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가솔린 자동차 연비 혁신 주도 보쉬 독일 뉘른베르크 제1공장

'히틀러가 사랑한 도시'라는 별칭이 있는 독일 뉘른베르크는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폭격으로 도시 대부분이 폐허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폭격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쟁 전 고색창연한 모습을 회복했다. 곳곳에 스토리를 품은 교회와 성벽, 오래 된 관공서 건물이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이 유서 깊은 도시에 전세계 가솔린 자동차 연비 개선과 배출가스 저감 기술을 주도하는 공장이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의 가솔린 부품 분야 '리딩 팩토리(선도 공장)'인 '뉘른베르크 제1공장'이다.
"전세계적으로 연비 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당장 2020년부터 자동차메이커들이 한국에서는 리터당 평균 24.5km, 유럽에서는 25.1km로 연비를 높여야 합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유일하게 필요한 것은 '기술'입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방문한 보쉬 뉘른베르크 제1공장에서 만난 안드레아스 함페 공장장(수석부사장)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소개하면서 '기술'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 연비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 현재 가솔린 차량 분야에서 연비 저감을 주도하고 있는 기술은 GDI(연료직분사) 엔진이다. GDI는 연료를 흡기포트가 아닌 실린더 안에 직접 분사해 연소시킨다. 점화장치가 있는 것만 제외하고는 디젤엔진과 같은 구조여서 기존 포트 연료 분사(PFI) 엔진 대비 연료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15%까지 줄일 수 있다. 자동차업계에 열풍이 불고 있는 '엔진 다운사이징'도 GDI 기술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보쉬는 1937년 비행기 엔진용 기계식 고압 GDI 시스템을 처음 개발했고, 1954년 메르세데스 벤츠 300 SL 모델에 기계식 GDI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GDI 자동차 시대를 열었다. 2000년에는 전자 GDI 시스템 양산을 시작해 폭스바겐 '루포'에 장착했다.
현재 전세계 GDI 부품 시장에서 보쉬의 점유율은 60% 이상이다. 서유럽의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 올해 PFI 방식의 차량이 310만대, GDI 차량이 340만대로 예상될 정도로 이미 GDI 차량이 PFI 차량을 앞질렀다. 2020년에는 GDI 차량이 430만대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전세계 차량의 4분의1에 GDI 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보쉬의 뉘른베르크 1공장에서는 GDI 기술과 관련한 고압 인젝터(HDEV)와 고압펌프(HDP), 스로틀밸브(공기유입기), 고압 연료 레일 등 주요 부품을 생산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전세계 자동차 브랜드에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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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카락 굵기 100분의 1' 정확성= GDI 부품 가운데 고압펌프를 제조하고 있는 라인을 직접 둘러봤다. 보쉬가 생산 중인 밸브는 200바(bar)의 압력으로 연료를 실린더 안에 분사해 준다. 압력이 높을수록 보다 연료 입자를 가늘게 분사할 수 있고 소음은 감소하는데, 내년 1분기부터는 250bar, 2017년부터는 350bar 압력의 연료펌프를 생산할 계획이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연비저감 계획에 맞춘 일정이다.
공장 라인은 1미터 길이의 철봉 형태로 된 소재를 밀링 머신으로 잘라 고압펌프의 몸체가 되는 10cm 크기의 '하우징'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된다. 자동화된 기계에서 물과 오일, 드릴 비슷한 기계가 쇠를 깎아내고 있었다. 단순한 것 같아도 1mm의 1000분의 1인 '미크론' 단위의 정밀함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의 오차만 허용한다.
자동차 모델의 엔진마다 연료펌프의 크기도 각각이다. 하우징 역시 다양한 크기로 만들어야 한다. 이 곳에서는 같은 라인에서도 단순한 프로그램 조작만으로 30여개의 다른 크기의 하우징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규격의 제품을 만드는 건 보쉬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밀링 머신에서 형태가 만들어진 하우징은 고압으로 분사되는 물로 표면이 매끄럽게 다듬어진다. 작업자에게 물의 압력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지만 "기밀사항"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표면이 다음어진 하우징을 초음파로 이물질을 제거하고 부품을 조립하면 고압펌프가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레이저 용접이 4번 이뤄지는데, 이 역시 미크론 단위의 정확성을 요구한다. 하나의 고압 펌프가 완성될 때까지 거쳐야 하는 공정은 49개에 이른다.
◇ '커뮤니케이션'으로 끊임없는 공정개선, 다음 단계는 전세계 공장 설비 ‘연결’= 공장의 한쪽에는 아직 가동을 시작하지 않은 새로운 라인이 들어서 있었다. 새 라인은 기존 라인에 비해 투입되는 인원이 절반만 필요할 정도로 자동화가 더 진행됐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라인으로 교체가 이뤄짐에 따라 뉘른베르크1공장의 전체 부품 생산 능력은 2011년 4만175개에서 지난해 4만7795개로 18.9% 증가했지만, 임직원 수는 같은 기간 1991명에서 1804명으로 9.3% 줄었다.
함페 공장장은 "자동화로 라인 작업자는 줄어들겠지만 비즈니스가 성장해 다른 분야에 필요한 고용을 늘릴 수 있다"며 "특히 숙련된 고학력자 채용을 더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보쉬의 또다른 경쟁력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정을 끊임없이 공정을 개선하고 효율성을 높인다는 데 있다. 이를 '콘티뉴 인프루브 프로세스(continue inprove process)'라고 부른다. 뉘른베르크 제1공장에는 매일 아침 각 라인 담당자들이 모여 개선 사안과 수정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2년 전부터는 이를 태블릿PC를 통해 관리한다. 이에 따라 제품 유지와 수선 등에 들어가는 시간이 단축돼 생산성이 5% 향상됐다.
이런 내용은 한국의 대전과 중국, 미국 등 전세계에 있는 공장과 공유된다. 이뿐 아니라 각국의 공장에서는 공정마다 2∼3명씩 이 공장에 파견돼 공정을 체화하고 다시 본국의 공장에 되돌아가 현장에 적용한다. 이렇게 해 전세계 공장에서 같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기계의 점검 보수와 관련된 내용은 항상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기록하는 방식처럼 공정 작업자들이 항상 업데이트하면서 관리한다. 공정을 새롭게 익히기가 그만큼 쉽다. 현재 보쉬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불량률은 8ppm다. 완제품 100만개 가운데 불량 제품은 단 8개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함페 부사장은 "전세계의 라인 설비를 모두 컴퓨터로 연결해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스마트 팩토리'를 다음 단계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