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부품계열·협력사 동반진출 5년...누적 150만대 '생산성최고' 지역경제 버팀목
미국 남부 조지아주의 작은 소도시인 웨스트포인트. 2009년 기아차 조지아공장(KMMG) 설립 후 지금은 'KIA Ville'(기아 마을)로 더 유명한 곳이다. 지난 달 12일(현지시각) 오후 애틀랜타에서 85번 고속도로를 따라 1시간 남짓을 차로 달리자 오른 쪽 옆으로 'KIA'라는 로고가 선명히 박힌 거대한 물탱크가 한 눈에 들어왔다.
'KIA Boulevard'(기아대로), 'SORENTO Road'(쏘렌토 도로) 등 표지판도 온통 'KIA' 일색이다. 전병호 조지아공장 경영지원실장은 "KIA 로고나 도로명은 공장 설립 당시 주정부가 준 파격적인 인센티브 중 하나"라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KIA 브랜드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아공장에 들어서니 주차장과 건물 주변에 갓 생산된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이 빼곡히 도열해 있다. 새해 첫 날인 지난 2일 현지에서 공식 출시된 '올 뉴 쏘렌토'다. 기아차가 SUV 명가 재건의 기치를 내걸고 야심차게 선보이는 신차인만큼 시판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에 들어간 공장 내부의 열기는 뜨거웠다. 완성차의 마지막 품질점검을 하는 현지 근로자의 작업복엔 땀이 흥건했다.
김의성 조지아공장 품질지원실장은 "조지아공장 생산 차종(쏘렌토 싼타페 K5)의 상품성이나 품질력은 이미 일본 완성차와 '미국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를 넘어섰다"며 "올 뉴 쏘렌토 출시를 계기로 조지아공장의 '제2의 도약'이 시작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완성차+계열사+협력사' 집적화 생산시스템 "5년만에 150만대"= 조지아공장은 지난해 누적생산 150만 대를 돌파했다. 2009년 11월 쏘렌토를 첫 생산한 후 5년이 채 안 된 시점에 이뤄낸 기록이다. 현대기아차의 전 해외공장 중 최단시간이다. 미국 내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전문 공장 중에서도 단연 최고다.
조지아공장에서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HPV)은 15.9시간. 국내 공장의 절반 수준이다. 시간당 생산능력(UPH)도 68대에 달한다. 덕분에 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006년 1.6%에서 지난해 3.6%로 2배 이상 커졌다. 단기간 내에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현지 공장 관계자들은 현대기아차만의 '집적화된 일관 생산시스템'을 첫 손에 꼽았다. 기아차 조지아공장엔 현대모비스(모듈)와 현대파워텍(변속기), 현대글로비스(유통물류), 현대하이스코(강판) 등 계열사 공장들이 같이 자리해 있다. 엔진은 134km 떨어진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에서 직접 조달한다. 완성차 생산공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집적화하라는 정몽구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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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주요 부품을 생산계획에 맞게 실시간으로 조달함으로써 생산성이 향상됐다. 전 실장은 "현대글로비스의 물류시스템을 활용한 차별화된 부품 공급구조와 효율성이 높은 생산시스템을 통해 원가가 낮아졌고 '규모의 경제'도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3600명 소도시 직접고용 1만5000명, 제조중심지 된 조지아= 지난해 조지아공장에 BMW 스파턴버그 공장(사우스캐롤라이나) 관계자들이 찾아 왔다. 조지아공장의 물류·생산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기아차 현지 공장 관계자는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도 부품창고와 생산라인의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아차의 최첨단 부품 공급시스템(RPCS)을 따라하고 싶어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미국 시장에 동반진출한 협력사들과의 '상생협력'도 조지아공장의 빼놓을 수 없는 성공 비결로 꼽힌다. 조지아와 앨라배마를 잇는 85번 고속도로 주변엔 현대기아차와 함께 미국에 진출한 협력사 30여 곳이 몰려 있다.
현대기아차 미국공장에 스테빌라이저바와 코일스프링을 납품하는 대원아메리카의 김충훈 법인장은 "동반진출 이후 현대기아차향 부품의 품질과 기술력이 더욱 향상됐고 GM과 크라이슬러 등 미국 현지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물량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과 목화산업이 발달했던 조지아주의 변화도 놀랍다. 고용이 늘고 지역경제가 살아나면서 제조업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2013년말 기준 기아차의 현지 직접고용 인원(협력사 포함)은 1만5000여 명에 달한다. 웨스트포인트 인구가 3600명, 인근 라그란제가 3만6000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기아차가 지역경제를 되살린 셈이다.
웨스트포인트를 포함한 트룹 카운티의 실업률은 2009년 12.3%에 달했으나 2013년 말 7.7%로 낮아졌다. 기아차 관계자는 "기아차 외 제조업체가 없으므로 사실상 기아차 고용효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네이선 딜 조지아주지사는 얼마 전 조지아공장 경영진을 만나 "앞으로 기아차를 투자유치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기아차 효과'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