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저지주 쇼핑몰들은 일요일 모두 문을 닫는다. 주법에 의해 휴무가 의무화돼 있다. 북뉴저지서 손꼽을 만한 쇼핑몰만 해도 리버사이드 몰, 버겐 몰 등 4개다. 백화점이 가장자리 크게 차지하고 안은 전문점들이 빼곡히 들어있다.
듣기로는 뉴저지에 많이 사는 유대인들이 주에 힘을 행사해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하나님이 세상을 만들고 휴식을 취한 성스러운 일요일엔 예배를 보는게 마땅한데 쇼핑으로 한눈팔게 해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란다.
그러나 몰들은 큰 불만이 없다. 반대급부로 평일 옷과 신발에 대해 소비세(일종의 부가가치세) 7%를 면세해주기 때문이다. 규제를 하되 다른 보완책을 줘서 기업체 매출과 상권 희생을 최소화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뉴저지 몰들은 평일날도 토요일 못지않게 붐빈다. 특히 인근 뉴욕주 등에서 쇼핑하러 많이 온다. 몰 문닫는 시간이 9시30분이다보니 퇴근 후 찾는 쇼핑객도 적지않다.
# 특파원 근무를 마치고 서울 강남 개포동 주공아파트에 거주지를 정하고 입주했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인데 인근에 이마트 같은 대형 할인마트가 없다. 대신 재래시장이 곁에 있다.
국수·만두·순대·오뎅·떡·김밥·곱창·닭발·쇠고기·중국음식...다양한 종류의 먹는 가게가 들어차있다. 생선가게, 부식가게, 일반편의점도 물론 있다. 우아함과 거리가 멀지만 요즘 여길 이용하는데 재미를 붙였다. 뉴욕에 있을 때는 바베큐 위주의 단조로운 한식에 식상했던 우리 가족은 요즘 군것질(?)이 부쩍 늘었다.
예전 살던곳에서는 대형 할인마트를 이용했다. 할인마트에도 식품코너가 있었지만 지금 재래시장에서 골라먹는 재미에 비할 수 없다. 재래시장의 재발견이라고 할까. 마트에서 랩으로 포장된 채 진열대에 인간미 없이 놓여져 있는 식품을 사는게 이제는 싫어졌다.
귀국후 산업2부장으로 부임하고 보니 대형마트·기업형슈퍼 규제가 뜨거운 감자가 돼 있었다. 그러나 재래시장을 좀 이용하고 보니 재래시장과 대형마트가 그렇게 큰 대체관계에 있는지 의문이 든다. 재래시장서 먹거리 외 생필품은 제대로 파는 곳이 없어 몇일치 소비할 것은 차를 타고 가서 대형마트에 들러 '떼기'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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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이 언제 어디서나 100%에 가까운 대체관계라면 획일적인 영업규제 등으로 대형마트 팽창을 막는 게 옳을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 마트와 재래시장간 대체관계 정도는 상권마다 다 다를 것이다. 또 몇년새 프랜차이즈, 할인마트, 기업형슈퍼의 득세가 추세가 되면서 농민을 비롯해 그곳에 납품해 먹고사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와 함께 기존 슈퍼주인이 가맹점으로 전환해 대기업 간판으로 바꿔 달아 매출을 키우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가맹점주에 대한 대기업 횡포를 막는다는 전제하에 그같은 추세를 장려하는 것이 상생의 길이 될 수 있건만 편법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유통의 다원성, 공존가능성을 무시한 획일적 영업규제는 실패를 예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가 한달 몇번 문닫으면 사람들 발길이 재래시장이나 동네 골목시장으로 향할까. 순효과가 플러스는 분명 아니라고 본다.
골목상인보다 농협 하나로 마트, 중대형 기업형 슈퍼, 지자체 터줏 대형슈퍼 등 이번 영업규제에서 빠진 곳이 어부지리할 가능성이 많아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말 기준 판매시점단말기(POS)가 2대 이상인 개인 대형슈퍼는 5044개다. 그런데 이같은 사람들을 키워 유통자본의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 규제의 목적인지도 분명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