는 아닐지 몰라도 '거의 100%'가 대한민국 국가대표를 응원할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미국을 대표하는 애플이 전세계 10개국에서 20여건의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다면 누구를 응원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는 답이 다를 듯하다. 인터넷이나 트위터 등의 글에 나타나는 요즘 분위기를 보면 그렇다.
치열한 글로벌 전쟁에서 유독 한국 내에서 자국 기업, 특히 애플과 싸우는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스하지는 않다. 언론의 보도형태나 이를 접하는 사람들의 행태도 그렇다. 제품에 대한 호불호와, 글로벌 경제전쟁에 나선 국가대표를 대하는 사고는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1920년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의 경제적 수탈정책에 항거해 범국민적으로 일어났던 민족경제 자립운동인 물산장려운동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국산품 애용운동이나 국수주의를 얘기하자는 것도 아니다.
애플 제품이 좋다면 아이폰을 쓰는 것이 자유이고, 일본차가 좋다면 토요타차를 타는 것을 말릴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치열한 경제전쟁의 현장에서 상대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군의 등 뒤에 대고 '총질'만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가 옳은지는 각국 재판부가 결정을 내릴 것이고, 그 결정까지 우리는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듯이 우리 대표 기업 선수들을 응원하는 게 옳지 않을까. 어떤 특허전문가는 '삼성이 백기투항을 할 것'이라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며 전투에 나선 기업들의 힘을 빼놓는가 하면, 누구는 스티브 잡스가 삼성을 비난할 때 사용했던 '카피캣'이라는 용어를 동원해 힐난하기도 한다.
애플이 KT 등 통신사들에게 하는 고압적이고 우월적 계약 관계를 비판하거나, 애프터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것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관대하다. 아이폰4S의 음성인식서비스 'Siri'가 한국어를 당장 지원하지 않아도 "빨리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소원을 빌 뿐이다. 국내 기업의 대응이 그랬다면 당장이라도 '차로 그 회사 본사로 돌진했을'지도 모를 일에 다른 반응이다.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초기 아래아한글을 개발한 '한글과컴퓨터'의 이찬진 사장(현 드림위즈 사장)은 요즘 트위터 등에서 '아이폰 전도사'로 불린다. 자신은 '아이폰 전도사'라는 표현을 탐탁해하지 않지만 한때 그는 '아래아한글' 애국운동의 수혜자이기도 했다.
독자들의 PICK!
소프트웨어 산업이 취약했을 당시 정부 등에서 국산 워드프로세서를 써야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부족(?)하지만 아래아한글을 쓰기도 했다.
MS워드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프로세서 독점시장을 깨기 위한 그의 노력과 역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글은 우리 소프트웨어로 써야 한다는 국민적 지지와 정부 조달 등에서 알게 모르게 아래아한글에 대한 애국적 지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지원까지 바라지는 못하더라도 세계 경제전쟁에 나가서 싸우는 우리 선수들에게도 그 1/100 만큼의 애정은 필요하지 않을까.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포스코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수많은 중견 중소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승리를 위해 뛰고 있다.
그들은 세계경제 전쟁에 나선 국가대표다. 세계 경제전쟁터에 나가서 싸워 이긴 전리품을 우리 국민과 나눠 쓰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응원 명분은 되지 않을까.
지난 1998년 '콜라독립'을 선언하며 '코카콜라'에 반기를 든 '국산 콜라'가 있었다. 그 이름도 '8.15'였다. '콜라'라는 이름을 못 쓰게 해 붙여진 이름으로 당시 큰 이슈를 몰고 오며 코카콜라를 위협한 적이 있지만, 결국 사라졌다.
당시 품질 문제니 유통망의 문제니, 코카콜라 측의 방해공작 때문이니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결론은 '우리'콜라는 사라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를 응원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