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국의 이상한 영화경제학

[기고]미국의 이상한 영화경제학

김화진 서울대 법대 교수
2013.08.09 08:09

콜라 한 컵의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 곳이 있다. 특급호텔, 테마파크, 국제공항 같은 특별한 장소다. 그런데 우리가 쉽게 자주 드나드는 곳 중에도 그런 데가 있다. 바로 영화관이다. 극장의 팝콘, 음료수 가격은 영화관 바로 앞 편의점 가격에 비교하면 비정상적인데도 신기하게 가격이 유지된다.

우리가 꼬박 앉아서 딴 짓 않고 100% 집중하면서 광고를 볼 때가 있다. 바로 영화관에서다. 어릴 때 영화 시작 전 광고와 예고편은 영화 본편보다 더 재미있는 보너스였다. 영화 상영 시작 시각이 정확히 언제인지 우리는 잘 모르고, 사실 별로 개의치도 않는다. 그러나 대개 시작 시각이라고 되어 있는 시각에서 한 10분은 더 광고가 나온다. 아예 10분 후에 가면?. 시작을 놓칠 위험이 있고 어두운 곳에서 죄인처럼 자리를 찾아야 한다.

또 극장에 앉아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보통 기분이 좋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환상적인 조건이다. 당연히 광고비가 비싸다. 같은 이유에서 옛날 '대한늬우스'는 정부 홍보에 효과적이었고 영화 시작 전에 애국가가 나오던 시절도 있었다.

관람료는 어떻게 나누어질까?. 미국의 경우를 조사해 보았다. 관람료 수입의 불과 25% 내외가 극장의 몫이라고 한다. 개봉 첫 주 관람료의 100%를 제작사가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스타워즈 에피소드 II). 2주, 3주로 넘어가면서 극장의 몫이 커지는 슬라이딩스케일을 채택해도 관객의 수가 같이 줄어들기 때문에 극장 입장에서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미국의 극장업자들은 극장은 영화 상영업이 아니라 사탕장사에 가깝다고 자조한다. 스낵장사와 광고수입으로 메운다. 국내에서 대형병원들이 수지가 악화되어서 주차장이나 장례식장 수입에 의존한다거나 대학이 기부금으로 지은 건물의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카페나 식당을 들인다는 이야기를 생각나게 한다.

영화경제학이 이렇게 기이한 이유는 영화의 제작비가 지나치게 비싸졌다는 데 있다. 가히 제작비 경쟁시대라 할 만하다. 3D 제작도 필수처럼 되어간다. 1초당 제작비 기록은 4600만원이다(라푼젤)!. 스타들의 거액 출연료도 큰 몫을 한다. 편당 평균출연료가 800억원이 넘는 배우도 있다(윌 스미스, 죠니 뎁). 거의 설국열차 두 편 제작비다. 월스트리트 금융회사 CEO들의 거액연봉 문제를 연상시킨다.

제작사들은 극장을 쥐어짜면 되니 효율적으로 경영할 인센티브가 크지 않다. 관객들이야 한 1만원 지불하므로 큰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팝콘과 음료수를 비정상적인 가격에 사고 불필요하게 열심히 광고를 보는 추가 시간을 생각하면 일종의 피해를 보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영화 시작 시각을 정확히 안내하도록 하는 법률 제정이 논의되기도 한다.

극장의 수입은 영화관람 환경과도 직결된다. 낡은 의자와 미적지근한 에어컨. 어두운 곳에서 화재 발생 시 안전 불안. 누가 지나갈 때 일어서지 않으면 안 되는 좌석간격. 이런 것들이 누적되면 사람들이 극장을 덜 찾게 된다.

극장에서 수입이 줄어들면 DVD나 다운로드 등 집에 앉아서 보는 영화의 가격도 결국 상승한다. 유료광고가 길어지면 무료광고인 예고편을 줄여야 한다. 이는 제작사, 극장, 관객 모두에게 손해다.

영화산업처럼 보편성을 가지는 산업에서 이 이야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국내 영화산업이 서서히 날아오르고 있다고 한다. 영화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작사들이 미리부터 효율적인 경영시스템을 차근차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비싼 영화에 집착할 일이 아니다. 제작비가 높을수록 투자자들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관람료 수입에서 극장의 몫이 40% 정도로 상당히 높다. 극장과 관객에게는 일단 유리한 환경이다. 그럼에도 광고는 너무 길고 예고편은 요약버전인 경우가 많다. 행여 미국식의 분배구조로 바뀌어 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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