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300년 용광로 대체"…포스코 파이넥스공장 쉴틈없다

[르포]"300년 용광로 대체"…포스코 파이넥스공장 쉴틈없다

포항=황시영 기자
2016.04.01 06:00

포항제철소 제3 파이넥스 공장…중국·인도·이란·베트남 등 개도국 '반색'

포스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3공장 전경./사진=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3공장 전경./사진=포스코

"파이넥스는 300년 고로 역사를 대체할 경제적, 친환경적 기술입니다."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태동이 시작된 곳, 경북 포항시 영일만에 위치한POSCO(347,500원 ▲6,500 +1.91%)포항제철소. 열연, 냉연, 후판, 선재, 스테인리스스틸, 전기강판 등 크게 6종 철강제품을 생산해 전세계 자동차·전자·조선 고객사들에게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 포스코의 본사다. 연간 1800만톤 쇳물(풀가동 기준)을 생산하며 일관제철소 기준 세계 2위인 이 곳에는 전세계 여느 제철소에도 없는 제철 기술이 있다. 바로 고로없는 친환경 제철공법 '파이넥스(FINEX)'다.

포항제철소 정문에서 7km 차로 이동하면 포스코의 신성장동력이자 기술 수출의 요람인 '파이넥스 제3공장'이 있다. 포항에 있는 3개의 파이넥스 공장 중 최신 공정을 갖춘 곳이다.

한 눈에도 파이넥스는 전통적인 쇳물 생산 방식인 고로(blast furnace)와 비교해 쇳물을 생산하는 방식이 간단해 보인다. 소결(철광석) 공정과 코크스(유연탄) 공정이 아예 없다. 고로 방식이라면 열 전도가 잘 되도록 검정색 가루 상태의 철광석을 덩어리 상태로 굽거나 찌는 '소결' 원료 예비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파이넥스는 철광석 가루를 바로 투입할 수 있다.

브라질, 호주, 캐나다 등 특정 국가에서만 나오는 고품질 철광석을 수입하지 않아도 값싼 저품위 철광석을 캐낼 수 있는 국가라면 파이넥스로 쇳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중국, 인도, 이란,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 개도국들이 파이넥스에 반색하는 이유다.

공장을 안내하는 윤영식 포스코 파이넥스 기술팀장의 목소리도 밝다. 윤 팀장은 "파이넥스는 고로 대비 시설투자비를 15% 절감할 수 있다"며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비산먼지 감소 효과도 누릴 수 있으며 특히 질소산화물은 고로 대비 15%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파이넥스 3공장은 유동로가 4개인 파이넥스 1, 2 공장과 달리 유동로 3개만으로도 가동돼 파이넥스 기술의 진화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용광로와 파이넥스 공법 비교./사진=포스코
용광로와 파이넥스 공법 비교./사진=포스코

파이넥스 3공장에 우뚝 서 있는 용융로의 층고는 20m(미터)에 불과하다. 일반탄과 분광석(철광석)을 넣는 2가지 통이 따로 있다. 일반탄이 성형탄이 되고, 철광석은 유동로 3곳을 지나면서 환원철이 된다. 유동로 3곳을 지나면서 철광석에서 산소가 60% 가량 제거돼 환원철로 바뀌는 것이다. 환원철은 다시 HCI(Hot Compacted Iron)로 변신하고, 이 HCI가 성형탄과 함께 용융로로 들어가 쇳물로 생산돼 나온다.

파이넥스는 지난해부터 기술 수출이 한참 진행되고 있다. 중국 충칭강철과 인도 우탐갈바, 이란 PKP사와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고 파이넥스 1공장은 국내에서 수명을 다하고 인도로 설비가 이전된다.

이외에도 파이넥스는 9건, CEM(압축연속주조압연설비)은 7건을 기술 수출 협상중이다. 베트남 최대 국영 철강사인 베트남(VN)스틸, 카자흐스탄 ERG사 등이 포스코와 파이넥스 관련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CEM은 쇳물로 만든 고온 슬라브(후판의 원재료)를 식히지 않고 바로 압연해 가공비를 줄이는 공법이다.

파이넥스 방식으로 제조된 쇳물이 나오고 있다./사진=포스코
파이넥스 방식으로 제조된 쇳물이 나오고 있다./사진=포스코

포스코가 1992년부터 꾸준히 파이넥스 공법 연구에 5500억원, 설비에 2조원을 투자한 결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는 1996년 모델플랜트, 1999년 파일럿플랜트를 만들었고 2003년 6월 60만톤 규모 데모플랜트(파이넥스 1공장)를 준공했다. 이어 2007년 150만톤 규모의 파이넥스 2공장, 2014년 1월 200만톤 규모의 파이넥스 3공장을 준공했다.

파이넥스는 리튬추출 기술, CEM과 함께 포스코의 3대 고유기술로 불린다. 전세계적으로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중국과 가격경쟁으로 15년전 철강제품가와 비교해 30% 가격이 내려간 저성장 국면에서 파이넥스는 신성장동력이다. 이때문에 포스코는 올해를 파이넥스 수출 원년으로 잡고, 3월 11일 주주총회에서 '기술 판매 및 엔지니어링 사업'을 추가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의결했다.

제3 파이넥스 공장은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도 부생물을 이용해 자체 생산하려고 하고 있다. 이상춘 포스코 상무는 "450~500℃인 부생가스를 배열회수장치를 거쳐 전력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이넥스 공법으로 탄생한 1500℃의 펄펄 끓는 시뻘건 쇳물은 토페도카(torpedo car)를 타고 철길을 따라 제강공장으로 이동한다. 일반 고로에서 나오는 쇳물과 다를 바 없다. 어뢰 모양의 특수 열차인 토페도카에는 48시간 가량 1500℃ 온도를 유지하는 내화벽이 내장돼 있다. 토페도카 하나는 약 300톤의 쇳물을 받을 수 있다. 제강공장에서는 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필요한 합금을 추가해 성분을 조정한다. 이어 벽돌 모양의 슬래브로 가공되는 연주공정을 거친다.

마지막은 압연 공장이다. 고객사 요구에 따라 두께와 사이즈를 결정하는 곳으로, 마무리 압연(finishing roughing)까지 거치면 두루마리와 같은 코일형태 열연 제품이 탄생한다. 코일 길이는 1.0~22mm, 두께는 700~800mm 범위에서 결정된다. 시뻘겋던 쇳물이 식어 회색빛(스틸색)이 되면 온도가 500~600℃로 내려가고 나머지는 자연 바람으로 식힌다. 진회색은 크롬과 니켈을 첨가한 스테인리스 코일, 밝은색은 열연 코일이다.

포항제철소를 나서는데 "자원(資源)은 유한(有限), 창의(創意)는 무한(無限)"이라는 정문 간판이 보인다. 저품위 철광석까지 이용할 수 있게 만든 파이넥스를 의미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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