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그룹의 경영권 향방을 가를한진칼(123,000원 ▲2,400 +1.99%)주주총회가 임박한 가운데 조원태 회장이 승기를 잡는데 성공했다. 오는 27일 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미 최대 의결권 자문기구가 동시에 '조원태 지지'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 권고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은 물론 국내외 기관투자자, 외국인 투자자들 모두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의결권 행사의 무게중심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찬성하는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지난 14일 회원 기관투자자들에게 '조원태 회장 사내이사 연임 찬성'을 권고했다. 조 회장 측 사내이사 후보인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CFO·최고재무책임자)에 대해서도 '찬성' 의견을 냈다.
ISS의 결정은 증권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이번한진칼(123,000원 ▲2,400 +1.99%)주총을 앞두고도 '기관들이 ISS의 입만 쳐다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ISS 권고에 따라 실제 주총에서 상당수 의결권이 조원태 찬성으로 기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SS 뿐 아니다. 지난 13일엔 국민연금의 최대 의결권 자문사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도 '조원태 찬성' 권고를 내놨다. 경영권 분쟁 상대방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3자연합(조현아·KCGI·반도건설) 측 이사후보에 대해선 '불행사'를 권고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의결권 있는 지분을 기준으로 조 회장 측이 33.5% 안팎, 조현아 3자연합이 32% 안팎의 지분을 보유한 박빙 구도다. 조 회장 측이 앞서지만 승기를 잡았다기엔 부족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의결권 행사 지분 2.9%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가장 유력한 캐스팅보트로 꼽혔다. 국민연금도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의결권 직접 행사를 결정한 상황이었다.
항공업계에선 국민연금의 국내·외 양대 자문사인 ISS와 KCGS가 '조원태 지지' 권고를 내놓은 것에 큰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특히 ISS의 판단은 자본시장 전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기관인 ISS가 그간 '헤지펀드 지지'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이다. 3자연합의 주축인 KCGI가 바로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미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은 그간 "한국에 적대적 M&A(인수합병)가 없다는 점은 투자 매력을 낮추는 요소"라고 비판해왔다. 대한항공을 뺏겠다고 나선 KCGI의 논리가 더 입맛에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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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ISS는 경영권 부분이 아닌 아닌 정관변경 면에선 KCGI측 권고에 일부 찬성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근본적으로는 헤지펀드 측 논리에 우호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ISS마저 한진그룹 경영권은 조 회장의 몫으로 판단했다. 한 금융사 CEO는 "KCGI와 반도건설 연합이 '땅콩회항' 주인공인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잡으면서 명분에 결정적 타격을 입은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자연합이 부족한 항공사 운영 전문성에 이어 명분에서도 약점을 보인 반면 조 회장 측은 그간 안팎으로 착실하게 지지를 확보했다. 대한항공 노조가 총수의 손을 들어주고 "회사를 흔들지 말라"며 3자연합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소액주주 규합에도 직접 나섰다.
국민연금과 함께 또 다른 유력 캐스팅보트인 대한항공 사우회(한진칼 지분 1.23% 보유), 대한항공 자가보험(2.47% 보유)도 조 회장 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
일단 한진그룹과대한항공(24,250원 ▼350 -1.42%)은 차분한 분위기다. 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국면을 맞아 사업 측면에선 어려움이 크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 할 일도 많은 상황"이라며 "그냥 각자 조용히 할 일을 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조현아 3자연합은 난감해졌다. 주총에서 진다 해도 경영권 분쟁 구도를 계속 끌고가겠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주주들의 외면을 받은 연합체의 구도를 존속시킬 구심점과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3자연합 관계자는 "현재로선 공식적 입장이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