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할증료 왜 안 깎아줘"…항공사의 꼼수?

"유류할증료 왜 안 깎아줘"…항공사의 꼼수?

이지혜, 김태은 기자
2012.11.05 05:50

일부 외국계 저가항공사 면제, 대다수 항공사 모른체..거리기준 명확해야 지적도

"제주도나 중국 칭다오나 비행시간은 한시간 남짓으로 비슷한데 왜 유류할증료는 중국 칭다오가 왕복 6만4000원으로 제주도 왕복1만3200원의 5배가량 되죠?"

"인천서 하와이 오가는 비행시간은 호주 시드니와 비슷한데 왜 유류할증료는 편도 30달러가량 더 비싸죠?"

'제2의 항공요금' 으로 불리는 유류할증료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높다. 저가항공사 취항이 늘면서 항공료 할인경쟁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지만 유난히 유류할증료만큼은 의미있는 경쟁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신규로 취항하는 외국계 저가항공사들을 중심으로 유류할증료를 받지 않거나 규정 요율보다 낮게 받고 있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그러나 국내 항공사와 대다수 외항사는 여전히 유류할증료를 낮추는데 인색하다.

◇ 일부 외국계 저가항공사, 유류할증료 면제 혹은 인하

4일 항공 및 여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각각 인천~간사이(오사카), 인천~나리타에 각각 신규 취항한 일본 피치항공과 에어아시아 재팬은 유류할증료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이하 4일 기준 요율). 인천~오사카 노선은 저가항공이 공격적으로 파고들며 요금 할인 경쟁이 가장 치열해진 곳 중 하나다. 우리나라 제주항공과 일본계 피치항공이 왕복 기준 8만원선의 가장 낮은 항공료로 손님을 유혹한다.

이외 홍콩을 거점으로 하는 대형 항공사 캐세이패시픽의 경우 인천~홍콩 노선에 대해 유류할증료를 편도 50달러로 돼 있는 정규 요율보다 37%낮은 31.5달러를 적용하고 있다. 또 필리핀국적의 저가항공사 세부퍼시픽은 인천~마닐라, 인천~세부노선에 대해 각각 편도 4만9000원, 5만5000원을 유류할증료를 받고 있다. 정규 요율 66달러 보다 각각 25~33% 낮다.

그러나 대부분 외항사는 물론 국내 항공사들은 대형항공사, 저가항공사 막론하고 유류할증료 인하에 인색하다. 여행사들은 이같은 관행이 항공사들이 정책적으로 유류할증료가 수익을 보전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탓이라고 분석한다. 정부가 항공운임에 유류할증료와 공항세 등을 포함해 운임 총액을 표시하는 총액운임제를 도입하는 등 경쟁을 유도하고 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 국내 항공사, 너나 할 것없이 유류할증료 경쟁 기피

근거리 노선인 인천~칭다오 노선은 국내 저가항공사의 취항으로 항공료 인하 경쟁이 뜨겁지만 유류할증료는 편도 29달러로 모두 동일하다. 이 노선서 제주항공이 왕복기준 항공요금을대한항공(28,100원 0%)17만원의 절반도 못되는 6만9000원에 내놓을 정도로 항공료 경쟁은 치열하다.

그러나 취항이 많으면서도 유류할증료 할인은 찾기 어려운 구조다. 아직 한국에 취항하는 중국 저가항공사는 없다. 게다가 한국에 취항하는 중국 정규 항공사도 한국 항공사와 비슷하게 항공요금을 깎아주면서도 유류할증료는 다받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외국계 저가항공사가 취항하지 않는 인천~후쿠오카 노선의 경우 유류할증료는 편도 29달러로 동일하다. 인천~괌 노선의 경우 제주항공이 대한항공의 66달러(편도기준)보다 낮은 56달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정책적으로 경쟁을 겨냥했다기 보다 산정 기간 차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항공사만 다니는 국내선은 모두 판박이로 같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 관계자는"유류할증료는 유가의 상승폭에 따라 항공사들이 비용으로 반영할 수 있는 상한선의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꼭 불리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가격 담합이 아니라 더 받을 수도 있는 것을 정부 규제 때문에 못받는다는 가격 통제의 논리다. 그는 이어 "유가 변동폭이 점점 커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를 즉각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유류할증료 거리기준 우선시 돼야" 지적도

그러나 아무리 업계 사정을 이해하더라도 너나 할 것 없이 너무 편하게 유류할증료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이 덜한 노선일수록 심하다. 현재 항공유 시세에서 미주노선은 편도 176달러라는 정규요율을 에누리없이 유류할증료로 고객에게서 받고 있다.

유류할증료 규정에서 거리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서 투명성을 높여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개편된 유류할증료 부과기준표는 지역별 노선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일본·산둥성에서 미주에 이르기까지 7개로 나뉘어져 있다. 유가가 오를수록, 한국에서 멀수록 유류할증료가 가중되는 구조다.

거리의미가 들어있기는 하지만 분명하지 않아 여전히 시비의 소지를 안고 있다. 하와이는 경우 호주 시드니와 편도 평균비행시간 9~10시간으로 비슷하나 미국령이라는 이유로 미주노선에, 호주 시드니는 대양주로 편입돼 있다. 일본 토쿄, 중국 베이징·상하이는 약 2시간 비행 거리권이나 유류할증요율은 중국이 더 높다.

비행거리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보니 항공사들에 불리한 것도 있다. 중국노선은 산둥성을 빼고 거리에 상관없이 모조리 같은 요율을 적용받는다. 가령 중국 서부끝인 우루무치는 싱가포르나 방콕가는 시간과 비슷한 편도 5시간30분 거리다. 그러나 기준표에 중국으로 편입돼 있어 유류할증료는 동남아 보다 낮게 매겨져있다.

현재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17단계에 해당하는 요금이 적용되고 있다. 거리가 가장 짧은 일본과 중국 산둥성이 편도 29달러로 가장 낮고 미주 노선 176달러다. 여행지역이 대체로 멀수록 유류할증교가 가중되도록 한 것은 일본, 중국처럼 거리가 짧은 곳이 여행이 상대적으로 많음을 고려한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여행객 중 67%는 단거리 구간인 중국과 일본, 동북아시아, 대양주 등의 노선을 이용하고 동남아 노선 비중은 20%, 미주와 유럽 노선 이용률은 12.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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