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람들은 기내식에 유난히 민감합니다"
외국계 저가 항공사 관계자들을 만나면 한국에 취항할 때 가장 큰 '문화적 충격'이 기내식이라고 한다. 한국 승객들은 기내식이 입에 안 맞으면 곧바로 항의를 하며, 일부 외국계 항공사가 따로 돈을 지불해야 기내식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다음부터 해당 항공사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것이다.
외국여행을 자주 가는 허미정 씨도 최근 저가 항공사를 이용했다가 기내에서 생수를 3000원에 파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허씨는 이 항공사의 방침이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돈을 내고 생수를 사 먹었지만 속으로 다시는 이 항공사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외국계 저가 항공사의 기내식 정책이 의외로 합리적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1만원만 내면 훌륭한 기내식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저가 항공사인 스쿠트항공은 스타셰프 앤이 레시피를 개발한 태국식 레드카레를 12싱가포르달러(한화 1만원)에 기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에어아시아엑스도 지난해 국내 스타셰프 신군과 함께 한식 기내식 ‘치킨 김치 두르치기’ 메뉴를 개발하고, 1만원에 판매한다.
온라인에서 사전 주문을 하면 8000원에도 먹을 수 있어 공항 탑승동 레스토랑 메뉴보다 맛이나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한국 저가 항공사들은 '한국인 정서'를 감안해 아직까지 기내식을 무료로 주고 있다. 문제는 기내식의 품질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주먹밥이나 빵 같은 간단한 분식류를 주는데 그마저도 찬 음식 일색이어서 고객들의 항의가 만만치 않다. 진에어와 제주항공이 취항하는 미국령 괌처럼 4시간 이상 소요되는 노선은 승객 항의가 더 거세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이 호박밥이나 냉면 같은 기내식으로는 좀처럼 먹을 수 없는 서비스를 적극 광고하고 나서 주목된다. 그러나 이런 대한항공도 단거리 노선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수준 낮은 분식류 기내식을 내놓고 있어 '두 얼굴'이라는 지적도 있다.
고객들에게 항공료 인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기내식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항공사들의 묘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내식을 작은 서비스라고 생각하지 말고 기분 좋은 기내식이 그 항공사를 다시 찾는 핵심 요인이라는 사실을 항공사들이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