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자진해산해 한경연에 흡수 통합 등 방안 고민…설립 취지 위반시 정부 허가 취소 가능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설립 55년만에 자진해산과 강제해산의 갈림길에 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가결까지 불러온 단초가 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모금책 역할로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는 전경련은 자체적으로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쇄신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발적 방안이 나오지 않거나, 법인설립 목적을 위배했다고 판명날 경우 정부의 권한에 따라 설립허가 취소 등의 강제적 해산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경련, 자발적 해체의 길은=1961년 한국경제인협회로 출발한 전경련은 1963년 사단법인으로 전환해 1968년 현재의 이름으로 개칭, 55년간 재계 대표 단체로서의 역할을 해왔으나, 최근 각종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해체의 위기에 몰렸다.
민법 제78조(사단법인의 해산결의)에는 '사단법인은 총사원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없으면 해산을 결의하지 못한다. 그러나 정관에 다른 규정이 있는 때에는 그 규정에 의한다'고 돼 있다.
일반적으로는 정관에 이사회에서도 해산을 결의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전경련은 정관에 관련 규정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정관은 회원사 외에는 공개하지 않는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롯데 등 주요 그룹들이 이사회 멤버로 참가해 있는 이사회 의결만으로 가능하다면, 임시 이사회 등을 열어 해산 등의 안건에 대해 결의할 수 있다.
하지만, 전경련은 회원사들의 의견을 묻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만 밝혀, 임시 이사회나 사원총회 등을 통해 서둘러 자진해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원사의 의견을 모아 전경련이 자진 해산할 경우 보유한 여의도 FKI빌딩 등 자산과 인력의 재배치 등을 감안할 때 전경련 이사회 멤버와 구성이 거의 같은 이사회가 운영되고 있는 한국경제연구원으로의 통합 전환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 강제해산의 칼을 쥔 '정부'=전경련이 설립 목적을 위배했다고 판단할 경우 전경련이 자진해산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설립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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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정관 제1조는 '전경련은 자유시장 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올바른 경제정책 구현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하고자 한다'고 돼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에서 기업에 모금을 강요했는지의 여부와, 정치적 색채를 띤 보수우익 단체인 어버이연합에 대한 자금의 우회지원 의혹 등이 사실로 드러나면 정부는 전경련의 설립 허가를 취소할 가능성이 높다.
민법 제38조(법인의 설립허가의 취소)에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산업부)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이르게 한 미르와 K스포츠재단 지원 과정에서 기업들을 강요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전경련의 설립 목적에 위배돼 정부 입장에서도 허가취소를 요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경련 허가 취소의 조건은 전경련이 설립목적과 조건을 위배했는지의 여부를 법리적으로 따져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설립허가가 취소될 경우 전경련은 해산절차를 밟아야 한다.
◇해산 후 재산의 귀속은=전경련의 자산은 여의도 FKI빌딩을 포함해 3600억원 (2014년말 기준, 나이스 신용분석 보고서)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자본은 113억 6900만원이고, 부채가 3489억 8000만원이다. 2015년에는 부채가 3296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현재는 부채를 갚고 나면 별로 자산이 남지 않는 재무구조다.
전경련은 회원사의 회비와 일부 사업 수익을 포함해 2012년과 2013년 420억원 내외의 매출을 올렸고, 2013년말 건물이 완공된 이후 입주기업이 늘어나면서 2014년에는 총매출이 74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FKI가 본격적으로 돌아간 2015년에는 920억원에 달했고 영업이익 200억원에, 순이익이 11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회원사의 회비가 400억~500억원 정도이며, 건물 임대 수익도 이와 비슷한 규모로 알려졌다. 전경련이 해체되고 회비가 줄어들 경우 수익의 절반이 날아갈 수 있다.
민법 제 80조(잔여재산의 귀속)에 따라 해산 법인의 재산은 정관에 지정한 자에 귀속된다고 돼 있다. 전경련이 정관에 귀속권리자를 지정하지 않았을 경우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법인의 목적에 유사한 곳에 재산을 처분할 수 있고, 처분되지 않은 재산은 국고에 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