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남아 철강 '정글만리' 대책은 있나

[기자수첩] 동남아 철강 '정글만리' 대책은 있나

오상헌 기자
2013.11.26 06:57

"동남아시아 시장이야말로 '정글만리'예요. 특히 건설인프라 투자 증가로 철강 수요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달 초 필리핀에서 만난 국내 기업 주재원의 말이다. 작가 조정래는 중국 대륙에서 각국 비즈니스맨이 벌이는 약육강식의 삶을 '정글만리'라는 조어로 표현했다. 이런 정글식 자본주의 법칙이 동남아 철강시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동남아 철강시장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국이 벌이는 '수출 삼국지'의 주무대가 된 지 오래다. 동남아 경제가 중국이나 인도 다음으로 높은 성장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이 지역 철강 수요는 매년 연평균 9%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2006년 300만톤에 불과하던 한국 철강업계의 동남아 수출량은 이미 800만톤을 넘어섰다. 전체 한국 철강 수출량의 4분의1에 육박하는 23%를 차지한다.

문제는 철강교역 규모에 비례해 동남아 각국과 통상마찰 빈도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으로부터 한국 철강이 규제나 조사를 받는 수입규제는 이달 현재 15건에 달한다. 철강 거래가 많아질수록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덩달아 커지고 있어서다.

보호무역주의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심리의 발현이다. 하지만 억지스럽고도 무분별한 수입 규제까지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각국의 수입규제를 건건이 분석해 보면 다분히 '수출대국' 한국에 대한 반감이나 감정적 조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얼마 전 한국철강협회가 아세안철강위원회(AISC) 제2차 협력회의에서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 남발에 우려를 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철강협회는 "대화를 통해 통상마찰을 해결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아세안은 한국 철강의 최대 수출시장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이 나와야 할 듯 싶다. "동남아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있어 불필요한 분쟁 자체에 휘말리는 사례가 우리 기업에 비해 현저히 적어요."(동남아 진출 한국기업 관계자) 우리 정부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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