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찬구 형제간 화해 불구, 실사보고서 조작 의혹 계속…아시아나 "적법 절차 거쳤다"
금호터미널 매각과정에서 가격 산정의 근거였던 실사 보고서를 현행법상 업무를 맡을 수 없는 삼정KPMG가 만들었다는 업계의 증언이 나왔다.
박삼구-박찬구 회장 간 금호가(家) 형제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금호터미널 헐값 매각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경찰 수사결과에 따라 형제 간의 화해와는 별개로 오너의 이익을 위해 무리한 합병을 진행한 것에 법적 책임이 뒤따를 수 있다. 실사 보고서 조작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의 합병으로 탄생하는 새 지주사 '금호홀딩스' 자체가 무효화 될 수도 있다.
(☞본지 8월11일자 1면 보도[단독]금호터미널 실사보고서 위조 의혹, 경찰 수사착수참고)
11일 재계와 경찰에 따르면 이날 금호석유화학의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소송 취하 등 양측의 전격적인 화해와 무관하게 삼덕회계법인이 낸 금호터미널 실사보고서 조작 관련 고소 건은 그대로 진행된다.
삼덕회계법인은 최근 경찰에 자사 직인을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사문서위조)로 소속 회계사 A씨(34)를 고소했다. 금호터미널 실사보고서에 삼덕회계법인 직인이 찍혀 있는데, 삼덕회계법인이 실사 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경찰은 실제 실사는 삼정KPMG가 진행했고, 금호아시아나 측이 법망을 피하기 위해 삼덕회계법인의 이름을 도용했다는 업계의 증언을 확보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회계법인 고위관계자는 이날 "금호터미널의 실사는 삼정이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속 회계법인으로부터 직인을 무단 유출했다고 고소를 당한 회계사 A씨도 삼정KPMG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결과 만약 이 같은 정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금호아시아나는 법적·도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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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KPMG는 아시아나항공의 외부감사를 맡고 있는 회계법인으로 이해상충 방지(공인회계사법)에 따라 실사 업무를 할 수 없다. 금호아시아나는 법을 어겨 실사를 맡긴 데다 이를 감추려 사문서 위조까지 한 셈이 된다.
자연스레 헐값 의혹도 증폭될 수밖에 없다. 애초 금호석화는 아시아나의 2대 주주로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터미널의 자산가치를 일부러 낮게 매겨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금호기업에 넘김으로써 박삼구 회장의 그룹 재건을 도우려 했다고 비난했다.
돌연 박삼구 회장(금호아시아나)과 박찬구 회장(금호석화)이 서로 문제 삼지 않기로 했지만 수사결과에 따라 사문서 위조가 밝혀지면 파장은 크다.
실사 보고서가 무효화 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이뤄진 매각가격 산정, 매매 거래, 합병 등 일련의 절차가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
박찬구 회장은 형 박삼구 회장에게 배임 혐의를 묻지 않더라도 다른 아시아나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에 나설 수 있다.
내부 거래인만큼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이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헐값 매각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게 되고 그래서 실사를 객관성 있는 외부기관에 맡기는 건데 하면 안되는 회계법인이 맡아 가격을 제대로 평가 안 했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여전히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날 "이번 금호터미널 관련 실사를 삼정회계법인에서 실시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아시아나항공은 삼덕회계법인과 정식 계약을 맺었으며 실사 전 과정을 삼덕회계법인이 주관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