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틀 만에 '상법 개정' 재추진에 나서면서 재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정부 때 민주당이 추진한 개정안보다 더 강한 규제를 담아 입법 과정에서 뜨거운 찬반 논쟁이 예상된다.
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상법 개정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상법 개정안을 공동 재발의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민주당 주도로 처리한 상법 개정안은 4월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 재표결을 거쳐 폐기됐다. 대선 과정에서 상법 개정을 공약한 이 대통령이 지난 4일 취임하자 여당이 신속하게 입법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고 △분리 선출하는 감사위원인 이사의 수를 확대하고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를 강화하고 △전자주주총회를 도입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TF는 "개정안 주요 내용은 지난해 11월 발의된 이정문 의원안과 같지만 시행 시기에 차이가 있다"며 "전자주주총회 부분을 제외하고 대통령이 공포한 날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른바 '3% 룰' 개정에 대한 제안도 포함됐다"며 "종전 당론에는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를 분리 선출할 때 최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됐지만 '지분 쪼개기'로 제도를 회피할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산업계는 그동안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저해하고, 행동주의펀드 등 외부 세력의 공격을 부추길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이 대통령이 지난 4일 취임식에서 '경제'와 '실용'을 강조하면서 주요 정책과 관련해 산업계와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 대통령 취임 이틀 만에 종전보다 강한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기업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했는데 여당이 이렇게 빨리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너무 한 것 같다"며 "논리를 갖춰 차근차근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이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취임 후 2~3주 내로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의지를 밝혀온 만큼 재추진을 예상하긴 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며 "그동안 해온 대로 우려되는 사안을 정부와 여당에 잘 설명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선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요 경제 관련 법안 처리나 정책 추진에 앞서 정부가 산업계 의견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법 개정처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재계 간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