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풍의 지분 2% 이상을 보유한 머스트자산운용이 영풍을 대상으로 주주행동에 나서자 재계와 시장은 그 시점에 주목한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이하 MBK·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진행중인 경영권 분쟁이 이르면 한 달 뒤 열릴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표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양측의 고려아연 소액주주 '표심 잡기'가 한창인 시점에 영풍의 기업 거버넌스를 문제 삼았다. MBK·영풍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명분이 '고려아연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점에서 MBK·영풍의 고려아연 인수합병 시도는 '모순'이라는 점을 파고 든 것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머스트자산운용은 기본적으로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운용사로 분류된다. 가치투자 원칙에 따라 투자한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한 소통 강화와 주주환원정책 등을 요구하다가 해당 기업의 변화가 없을 경우 공개적으로 성명을 내고 변화를 촉구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영풍에 대한 성명도 이런 머스트자산운용의 기조와 다르지 않다.
고려아연 표대결을 앞둔 시점에 영풍을 대상으로 주주행동에 나선 배경에 대해 머스트자산운용측은 "MBK·영풍이 진행중인 고려아연 프로젝트(인수합병)가 여론 지지를 얻고 성공하려면 영풍 스스로 주주가치 제고와 거버넌스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단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풍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프로젝트 성공이 어렵다고 보며 이건 시장에서도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라고 했다.
영풍에 대한 머스트자산운용 제언의 핵심은 MBK·영풍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모순과 불투명성 해소다. 특히 영풍이 고려아연에 소각 목적이 아닌 자사주는 취득하면 안되며 그것은 주주를 위한 길이 아니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영풍이 상장사로서 소액주주들을 잊은 것이 아니면 발생할 수 없는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MBK·영풍이 공시한 고려아연 신규 임원 후보 명단을 보며 한번 더 같은 감정(모순 때문에 영풍이 가장 싸게 거래되는 것을 알게 된 참혹한 감정)을 느꼈다"고도 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이 영풍측에 MBK와 맺은 경영협력계약의 일부를 공개해달라 요청한 것도 불투명성 해소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양측 경영협력계약이 "영풍의 기업가치를 분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며 △옵션대상주식의 수△옵션행사 시기△옵션주식 할당비율 등 영풍측이 능동적 권리로서 갖고 있는 풋옵션 사항에 대한 의문점을 공개 질의했다. 영풍과 MBK의 경영협력계약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기간 내내 MBK측에 유리하게 짜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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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을 겨냥한 이 같은 주주행동에 대해 재계와 시장에선 MBK·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올 '명분'이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 인수합병에 나서는 명분이 고려아연의 '기업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게 MBK·영풍측의 일관된 주장이었다"며 "하지만 고려아연 경영권 교체를 주장하는 영풍 스스로의 거버넌스가 오히려 문제가 크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MBK·영풍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의 고려아연 소액주주 표심 잡기가 결국 각자의 경영권 명분을 설득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머스트자산운용의 주주행동은 MBK·영풍측에 뼈아픈 대목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르면 한 달 뒤 고려아연 임시주총이 열릴 경우 실질 유통물량 9~10%에 포함된 소액주주들을 얼마나 우군으로 끌어 들이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날 MBK·영풍 측이 청구한 임시주총 소집 건과 관련, MBK·영풍 측이 요구한 14명의 이사 후보자 가운데 법적으로 결격 사유가 있는 일부 후보에 대해 심의를 진행했다. 나머지 후보자들도 추가 심의를 거쳐 임시주총 개최 시기 등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한편 양측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변수가 된 머스트자산운용은 거버넌스 제언에 대한 영풍의 실질적 답변이 없을 경우 '행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머스트자산운용 법률 대리인은 "영풍에 공개적 제언을 한 것은 처음으로 영풍과 MBK도 이 상황을 엄중히 인식할 것"이라며 "(실질적 답변이 없으면)통상 정기주주총회 등에서 소수주주권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