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지경부, 인상폭과 시기 논의..."한전 의결안 실현 가능성 낮아"
한국전력(49,150원 ▲850 +1.76%)이사회가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10%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의결했다. 현재 90.3%인 원가보상률을 100%로 끌어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한전은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10%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의결하고 정부에 신청했다. 한전 이사회가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전기요금 인상안을 의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전 이사회가 정부와 협의도 않고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한 것은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으로 매년 수조 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요금 인상이 또 지연되면, 김쌍수 전 사장이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것처럼 추가 소송이 봇물 터지듯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 전 사장은 소액주주들로부터 "전기요금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아 회사가 손해를 봤다"는 이유로 2조8000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그는 곧바로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적자는 약 1조8000억 원, 누적부채는 33조4000억 원에 달한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 이사회는 7명의 사내이사와 8명의 사외이사로 이뤄져 있는데, 이번 의결안은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나왔다"며 "전임 김쌍수 사장이 소송을 당하자 더 이상 전기요금 현실화를 미뤄선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한전 이사회의 의결안을 승인해줄 지는 미지수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안에 전기요금을 한 번 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10% 인상안은 너무 높다는 반응이다. 특히 인상폭과 시기에 대해선 전기요금 현실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야하기 때문에 한전 뜻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위기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한전 이사회 의결안을 놓고 곧 지경부와 재정부에서도 들여다보겠지만, 재정부에서 물가를 이유로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상폭과 시기에 대해 논의해 보고 결정하겠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