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중국·러시아산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 사용을 2027년형 차량부터 제한하기로 하면서 완성차 업계의 SDV(소프트웨어정의차량) 전환 전략에도 새 변수가 생겼다. 차량의 소프트웨어 공급망을 새 안보 규제 대상으로 끌어들인 이번 조치가 현대차(729,000원 ▼21,000 -2.8%)그룹과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2025년 1월 중국·러시아와 관련된 차량연결시스템(VCS)과 자율주행시스템(ADS)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사용을 제한하는 최종 규정을 확정했다. 소프트웨어 제한은 2027년형 차량부터, VCS 하드웨어 제한은 2030년형 차량부터 적용된다.
규제 대상에는 차량 외부 통신을 담당하는 텔레매틱스, 블루투스, 셀룰러, 위성, 와이파이 관련 시스템과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가 포함된다. 미국 상무부는 해당 규정이 중국 또는 러시아와 충분한 연계성이 있는 커넥티드카 기술의 수입·판매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국계 지배구조를 가진 완성차 업체는 이미 규제 영향권에 들어섰다. 중국 지리차가 대주주인 볼보는 최근 미국 상무부로부터 커넥티드카 기술이 적용된 차량의 미국 수입을 계속할 수 있는 별도 승인을 받았다. 볼보는 미국 판매 차량을 중국에서 들여오지는 않지만, 지배구조상 중국계 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거버넌스와 기술, 데이터 보안 관련 협의를 거쳐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지리차 계열인 폴스타도 규제 준수를 위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완성차 업체도 규제 영향권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규제 논의 당시 중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GM 뷰익 엔비전, 포드 링컨 노틸러스 등이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이 규제로 현대차그룹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일본 경쟁사 대비 중국계 소프트웨어와 통신부품 의존도가 낮고 이를 투명하게 증명할 수 있다면 현대차그룹은 '규제 리스크가 낮은 SDV 사업자'로 부각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소프트웨어 브랜드 '플레오스'를 중심으로 SDV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플레오스 커넥트는 올해 국내 출시되는 그랜저에 처음 적용되고 이후 글로벌 차종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그룹 내에서는 포티투닷(42dot)과 현대오토에버 등이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 핵심 축을 맡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에도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완성차 브랜드들이 중국계 소프트웨어와 통신부품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차량 OS, 인포테인먼트, 보안, 클라우드, 데이터 관리 솔루션 수요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PICK!
조수정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완성차 브랜드에 들어가는 중국산 소프트웨어와 관련 부품이 대체되는 과정에서 국내 완성차와 소프트웨어 업체에 기회가 생길 수 있다"며 "중국이 소프트웨어 부분에서 앞서가고 있던 상황이었던 만큼 이 규제를 최대한 활용해 국내 업체가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