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아이패드에 삼성 아닌 인텔칩 쓰려했다"

스티브 잡스 "아이패드에 삼성 아닌 인텔칩 쓰려했다"

서명훈 기자
2011.10.24 13:29

전기 통해 밝혀, 토니 파델 반대로 무산… 황창규 전 사장 "위대하다는 말로 부족"

지난 5일 타계한 고(故) 스티브 잡스가 처음에는 아이패드에 ‘삼성전자(200,500원 ▼8,000 -3.84%)’가 아닌 인텔에서 제작한 칩을 사용하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당시 아이팟 부분 수석 부사장이었던 토니 파델이 ‘사표’까지 각오하고 설득한 끝에 A4 칩으로 낙점됐고 삼성전자가 이를 제조했다.

24일 전세계에서 동시에 출간된 ‘스티브 잡스’ 공식 전기에는 삼성과의 인연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나온다.

전기에 따르면 잡스는 매킨토시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아이패드에 인텔칩을 사용하려 했다. 인텔이 개발 중인 낮은 전압의 아톰 칩이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폴 오텔리니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특정 설계를 공동으로 진행하자고 고집을 부렸고 잡스 역시 이 주장에 동의했다.

하지만 인텐은 배터리 수명을 관리해야 하는 기기보다는 전원을 따로 공급받는 장치에 사용되는 프로세서를 제작하는데 익숙했다.

결정타는 아이팟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니 파델 부사장이 날렸다. 잡스가 모바일 칩 제작을 인텔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하자 그는 “안 됩니다. 그건 아닙니다”고 강력 반대했다. 심지어 애플 배지를 테이블에 놓고 사직도 불사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고 잡스의 전기에는 소개돼 있다.

파델의 신념은 확고했다. 고성능만을 위해서라면 인텔이 최고지만 칩에 프로세서만을 담기 때문에 다른 부품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단점을 적극 부각시켰다. 그리고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ARM 아키텍처 기반의 칩이었다. 단순하고 전력을 적게 사용하는데다 칩 하나로 프로세서와 그래픽, 모바일 운영체제, 메모리 컨트롤 기능을 모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잡스도 “알겠네. 최고의 부하들을 거스를 순 없지”라며 파델의 손을 들어줬다. 이 결정 이후 애플은 ARM 아키텍처의 라이선스를 얻는 한편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회사인 P.A 세미를 인수하게 된다. 이후 아이패드에 탑재된 A4 칩은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삼성전자가 제조를 맡았다.

잡스가 인텔 대신 삼성전자를 선택한 다른 이유도 언급돼 있다. 잡스는 인텔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그들이 정말 느리다는 겁니다. 무슨 증기선 같아요. 유동성이 떨어져요. 우린 빨리 나아가는데 익숙합니다”

물론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잡스는 “그들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고 싶진 않았다는 점이에요. 그렇게 다 가르쳐 주고 나면 그들이 우리 경쟁자들에게 그것을 팔아먹을 수도 있잖아요”

전기에는 삼성전자와 잡스와의 인연에 대해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도 나온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추천사에서 스티브 잡스와 첫 대면한 시점을 2004년 12월6일로 적고 있다.

황 사장은 비장의 무기였던 플래시메모리란 카드를 들고 잡스와 대면했다. 플래시메모리는 전원이 끊기더라도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어 모바일기기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황 사장은 “그의 압도하는 눈빛, 그리고 그가 내보이는, 우주를 품은 듯 미래를 읽어 내는 범접하기 어려운 혜안은 나를 극도로 긴장시켰다”며 “스티브 잡스는 위대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대융합의 시대는)더 이상 덧붙일 게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게 없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그의 말이 지금 귓전을 맴돈다”고 회상했다.

이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COO)과 황 사장 등이 스티브 잡스의 만남 이후 애플은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제품을 쏟아내면 PC 회사에서 혁신적 모바일 기기 회사로 탈바꿈했다. 이 사장은 최근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2005년 당시 큰 거래가 있을 때 스티브 잡스가 집으로 초대해 친해지게 됐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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