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지난해에만 1조원대의 손실을 봤다. 만성적인 전기차 수요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업계는 올해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수익 기반을 다지는 한편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을 앞세워 반등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셀 3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1조3082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업체별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1조3461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SK온 배터리 부문은 931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이날 삼성SDI가 지난해 1조7224억원의 영업손실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3사 합산 영업이익은 2023년 3조원대 흑자, 2024년 1883억원 적자를 거치는 등 감소세다.
배터리 업계는 그동안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라는 이중고에 시달려 왔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 K배터리가 공을 들여온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폐지되는 악재까지 겹쳤다. 업계는 올해도 중국을 제외하면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6%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략 조정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를 지탱하는 버팀목으로 ESS가 부상하고 있다. 삼성SDI 배터리 부문은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3조62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ESS 사업이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한 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약 9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ESS 수주를 확보하며 이 부문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달성했다. SK온 역시 미국 플랫아이언으로부터 1GWh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냈다.
올해 배터리 3사는 ESS 중심 전략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ESS 시장에서 탈중국 공급망 구축 기조를 강화하면서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한 국내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삼성SDI는 올해 ESS 매출을 전년 대비 50% 가까이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 대응 역량을 약 두 배로 확대해 연말까지 6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SK온은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20GWh 이상의 ESS를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휴머노이드 시장은 새로운 기회다. 현재 로봇용 배터리로는 하이니켈 기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주로 채택되고 있다. 탑재 공간이 제한적인 로봇 특성상 높은 에너지밀도와 출력을 갖춘 배터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ESS 시장이 중국 기업들이 주력하는 중저가 LFP(리튬·인산·철) 위주로 형성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기업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라는 평가다.
중장기적으로는 차세대 배터리를 통한 미래 애플리케이션 확대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삼성SDI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인데, 올해 생산라인 증설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UAM(도심항공교통)과 고고도 플랫폼 스테이션 등으로 전고체 배터리의 수요처를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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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은 2029년 전기차용 흑연계 전고체 배터리, 2030년에는 휴머노이드용 무음극 전고체 배터리를 각각 상용화한다. SK온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목표 시점을 기존 2030년에서 2029년으로 1년 앞당겼다. 지난해 9월에는 대전 유성구 미래기술연구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완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