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개척지 일궈 국내 기업 중 최다 투자… 제2의 베트남으로 키워 수출 전진기지 육성

지난 6일 밤 늦은 시각. 미얀마 최대 경제도시인 양곤의 밤거리는 흐릿한 불빛만이 종종 아른거릴 뿐 흔한 가로등조차 찾기 어려웠다. 암전 같은 거리를 가로질러 호텔로 향하는 15분 남짓한 길마저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와 포장도로가 뒤섞여 편히 쉬기가 어려웠다.
과거 '버마'로 불렸던 미얀마는 1960년대만 해도 싱가포르가 롤모델로 삼을 정도로 아시아의 부국이었다. 하지만 지난 54년간 군부 독재와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를 거치면서 시간이 멈춰버렸다.
경제 규모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1960~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제 발전 속도도 인근 베트남보다 20년이나 느리다. 독실한 불교의 나라로 거대한 사원 지붕엔 금칠이 가득하지만 이제 잊혀진 황금의 나라처럼 보였다.
고금만 미얀마포스코 법인장은 "이런 점이 미얀마가 앞으로 기회가 충분하다는 뜻"이라며 "시장을 선점해 앞으로 제2의 베트남으로 키우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20년 내다본 선제적 투자...지붕으로 '슈퍼스타'
양곤 중심에서 북쪽으로 23km, 차로 50분 가량을 달리자 축구장 5개 면적인 총 3만6000㎡ 규모의 미얀마포스코와 미얀마포스코강판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얀마포스코 공장은 1997년 포스코가 미얀마군인복지법인과 70대 30 비율로 총 530만 달러를 투자해 설립했다. 미얀마포스코강판은 미얀마의 성장세를 확인한 후 2013년 같은 투자자와 함께 총 1500만 달러를 들여 공장을 완공했다.
생산규모는 각각 연산(연간생산량) 2만톤, 5만톤 규모지만 미얀마의 연간 철강 실생산 규모가 15만톤인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미얀마포스코는 아연도금강판을, 미얀마포스코강판은 컬러강판을 생산·판매한다. 주로 일반 주택용 지붕이나, 산업용 공장 외벽이나 지붕에 쓰인다.

아연도금강판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입구부터 끝까지 기다랗게 놓여진 생산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종이처럼 얇고 평평한 강판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끝없이 길게 나왔다. 원재료를 투입해 전처리와 프리히팅 등 과정을 거치면, 이후 도금 및 후처리를 마치고 최종 제품화된다. 컬러강판은 도금 과정에서 추가로 각종 색과 패턴을 입히고, 여기에 특수 코팅을 더한다.
독자들의 PICK!
한해의 절반 이상 비가 오는 나라에서 지붕재로 시장을 공략하자는 계획은 곧 성과로 나타났다. 미얀마포스코는 가동 1년만에 흑자를 기록했고, 3년만에 투자 자본금을 넘는 누적 순이익을 달성했다.
물론 위기가 없던 것은 아니다. 2005년 미얀마 정부가 갑작스럽게 지붕소재 두께 관련 규정을 개편할 때였다. 당시 지붕재 생산 선발주자인 일본 기업은 물론 포스코 등은 이를 충족하기 어려웠고, 결국 1년6개월간 생산 중단에 들어갔다.
틈새를 노린 저가 밀수품이 시장에 쏟아졌고, 경영난을 못견딘 일본 업체들은 철수를 결정했다. 포스코는 오히려 정면돌파를 택했다. '부모님댁에 튼튼한 지붕 새로 마련해 드려야 겠어요'란 컨셉의 TV광고를 방영하기 시작해 자사 브랜드인 '슈퍼스타'를 알리며 소비자 신뢰도를 크게 높였다.
2007년 규제가 풀리자 주문이 폭주했고 포스코는 사라진 경쟁자들의 자리를 채웠다. 이듬해부턴 시장점유율 1위를 꿰찬 후 매년 매출액이 수직 상승했다. 2011년에는 매출 2773만 달러로 현지 진출 후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후 미얀마 최초의 컬러강판 공장까지 신설하면서 미래를 위한 준비도 마쳤다. 이 공장 역시 상업생산 개시 3년차인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고 법인장은 "미얀마는 전력 송신율이 33%로 정전이 잦고, 도로 포장율이 22% 그치는 등 힘든 점이 있지만 향후 해외기업이 현지공장을 짓기 시작하면 시장 선점 효과를 그대로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5년전에도 포스코는 베트남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현지생산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진기지로 키웠다"며 "미얀마에서도 태국과 베트남 등에 수출을 추진 중이고, 앞으로도 증설을 검토해 단단한 입지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32년간 쌓은 신뢰..그룹사 진출의 발판으로
포스코대우(80,600원 ▼4,500 -5.29%)는 대우인터내셔널 시절이던 1985년 미얀마에 철도차량 100량을 공급하며 미얀마에 첫발을 내디뎠다. 1989년에는 현지 법인을 설립한 뒤 단 한번의 부침없이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2000년대엔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수년간의 탐사 끝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철수했지만, 2004년 독자적인 탐사기법을 통해 세계 최초로 가스전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미얀마 가스전은 2013년 상업 가동에 들어가 매년 2000~3000억원 규모의 수익을 내며 포스코대우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됐다.
32년간 쌓은 신뢰는 지난 9월 양곤 롯데호텔을 개장하면서 결실을 맺었다. 시내에서 가장 목 좋은 인야호수 앞에 지어진 이 호텔은 인근이 보호구역으로 묶여있어 홀로 최고층과 경관 독점의 수혜를 누렸다. 이 사업은 포스코대우가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롯데호텔이 위탁운영을 맡았다.
포스코대우가 닦은 터는 포스코그룹사 진출의 발판이 됐다.
포스코건설은 2013년 미얀마에 진출해 지난 8월 미얀마 양곤 상수도 개선사업을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수주했다. 이 사업은 올 연말 착공해 2020년 6월 준공할 계획이다.
원유준 포스코대우 미얀마법인장(전무)은 "일찍부터 미얀마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고, 그간 사회공헌 활동에 834만 달러를 투입하는 등의 노력으로 포스코 브랜드를 크게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철강과 플랜트, 비철, 화학, 곡물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사업을 통해 미얀마 정부와 사업 파트너로서 강한 ‘신뢰와 믿음’을 쌓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