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샐러리맨의 비애

[기자수첩] 샐러리맨의 비애

홍정표 기자
2013.10.16 06:50

"바다에 떠 있는 배는 떠안기지 못하겠죠?"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고통분담이란 명목으로 '점잖은' 성의표시부터 '맹목적인' 판매할당까지 감내한 기업 임원의 독백이다. 일터를 지키기 위해 경영진이 제시한 '애사행위'를 마다하기란 간단치 않다.

최근 법정관리 사태 속에 CP와 회사채 불완전판매 혐의로 투자자들에게 뭇매를 맞는 동양증권 임원 일부는 지난해 7월부터 월급봉투가 사실상 100만∼200만원씩 줄었다. 회사의 직간접 설득에 자사주를 매입해서다. 부서장이나 담당 임원이 솔선수범(?)을 하니 과·차장, 대리, 일반직원들도 눈치를 봐야 했다. 일부 직원은 주식을 사기도 했지만 회사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속만 태운다.

방식이나 규모가 다르지만 애사캠페인은 종종 등장했다. A그룹은 반도체 자회사가 자금난을 겪을 당시 '그룹 계열사 직원들을 위한 ○○○○주식 안내'라는 형식으로 이 회사 주식 매입을 독려했다.

B그룹 직원들에게는 2004년 카드사태 당시 기억이 새롭다. 전사적인 위기 돌파 차원에서 휴대폰 가입자 확대 캠페인이 진행된 것. 그 무렵 직급별로 목표가 정해져 휴대폰은 매력적인 단말기가 아니라 짐으로 인식됐다.

리조트를 운영하는 C사는 몇 해 전 오너가족이 상조회사를 설립하자 직원들은 회원유치에 나섰다. 즐거움과 슬픔을 함께 팔아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외환위기 당시에는 자금난 끝에 전자제품으로 월급을 대신 지급한 기업이 속출했다.

물론 이런 캠페인이 '독'이 된 것만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등떠밀려 회사 증자에 참여했거나 부동산 침체 시기에 아파트를 무이자조건으로 떠안은 직원들 중에는 해당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뒤늦게 부러움을 산 사례들도 있다.

하지만 샐러리맨에게 이런 독려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선박처럼 강제할당하기 어려운 품목을 만드는 곳이 차라리 낫겠다는 얘기까지 나올까. 동양증권 사례처럼 CP의 불완전판매로 그 피해가 자신에게 그치지 않고 선의의 고객들에게 미치면 애사마케팅은 동정조차 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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