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차체별 신소재 개발해 통째로 고객사에 제안…수입소재 대체 위해 철분말공장 올해초부터 생산 시작

지난 11일 전남 여수공항에서 차로 30여분 달려간 광양만은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포항제철소(893만㎡)의 약 2배에 달하는 1759만㎡는 단일 제철소 기준 세계 최대규모다. 국제공인규격 축구장 2000여개가 넘는 넓이다.
지난해 포스코가 생산한 자동차강판 850만톤 중 거의 대부분은 광양에서 나왔다. 지난해 전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9010만대였다. 차 1대당 1톤 가량의 철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새로 나온 전세계 차량 10대 중 1대의 강판은 전남 광양만에서 만들어진 셈이다.

◇아연 욕조 거친 냉연코일, 반짝이는 GI-ACE로 탈바꿈
파란 지붕의 광양제철소 제 5~6CGL라인(Continuous Galvanizing Line)에 들어서자 쉴 새 없이 GI(용융아연도금강판)가 생산되고 있었다. 광양제철소는 공정별로 지붕 색을 달리 한다. 고로에서 쇳물로 반제품 슬래브를 만드는 열연 공정은 빨간색, 상온 압연 이후 자동차 강판 등을 만드는 냉연 공정은 파란색, 철광석과 석탄 등 원재료 창고는 회색으로 칠하는 식이다.
빨간 지붕의 광양제철소 내 고로 5기에서 나온 쇳물이 슬래브가 되고, 얇게 펴진 뒤(열연) 표면처리와 상온 압연(냉연)을 끝내면 CGL로 넘어온다. 얇게 펴진 냉연 강판이 초속 3m로 아연이 담긴 욕조를 거치며 하늘로 솟구치자 거울처럼 반짝거렸다. 아연 양을 조절하기 위해 '에어 나이프'로 끊임없이 도금강판에 공기를 분사했다.
포스코는 일반 GI에 특수한 표면처리를 더한 고기능강 GI-ACE를 개발해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완성된 GI-ACE와 일반 GI 표면을 현미경으로 관찰하자 GI-ACE의 표면에 훨씬 많은 결정들이 보였다.
김성환 포스코 기술연구원 박사는 "GI-ACE는 표면 결정입자를 육안 관측 불가능한 크기로 처리해 매끈하고 미려하다"며 "일반 GI에 비해 기름때가 잘 안 묻으면서도 도장성, 광택이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고객맞춤형 소재 제안 '차를 통째로'
제철소 정문 밖으로 나와 포스코 기술연구원 3연구동으로 들어서자 내장재와 타이어를 제외한 '껍데기 차'가 전시돼있었다. 차량 부위별로 적합한 철강 소재에 대해 포스코가 개발한 강종 이름과 인장강도 등 특성을 표시한 딱지가 붙어있었다.
포스코는 이 차체를 고객사에 보여주며 차 개발 단계부터 소재를 제안한다. 정육점에서 쇠고기 부위를 11곳으로 나눈 것보다 더 세밀하게, 20여가지 강종을 부위별로 나눠 붙여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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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Dual Phase)강, CP(Complex Phase)강, TRIP(TRansformation Induced Plasticity)강, 마그네슘 등 부위별로 적합한 소재를 설명하던 김성환 박사는 차 범퍼 빔에 적용된 TWIP(TWinning Induced Plasticity)강에 대해 "포스코가 독자기술로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망간을 섞은 TWIP강은 강도가 높으면서 연성이 뛰어나 복잡한 형태의 부품 성형에 용이하고 충격에너지를 잘 흡수한다.
전세계 24개 완성차업체를 고객으로 둔 포스코는 차 외판 외에도 내장재 역시 맞춤형으로 공급한다. 벽면에 걸린 자동차 엔진 크래들(엔진부 전체를 올려놓는 틀)은 용접 이음새가 없었다. 포스코가 파이프 형태로 소재를 전달하면, 제조사에서 금형에 넣은 뒤 파이프 안에 고압을 분사해 복잡한 형태를 일체형으로 만든다.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소재 공급력이 포스코의 경쟁력이다.
이밖에도 고기능표면처리를 통한 셀프힐링 도료, 경량화를 위한 알루미늄 합금 등이 연구되고 있다. 셀프힐링은 차 외부에 흠집이 생길 경우 도료가 그 흠집을 자연스레 메워 티나지 않게 하는 기술이다.
알루미늄 합금은 슬래브 제조시 표면에 생기는 기포로 인한 품질 저하를 막는 신기술이다.
김 박사는 "신기술 외에도 용접 등 일상 작업에서 고객이 문제를 느끼면 용접봉, 온도 등의 조건 변경을 제안하며 소재 이상의 것을 고객에게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권오준 회장이 외쳐온 포스코의 '솔루션 마케팅' 실체였다.

◇車업체 '가려운 곳' 긁어주는 철분말공장
연산 3만톤의 철분말공장은 광양제철소 후판 제강공장 한켠 1만6860㎡ 부지에 있었다. 올해 1월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철분말은 자동차 엔진 및 변속기 등 구조용 부품원료로 사용된다. 전세계 5위권 생산량을 자랑하는 국내 자동차업계지만 지난해까지 연 7만톤 가량의 철분말 수요를 미국, 캐나다 등의 해외업체에 전량 의존해왔다.
제강공장에서 나온 1630℃의 용강을 폭포처럼 떨어뜨리면, 주변 구멍에서 135바(bar)의 압력으로 물을 분사한다. 물과 만난 용강은 70㎛의 산화철분말이 돼 검은 가루로 변한다. 이를 수소, 질소 등과 반응시켜 환원시키면 떡형태의 철분말이 만들어진 뒤 차 부품을 만드는 소결업체로 옮겨진다. 소결은 철분말로 부품을 만든 뒤 고온처리하는 과정이다. 소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부품은 손으로도 부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약하다.
포스코는 자동차업계 수요에 따라 철분말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늘려갈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이달 3일 연산 50만톤의 광양제철소 7CGL을 착공하며 글로벌 자동차업체 공급을 늘려가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2020년까지 총 1200만톤의 자동차강판 생산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라며 "이를 통해 글로벌 2위 자동차강판 생산 철강업체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