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인공지능)가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협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먼저 배워서 아이와 함께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오픈AI의 챗GPT가 처음 등장했을 때 윤부현 HD현대오일뱅크 여신운영팀 책임매니저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다. 예술중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딸을 둔 그는 AI가 쏟아내는 무수한 이미지를 보며 불안감을 느꼈다고 한다.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가려면 '생존의 언어'로서 AI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에 윤 책임은 지난해 12월 사내 AI 동호회인 'AI XYZ'를 창립했다. 동호회 소속 직원들은 매월 자체 세미나를 진행해 AI 활용 경험을 공유하며 현재 25개 부서에서 44명이 참여하고 있다. 매월 둘째·넷째 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세미나를 열고 그룹별 주제를 발표한다. 지난 9월에는 사내 뉴스레터를 발간, 동호회 밖 직원들에게도 AI 활용 사례와 팁을 공유했다. 윤 책임은 "이제 매월 가입 대기자가 생길 정도"라며 "HD현대오일뱅크의 임직원들이 자율적으로 AI 도입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책임은 고려대 생명공학과를 전공했다. 프로그래밍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업무에서 신용 데이터와 분석 보고서를 다루며 효율적인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던 중 생성형 AI를 접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몰라도 자연어만으로 이미지, 글, 영상을 생성해내는 AI의 성능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윤 책임은 "개발자가 아닌 나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현재 여신운영팀의 핵심 업무에 AI가 직접 적용된 건 아니다. 하지만 윤 책임은 보고서 작성, 재무제표 분석 같은 반복 업무를 AI로 효율화해 시간을 줄였다. GPTs(챗GPT를 사용자가 특정 목적에 맞게 만든 챗봇)를 활용해 만든 재무제표 분석 툴, 구글 'Gemini'(제미나이)를 통한 리스크 검토 등도 직접 실험하고 있다.
업무 외적으로는 개인 취미에도 AI를 접목했다. 영상 제작이 취미인 그는 AI 영상 도구를 활용해 기획부터 제작까지 혼자 소화한다. 실제로 최근 성남시 숏폼 영상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윤 책임은 "전공이 뭐든, 배경이 어떻든 AI 앞에서는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다"며 "AI가 제 사고방식까지 바꿔놨다"고 말했다.
윤 책임뿐만 아니라 동호회 회원들의 사례도 눈에 띈다. HD현대오일뱅크의 바이오 신사업팀은 바이오 관련 정책과 가이드라인을 AI에 학습시켜 유럽 친환경정책 인증 등의 주제를 챗봇처럼 질의응답에 활용했다. 윤활유 마케팅팀은 AI로 제작한 '엑스티어 알파' 포스터를 현업에 직접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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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책임은 동호회를 '정원'에 비유한다. 그는 "'나비를 쫓기보다 정원을 가꾸면 나비가 저절로 온다'는 말처럼 스스로 실력을 키우고 공유하다 보니 회원이 늘고 성과도 따라왔다"며 "올해 말에는 자체 AI 경진대회, 내년에는 생성형 AI 포럼 개최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I 학습을 특별한 기술 훈련이 아니라 모두가 즐기며 키워가는 문화로 만드는 것, 그것이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만든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