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항공사, 60만~80만원대 파격가로 유럽노선 '급성장'

중동 항공사, 60만~80만원대 파격가로 유럽노선 '급성장'

황시영 기자
2017.04.24 13:49

중동 항공사, 국토부에 '운수권 늘려달라' 민원 제기…"국내 항공사 가격 경쟁력 밀리면 서비스 질 대폭 높여야" 지적

에미레이트항공의 A380 항공기. /사진제공=에미레이트항공
에미레이트항공의 A380 항공기. /사진제공=에미레이트항공

회사원 김수정씨(가명·30)는 올해 크리스마스를 파리에 있는 친구 집에서 보낼 계획이다. 7일간 연차를 미리 신청했고 관광 목적이므로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김씨는 항공권을 사전 검색한 후 두바이에서 갈아타는 에미레이트항공으로 결정했다.

특가를 이용하면 항공권 가격이 세금을 포함, 84만9800원에 불과한 데다 편도 20시간의 비행시간 중 두바이에서 스톱오버를 하면서 잠시 두바이 관광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월19일 밤 비행기를 타고 출발, 28일 오후 서울에 도착하는 왕복 항공권으로 일정상 무리가 없고 비행편은 최신 A380 항공기인 것으로 확인했다.

24일 항공업계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유럽행 항공편에서 김씨와 같은 경우가 많아졌다. 업무상 유럽을 방문하는 사람들은대한항공(23,000원 ▼200 -0.86%)이나아시아나항공(6,960원 ▲60 +0.87%)의 직항편을 곧잘 이용한다. 회사 돈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데다 직항으로 비행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처럼 일반 관광객, 대학생 배낭여행객, 신혼여행객의 경우는 두바이를 경유하는 중동 항공사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중동 항공사를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의 80%가 유럽행 항공권을 이용한다. 국내에서 유럽행 항공권의 인기가 높아지자 중동 항공사들은 주 7회로 정해진 '운수권'을 늘려달라는 민원을 국토부에 수시로 넣고 있다.

우리 정부와 UAE(아랍에미리트) 정부간 운수권 협약에 따라 중동 1·2위 항공사인 에미레이트와 에티하드는 인천-두바이를 각각 주 7회 운항할 수 있다. 두바이에서 유럽 각지로 비행하는 것은 UAE 정부와 해당 유럽 정부간 협약 사항이다. 만약 인천-두바이간 주 7회 수준인 운수권이 늘어난다면 인천에서 두바이로, 다시 두바이에서 유럽 각지로 가는 항공편 수는 '수형도(樹型圖)의 가지치기'처럼 대폭 늘어날 수 있다.

국토부는 '소비자 편익'과 '국내 항공사의 경쟁력'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동 항공사들이 운수권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계속하고 있는데 정부 입장에서는 우선 주 7회 이상으로 운수권을 허용하는 것을 막고 있다"며 "값싼 항공편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 소비자의 편익과 항공사 경쟁력 사이에서 무엇이 우선하는지는 정부가 계속 고민하는 문제"라고 전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형 항공사들은 '항공업계 CEO 간담회' 등을 통해 중동 항공사의 저가 정책 문제 해결에 정부가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장경제에서 우리 정부가 중동 항공사의 가격 결정 과정에까지 개입하라는 것은 '무리'라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중동 항공사들의 운수권 추가 허용 민원을 받아주지 않는 것만 해도 충분히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가격경쟁력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든 중요한 경쟁력"이라며 "국내 항공사들이 중동 항공사만큼 저렴한 가격을 제공할 수 없다면 서비스의 질을 대폭 높이는 등 특단의 대책을 갖고 소비자를 유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조사 결과, 국내 항공사가 취항하는 노선에서도 국내 항공사의 항공권 가격은 중동 항공사보다 비쌌다. 중동 항공사가 60만~80만원대를 최저 왕복편 가격으로 한다면, 국내 대형 항공사들은 100만원 초반~300만원대 후반을 아우른다.

올해 12월18~27일 크리스마스 극성수기에 에미레이트항공의 왕복 항공권 가격(세금 포함)은 프랑스 파리가 84만7000원이다. 같은 기간에 파리를 왕복하는 대한항공은 100만7800원, 아시아나항공은 96만5400원이다. 모두 특가다. 같은 기간에 이탈리아 로마 왕복 비행편 가격은 양국 항공사간 차이가 더욱 크다. 에미레이트항공이 87만6000원, 대한항공이 149만1400원, 아시아나항공이 95만2000원이다.

중동 항공사들은 국내 항공사가 취항하지 않는 그리스 아테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등 노선도 서비스하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의 인천-그리스 아테네 왕복 노선은 83만4000원부터 이용 가능하다.

대한항공은 유럽에서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프라하, 로마를 주요 취항 도시로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유럽에서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이스탄불에만 취항한다. 국내 항공사는 직항이며, 중동 항공사는 두바이를 스톱오버하는데 이때 시내 교통편과 호텔 할인권, 밀 바우처 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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