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속 'THE EL' 테스트타워 및 생산공장 가보니… 구조조정 현대그룹 '효자' 노릇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현대엘리베이터 이천공장에 있는 ‘현대아산타워’.
1080mpm(1분에 1080m 상승) 속도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 ‘디엘(THE EL)’에 올라타자 문이 스르륵 닫히면서 엘리베이터가 안으로 한뼘 ‘쏙’ 들어온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직후 안으로 5mm 들어오는 소음저감형 특수 도어가 있어 바깥 진동과 소음, 기압을 차단하는 것.
엘리베이터는 조용히 움직인다. 1층에서 50층까지 25초만에 이동하는 속도임에도 불구하고 귀가 전혀 멍멍하지 않다. 흔들림을 테스트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창 위에 올려둔 100원 동전은 미동도 없다.
디엘은 자동차처럼 서서히 속력을 높이며 운행하다가 일정구간에서 최고속도로 움직인다. 이용자가 원하는 층수에 가까워지면 천천히 속도를 낮추면서 급감속으로 인한 진동과 충격을 막아준다. 30층부터는 50층까지는 속도를 올리지 않는 감속구간이다.

◇"미래 엘리베이터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관건"
디엘 옆에는 '더블데크' 엘리베이터가 있다. 더블데크는 한 개의 승강로에서 복층처럼 만들어진 두 대의 승강기를 운행하기 때문에 건물의 가용 면적을 늘려준다. 두대의 승강기는 서로 간격을 최대 6m까지 띄워 충돌하지 않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더블데크와 관련 '층간격 맞춤장치

' 특허를 갖고 있다. 미국 오티스나 일본 미쓰비시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더블데크는 이미 서울 용산 LG유플러스 신사옥에 설치돼 상업운행중이다.
문완기 현대엘리베이터 R&D센터 기술연구소장(상무)은 "더블데크 엘리베이터는 가장 붐비는 출근시간, 식사전·후 시간, 퇴근시간 수요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행선층별로 최적의 엘리베이터를 배치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엘리베이터가 속도와 성능 경쟁을 했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 경쟁"이라며 "회의실 등 사람들이 자주 서는 층 엘리베이터에는 올라가는 콜, 내려가는 콜을 특정 시간대에 몇명이 보냈는지 분석하는 '애리얼센터'를 장착해 엘리베이터를 집중적으로 해당층에 보내는 기술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유선형 캡슐 케이지, 진동을 최소화하는 액티브 가이드 롤러, 소음저감형 특수 도어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60층 건물 기준 부품이 2만2000여개 들어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오티스나 미쓰비시가 온갖 곳에 특허를 걸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기술을 우회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것이다.
현대아산타워에는 필기인식 숫자판, 사용자의 손이 가까이만 가도 올라가고 내려가는 버튼이 자동 눌러지는 '터치리스 버튼'과 '텐키(Ten-key)' 버튼이 있다. 텐키는 휴대폰 키패드처럼 0부터 9까지 10개의 숫자로만 구성돼 숫자들을 조합해 누르면 되며 숫자판 공간을 줄여준다. 특수바닥조명 엘리베이터에 타니 바닥에 있는 빛감지센서가 사람 그림자를 인식해 조명을 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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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의 심장은 '권상기(traction machine)'. 생산현장에서 제조공정이 끝난 권상기는 현장명, 현장번호, 품명, 출하일 등이 적힌 스티커가 붙은 채 비닐 포장돼 있다.
이곳 공장에서 생산되는 초고속 9상 동기전동기는 한 프레임내 3개의 동기전동기 3개가 결합된 것이다. 도르래 방식을 기본으로 하는 엘리베이터 작동에서 자석 원리를 접목한 것이다. 조찬호 현대엘리베이터 과장은 "일부 부품에 문제가 생겨도 나머지 동기전동기가 운행해 고장을 방지한다"고 말했다.
바로 옆 고객센터 '현대CCC(Customer Care Center)'는 365일 24시간 운용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위치정보에 기반해 전국에 설치된 현대엘리베이터 운용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직원들은 3교대로 근무한다. 첨단 원격관리서비스(HRTS)는 실시간으로 엘리베이터 운행상태를 감시해 오류코드를 바로 잡아낸다. 원격으로 엘리베이터를 재부팅하는 것만으로 고장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고장난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엘리베이터 기사를 바로 호출하기도 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 등 구조조정을 둘러싼 문제를 겪고 있는 현대그룹에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3480억원, 영업이익 156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3%, 21.7% 오른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국내 승강기 시장 점유율은 45% 가량으로 9년 연속 1위다.
공장 건물엔 21일로 별세 15주기를 맞은 아산 정주영 현대 창업주 명예회장이 직접 쓴 글이 걸려 있다. "담담(淡淡)한 마음을 가집시다. 담담한 마음은 당신을 굳세고 바르고 총명하게 만들 것입니다"는 현대 사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