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업계 직격탄 '비상'…알루미늄도 동일 적용
상호관세 부과계획 재확인 "발표 즉시 발효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새로운 관세 카드를 꺼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율을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상호관세' 발표 계획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1기 당시 '철강 쿼터제' 적용으로 이미 대미 수출에서 타격을 받은 국내 철강업계에 또 비상이 걸렸다.
백악관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을 관람하기 위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내일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관세 발효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관세가 기존 관세에 추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강 관세가 추가되면 한국도 가격경쟁력, 수출량에서 피해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8년 3월에도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한 적 있다. 당시 한국은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쿼터제(수입할당량)를 도입하는 데 합의,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263만톤)까지는 무관세로 수출하고 70%를 초과하면 25%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연간 340만톤 수준이던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재 수출량은 쿼터제 적용 이후 연간 240만~270만톤 수준으로 100만톤 가까이 줄어든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 무역청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지난해 29억달러로 캐나다(71억4000만달러), 멕시코(35억달러), 브라질(29억9000만달러)에 이어 4번째다.
미국의 철강 시장은 연간 약 1억톤 규모로 이 중 8000만톤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나머지 20%는 수입한다. 미국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러스트 벨트'(rust belt·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에 몰려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내세우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가장 먼저 관세를 부과했던 배경이다.
트럼프 정부가 1기 때에 이어 다시 관세 카드를 꺼내든 건 미국산 철강제품 보호에 더해 관세를 무기로 상대국으로부터 경제·안보상 이득을 받아내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1기 때는 백악관 내부에서도 철강 관세가 자동차업계 등의 생산비용을 높여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거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조치가 모든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 25% 일괄 추가일지, 기존 쿼터제 축소일지 등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2018년 당시 별도의 추가 협상 없이 10% 관세가 그대로 적용됐던 알루미늄업계는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철강협회와 주요 수출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관련 긴급 점검회의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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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발표 계획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일이나 12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를 발표할 계획"이라며 "이는 거의 즉시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관세는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다른 국가와 무역에서 동등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시행하는 조치로 일반적으로 무역 상대국의 관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상호관세 계획을 10~11일 발표하겠다고 했다가 일정을 늦췄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가 모든 국가에 적용되냐'는 질문에 "우리가 비슷한 관세를 부과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지만 미국을 이용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상호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을 포함해 FTA(자유무역협정) 등으로 미국과 교역에서 관세 영향이 거의 없는 국가 입장에서는 다소 안도할 수 있는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