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덕수 회장이 일군 STX가 하루아침에 공중분해돼 힘든 한 해였습니다. 선장이 바뀌었지만 이루지 못한 '월드 베스트'(World Best·세계 최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내년에 열심히 뛰어야죠."
자율협약 이후 고강도 구조조정 속에 살아남은 STX 직원의 얘기다. STX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올 7월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게 됐다. STX를 한때 재계 10위권에 들도록 키운 강덕수 회장은 자율협약을 맺은 지 2개월도 안 돼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구조조정 속도는 가속화됐다. STX조선해양은 지난 10월 임원 수를 절반 가까이 줄이고 사업부문을 통·폐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난달에는 서울 남대문 사옥에 자리한 서울사무소도 철수했다. 최근에는 경남 진해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면담을 진행 중이다. STX조선은 직원들에게 회사가 제안한 권고사직에 응하는 경우 수개월치 월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STX조선에서 중국 다롄조선소로 파견나간 직원 대부분도 권고사직을 당했다.
인력구조조정 한파는 STX의 지주회사격인 ㈜STX에도 불어닥쳤다. ㈜STX는 그룹 해체에 따라 지난 10월 최근 10% 안팎의 인력감축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연초 대비 ㈜STX 직원 수는 50% 가까이 줄어들게 됐다.
법정관리 중인 STX팬오션도 10월까지 직원의 최대 30%가량을 줄이는 등 STX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에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유동성 위기의 불을 제 때 끄지 못한 탓에 이런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일이다. 채권단이 인정을 베풀며 자금을 지원할 리 없기 때문이다. "선제적인 지원이 있었더라면…" 등의 아쉬움은 남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됐다. 아픔이 있다면 가슴에 새겨둬야 할 일이다. 임직원이 하나 돼 다시 뛴다면 조속한 경영 정상화가 불가능할 것도 아니다.
한때 재계 10위 안에 오른 저력으로 이번 위기를 극복해 다음 위기에는 가장 견고한 기업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