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펀치에 K-철강, 녹다운 직전인데…노조는 강 건너 불구경

트리플 펀치에 K-철강, 녹다운 직전인데…노조는 강 건너 불구경

최경민 기자, 강주헌 기자
2025.03.12 09:00

[MT리포트]빈사상태 철강, 자동차 흔든다 (下)

[편집자주] 노조 파업은 일단 멈췄지만 현대제철 강판 생산 마비의 충격은 컸다. 장기불황인 탓에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현대제철은 물론 강판을 공급받는 현대차그룹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노조는 그룹 '수직계열화'라는 약한 고리를 파고 들어 협상력을 끌어올리려 한다. 빈사상태의 현대제철에서 최대의 성과급을 받기 위해서다. 철강, 자동차 등 국가 핵심 산업이 노조의 명분 없는 목적에 동시에 흔들리는 내막을 들여다 본다.
"철강 살려라" 국가적 생존 몸부림…노조는 '파업'으로 찬물

중국 철강 제품 수입 추이/그래픽=김다나
중국 철강 제품 수입 추이/그래픽=김다나

한국 철강업계는 그로기 상태로 내몰린지 오래다. 중국의 과잉생산, 글로벌 경기 둔화에 미국의 관세조치까지 '트리플 펀치'를 얻어맞았다. 여기에 노조의 무리한 파업까지 더해진다면 한국 철강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11일 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 수입 철강 제품 물량은 2020년 601만6634톤에서 지난해 879만7355톤으로 46% 늘었다.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이 지속된 영향이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경기부진을 겪어왔지만, 연간 철강 생산은 10억톤 이상을 유지해왔다. 중국이 소화해내지 못한 철강 제품 물량이 저가로 국내에 대거 유입됐고, 이는 국내 철강사들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중국산 후판만 봐도 국내 제품 대비 20% 가량 저렴해서 가격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

글로벌 차원의 불황이 지속되며 철강 수요의 회복이 더딘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라는 암초까지 등장했다. 미국은 한국산 철강에 대한 25%의 관세를 12일 0시(현지시간)부터 부과하기로 했다. 지난해 한국의 철강제품 수출 총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1%(43억4700만 달러)로 1위였다. 국내 철강업계에 명백한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생존'은 국내 철강업계의 키워드가 됐다. 지난해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1조4730억원으로 전년대비 29.3%, 현대제철은 3144억원으로 60.6% 감소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오늘의 생존과 내일의 성장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상황"이라며 "어느 때보다 불투명한 경영 여건 속에서 한 해를 시작한다"고 진단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고로 전경/사진제공=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고로 전경/사진제공=현대제철

생존을 위한 국가적 몸부림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경쟁력 회복을 위해 비용 절감에 팔을 걷었다. 정부는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 역시 들어갔다. 미국발 보호무역 바람을 피하기 위해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 제철소 건립을, 포스코는 미국 현지 상공정(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과정)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노조 리스크는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 현대제철은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에도 기본급 10만원 인상에 더해 '기본급의 450%+1000만원'을 성과급으로 제시했지만 노조는 "그룹 내 차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로 파업을 강행했다. 현대제철은 노사분규에 따라 2월1일부터 22일까지 발생한 손실 규모만 254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까지 임단협 협상이 끝나지 않았기에 이 규모는 더욱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실적의 추가악화로 이어질 경우 국내 철강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현대제철만 봐도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이 473억원이었지만, 제시한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약 650억원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업 전선이 더욱 넓어질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현대제철 노사는 부분 직장폐쇄와 파업을 해제하고 임단협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자회사인 현대ITC 노조는 오는 13~15일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당진제철소의 제선·제강 등을 담당하고 있어 공장 가동 차질이 불가피하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정부, 기업, 노조 가릴 것 없이 힘을 합쳐 글로벌 생존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할 때"라며 "노조가 기업을 더 흔들수록, 생산기지 해외이전 등의 논리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래차 시대 '각자도생' 해법 찾는 부품계열사…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미래차 사업 현황/그래픽=이지혜
현대차그룹 계열사 미래차 사업 현황/그래픽=이지혜

현대자동차그룹 부품계열사들은 현대차·기아에 종속된 사업 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부품계열사들은 친환경차 제품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생산능력과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기존 제품의 사업성을 유지하면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전동화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고객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사에서 벗어나 전기차 섀시 모듈, 배터리시스템(BSA), 파워트레인 등으로 사업범위를 넓혔다. 이같은 변화는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논 캡티브(Non-Captive,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외부 시장) 수주 실적은 25억6900만달러(약 3조7500억원)이다. 전년 92억2000만달러에 비해 줄었다. 하지만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등 성과가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논 캡티브 수주 목표를 74억4800만달러(약 10조8500억원)로 잡았다. 현재 10% 수준인 비계열 매출 비중을 2033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위아는 전기차에 탑재되는 열관리시스템을 미래 사업으로 낙점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엔진을 생산하고 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물류로봇과 주차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시장에도 진출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내연기관 파워트레인은 물론 하이브리드 구동시스템, 전기차 감속기 등 친환경차 부품까지 생산하고 있다. PBV(목적기반차량)·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시트 개발을 위한 선행 연구도 진행 중이다.

현대제철도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 판매 비중을 최대 200만톤(20%)까지 늘려 자동차용 강판 시장에서 글로벌 톱3로 올라서는 게 목표다. 외부 판매 비중을 2021년 16%에서 2022년 17%, 2023년 18%로 높였다.

관련업계는 미래차 전환기를 맞아 글로벌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제품 경쟁력을 높여 현대차그룹 부품계열사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동안 현대차그룹 부품계열사들은 글로벌 부품업체와 비교해 기술력이나 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오토모티브뉴스가 2023년 매출액 기준으로 발표한 '글로벌 100대 부품사 순위'에 따르면 10위권에 든 국내 기업은 독일 보쉬, 독일 ZF, 캐나다 마그나, 일본 덴소, 중국 CATL에 이어 6위를 차지한 현대모비스가 유일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내 성과가 완성차 부문에 집중돼 부품계열사에서 낮은 이익률을 감수해왔던 건 맞지만 반대로 그룹향 의존도가 강해 자립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미래차 시대에 내연기관 시대처럼 대규모로 부품 계열사가 필요하지 않은데다 AI(인공지능), 공장 자동화 등으로 비대한 조직을 개편해야 할 필요성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계열사마다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구조를 다각화하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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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경민 기자입니다.

강주헌 기자

자동차·항공·물류·해운업계를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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