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짓기 '딱'…"전기 부족" 아우성인데 "우린 쓰고도 남아"

반도체 공장 짓기 '딱'…"전기 부족" 아우성인데 "우린 쓰고도 남아"

해남(전남광주)=권다희 기자
2026.07.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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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에너지리포트]왜 호남인가: 지산지소의 경제학 (下)

[편집자주] 기후변화 대응를 비롯해 에너지안보와 인공지능(AI) 고도화 등 다양한 변수가 에너지 생산·이용·소비의 모든 과정을 급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이같은 변화가 지속가능하게 이뤄지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다양한 주제를 통해 제시해본다.
전기 남는 땅, 반도체 짓다…비용 줄이는 '지산지소'

-수요가 생산지로 오면 비용이 줄어든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신안군 소재 전남해상풍력 1단지 모습/사진제공=SK이노베이션E&S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신안군 소재 전남해상풍력 1단지 모습/사진제공=SK이노베이션E&S

호남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이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직접 공급하는 것은 아니다.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는 원자력·가스 등 다른 발전원의 전기와 함께 한국전력(34,050원 ▲150 +0.44%)이 운영하는 전국 전력망에 들어가고, 공장들은 이 전력망에서 필요한 전기를 공급받는다.

◆ 전기 남는 호남…수요처 오면 송전망 부담↓

그럼에도 발전시설이 밀집한 호남에 대규모 전력 수요처가 들어서는 것은 비용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호남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까지 보내기 위한 장거리 송전망의 건설 부담을 줄이고, 송전망 증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 수용성 문제도 완화될 수 있다. 지역 내 전력망이 보강되면 발전량에 비해 수요가 적어 발생하는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줄여 버려지는 전기도 감소된다.

호남에서도 특히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이하 전남광주)는 전력을 쓰는 양보다 생산하는 양이 월등히 많다.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2024년 전남광주에서 생산된 전력은 72.6테라와트아워(TWh)로, 같은 기간 전력소비량(판매량 기준) 42.9TWh의 약 1.7배다. 서울·경기가 같은 해 94.8TWh를 생산하고 192.0TWh를 소비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규섭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전력 수요처를 발전시설 가까이에 배치하는 것이 전력망 투자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며 "직접적인 경제성뿐 아니라 사회적 수용성 측면에서도 수요가 발전시설 인근에 들어오는 것이 비용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공장이 들어서는 지역은 산업 유치에 따른 편익을 얻지만, 다른 지역의 공장에 전기를 보내기 위한 송전선로만 통과하는 지역은 부담만 떠안게 된다. 주민 반발과 사업 지연에 따른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발전원 가까이에 수요처를 배치하는 편이 비용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전국 광역지자체/그래픽=김지영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전국 광역지자체/그래픽=김지영

◆ "6.3GW 팹 전력, 기존 발전설비로 감당 가능"

김승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에너지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255,000원 ▼24,500 -8.77%)SK하이닉스(1,842,000원 ▼240,000 -11.53%)가 광주 군공항 부지에 짓기로 한 반도체 팹 4기에 필요한 전력이 6.3GW라는 정부 추산에 근거해 "발전설비를 추가로 짓지 않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규모"라고 전제했다. 현재 전국의 발전설비가 항상 최대출력으로 가동되는 것은 아니어서, 수요가 늘면 기존 발전시설의 이용률을 높여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동안 호남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빠르게 늘었지만, 호남에서 수도권 방향으로 전기를 보내는 송전망의 수용 능력이 부족해 발전한 전력을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는 병목이 발생돼왔다. 반도체 팹과 같은 대규모 수요처가 호남으로 들어오면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현지에서 소비할 수 있어 수도권행 송전망의 혼잡이 줄고 그만큼 기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이용률이 높아진다. 김 교수는 "지역 내 대규모 수요가 생기면 기존 송전망의 병목이 완화되고 추가 재생에너지가 전력망에 접속할 여력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물론 전남광주 발전설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태양광의 특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력망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 전남광주에는 약 16.4GW의 발전설비가 있으며, 이 가운데 약 7GW가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설비다. 태양광은 낮 시간대에 출력이 집중되고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만큼 이를 안정적으로 전력망에 수용하려면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전남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 정부는 6일 광주 군공항 부지에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광주 군공항 활주로와 주변 부지의 모습.   2026.7.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전남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전남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 정부는 6일 광주 군공항 부지에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광주 군공항 활주로와 주변 부지의 모습. 2026.7.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전남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 "산업시설 많은 곳에는 해상풍력이 가장 적합"

이 교수는 "전력망은 발전설비의 평균 출력이 아니라 순간 최대출력을 기준으로 구축해야 한다"며 "출력이 특정 시간대에 몰리는 태양광 비중이 커질수록 송전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압을 조절하는 동기조상기 등 계통 안정화 설비에 대한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태양광에 치우친 전원 구성을 보완하기 위해 해상풍력 확대가 중요하다는게 두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대목이다. 풍력은 시간대와 관계없이 바람이 불면 발전할 수 있어 태양광의 공백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교수는 "풍력은 태양광과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산업용 시설이 많은 지역에는 해상풍력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반도체 팹과 데이터센터처럼 24시간 가동되는 수요가 늘면 밤 시간대 전력을 공급할 수단이 필요하다"며 "해상풍력은 밤에도 발전할 수 있어 태양광을 보완하는 전원으로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버리는 전기 '제로'…ESS가 만든 태양광 해법[르포]

-태양광 효율 높이는 ESS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소 일부의 모습/사진=권다희 기자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소 일부의 모습/사진=권다희 기자

지난 13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해남군 산이면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 발전소 한가운데 위치한 전망대에 오르자 25만 장의 태양광 패널이 넓은 땅을 가득 메운 모습이 펼쳐진다.

여의도 면적의 절반을 웃도는 1.6㎢ 부지에 자리한 이 태양광발전소 한쪽에는 직사각형 건물 20개 동이 두 줄로 늘어서 있다. 306메가와트시(MW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자리 잡은 건물이다. 상업운전 7년째에 접어든 이 발전소가 출력제어 없이 가동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 전경/사진제공=솔라시도태양광발전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 전경/사진제공=솔라시도태양광발전

◆ 낮에 남는 전기, 저장 후 전력망으로

솔라시도 발전소는 98MW 태양광 설비에 306MWh 규모의 계통연계형 ESS를 결합했다. 태양광 패널이 낮에 생산한 전기를 ESS에 저장한 뒤 전력변환장치(PCS)와 변압기를 거쳐 154킬로볼트(kV)로 승압해 한국전력(34,050원 ▲150 +0.44%)이 운영하는 전력망으로 보내는 구조다. 태양광 설비와 연계된 ESS로는 국내 최대급 규모다.

태양광은 해가 떠 있는 동안 전기를 생산한다. 전력 수요가 적거나 송전망에 여유가 없을 때 전기가 한꺼번에 많이 생산되면, 발전소가 만드는 전기의 양을 강제로 줄이는 출력제어가 이뤄진다. 만들 수 있는 전기를 버리는 셈이다. 그러나 솔라시도는 생산한 전력 가운데 상당 부분을 낮에 ESS에 저장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전력망으로 보낼 수 있다.

발전소 운영 자료에 따르면 전체 송전량 가운데 ESS를 거쳐 나간 전력의 평균 비중은 55%, 태양광 설비에서 직접 전력망으로 나간 비중은 45%다. 전기를 생산하는 시간과 전력망으로 보내는 시간을 분산해 한낮의 계통 부담을 낮춘다. 이 덕분에 이 태양광발전소는 상업운전을 시작한 2019년 12월(ESS는 이듬해 2월 가동 시작) 이후 단 한 번의 출력제어도 겪지 않았다.

사진=권다희 기자
사진=권다희 기자

통념과 다르게 태양광 패널은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온 날에도 전기를 만든다. 전력망 포화 문제가 없다면 태양광 전력 생산량 역시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 들어온다.

실제로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의 전력생산량은 2023년 127.1기가와트시(GWh), 2024년 126.0GWh, 지난해 132.5GWh 등 당초의 연간 예상 발전량(129GWh)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월 400킬로와트시(kWh)를 사용하는 약 2만68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이 꾸준히 만들어진 것이다.

문옥식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 대표는 "전남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지만 생산한 전기를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계통 용량이 부족해 출력제어가 발생한다"며 "전기를 저장해 발전하지 않는 시간에 사용할 수 있어야 태양광의 가치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사진=권다희 기자
사진=권다희 기자

◆ 배터리 화재 막는 '겹겹의 방어막'

ESS의 장점만큼 운영 과정에서 집중하는 부분은 화재 예방이다. ESS가 놓인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바깥의 후텁지근한 공기와 달리 서늘한 냉기가 감돌았다. 배터리 성능 저하와 이상 발열을 막기 위해 실내 온도를 20℃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솔라시도 ESS에는 삼성SDI(434,500원 ▼19,500 -4.3%)의 NCM(니켈·코발트·망간)계 리튬이온배터리가 여러 개의 배터리 모듈을 층층이 쌓은 장치인 '랙'에 나뉘어 설치돼 있다.

배터리가 랙에 나뉘어 설치돼 있는 ESS동 내부의 모습. 양쪽 벽면을 따라 은색 배터리 모듈이 수십 단씩 쌓여 있고, 배터리 사이를 연결한 굵은 전선과 버스바(여러 배터리 모듈의 전류를 모아 전달하는 금속 도체)가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사진=권다희 기자
배터리가 랙에 나뉘어 설치돼 있는 ESS동 내부의 모습. 양쪽 벽면을 따라 은색 배터리 모듈이 수십 단씩 쌓여 있고, 배터리 사이를 연결한 굵은 전선과 버스바(여러 배터리 모듈의 전류를 모아 전달하는 금속 도체)가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사진=권다희 기자

한 공간에 배터리를 집중하지 않고 20개 건물로 분산한 것 역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다른 시설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건물과 건물 사이는 약 3m 떨어져 있고, 사이마다 높이 4m의 방화벽 18개가 설치됐다. 배터리 모듈 내부에는 열폭주가 발생할 경우 산소를 차단하는 소화시트가 들어 있다. 각 건물에는 질식소화시스템도 마련됐다.

지난해에는 배터리 모듈에서 이상 열이나 화염이 감지되면 해당 모듈에 소화약제를 직접 뿌리는 설비도 추가했다. 건물 전체에 약제를 분사하는 기존 설비보다 화재가 시작된 지점을 빠르게 진압하기 위한 장치다.

운영 인력들은 상황실 화면을 통해 20개 건물의 충전율과 전압, 온도, 이상 신호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문 대표는 "배터리 한 곳에서 발생한 문제가 인접 설비로 확산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여러 겹으로 보강했다"며 "ESS 운영에서는 안전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소 내부/사진=권다희 기자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소 내부/사진=권다희 기자

ESS가 계통 안정에 기여하는 효과는 분명하지만 비용은 확산의 장벽이다. 배터리 가격에 더해 전력변환장치, 냉방설비, 소화설비 등의 구축에 쓰이는 비용을 고려하면 민간 사업자가 수익성만 보고 설치하기는 어렵다는 게 관련 사업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문 대표는 "태양광 설비가 늘어날 때 ESS가 함께 구축돼야 에너지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민간이 단독으로 감당하기에는 ESS 투자비가 큰 만큼 정부가 계통안정화 보상 등으로 시장을 더 크게 만들어 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바다에 해상풍력 세웠더니 육지가 '들썩'…섬마을에 무슨 일이[르포]

-유동인구·고용 낳는 해상풍력

지난 14일 전남1 해상풍력단지 정비에 쓰이는 CTV(왼쪽 선박)가 신안군 암태면 생낌항에 정박해 있다/사진=권다희 기자
지난 14일 전남1 해상풍력단지 정비에 쓰이는 CTV(왼쪽 선박)가 신안군 암태면 생낌항에 정박해 있다/사진=권다희 기자

지난 14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신안군 암태면 생낌항. 어선들이 드나드는 작은 항구 한쪽에 흰색 작업선 한 척이 묶여 있다. 바다 위 풍력발전기로 정비인력을 실어 나르는 승무원수송선(CTV)이다.

◆ 어선 옆 해상풍력 정비 선박

이 선박은 생낌항에서 배로 약 45~50분이 걸리는 신안군 자은도 북서쪽 해상의 전남해상풍력1단지(전남1) 운영·정비(O&M)를 담당한다. 항구에서 500m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전남1 O&M 센터가 이 작업을 담당하는 거점이다 .

전남1은 SK이노베이션E&S와 덴마크 재생에너지 투자·개발사 코펜하겐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CIP)가 조성한 96메가와트(MW) 규모 해상풍력단지다. 지난해 5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풍력발전기 10기가 설치돼 있다. 1년 여 간 사고 없이 가동된 비결이 이 O&M 센터다.

발전기는 바다에 있지만 운영의 거점은 육지의 O&M센터다. 센터 2층 관제실에서는 이 풍력발전기들의 운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정비에 필요한 부품과 장비를 보관하는 창고도 이 센터에 있다.

정비는 정해진 일정에 따라 설비를 점검하는 계획정비와 갑작스러운 고장에 대응하는 비계획정비로 나뉜다. 바람이 강한 겨울철을 피해 상대적으로 풍속이 낮은 시기에 계획정비를 집중적으로 진행한다.

정안제 전남해상풍력 O&M 부사장은 "해상에서는 날씨와 파도, 조류에 따라 배가 발전기에 접근할 수 있는지가 달라진다"며 "이상 발생 시 필요한 인력과 부품, 선박을 준비하고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O&M센터의 주요 역할"이라고 말했다.

 전남1 O&M 센터 전경, 전남해상풍력주식회사(JOWP) / 사진=권다희 기자
전남1 O&M 센터 전경, 전남해상풍력주식회사(JOWP) / 사진=권다희 기자

◆ 30명이 만든 섬 마을의 '상시 수요'

해상풍력이 들어온 뒤 생낌항과 암태면 일대에 생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오가는 사람의 증가다. 현재 O&M센터에는 전남해상풍력과 설비 운영사, 풍력발전기 제작사 등의 직원 약 30명이 상주한다.

이들은 대부분 암태면과 인근 지역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계획정비나 고장 수리 때에는 외부 협력업체 기술자들이 추가로 들어온다. O&M 과정에 필요한 크고 작은 협력업체 수도 약 17곳이다.

국내에서 실제 가동 중인 대규모 민간 해상풍력단지가 드문 만큼 정부와 지자체, 기업, 연구기관 관계자들의 방문도 이어진다. 센터를 찾은 사람들은 지리적 여건상 인근 식당과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13일 목포신항, 전라남도 영광군 안마도·송이도 인근 해역에 조성되고 있는 낙월해상풍력단지에 쓰일 타워가 놓여 있다. 앞서 건설된 전남1도 이 항만을 해상풍력 단지를 짓기 위한 배후항만으로 이용했다./사진=권다희 기자
지난 7월13일 목포신항, 전라남도 영광군 안마도·송이도 인근 해역에 조성되고 있는 낙월해상풍력단지에 쓰일 타워가 놓여 있다. 앞서 건설된 전남1도 이 항만을 해상풍력 단지를 짓기 위한 배후항만으로 이용했다./사진=권다희 기자

건설 기간에는 유동인구를 낳는 파급효과가 더 뚜렷했다. 차로 약 40분 거리의 목포신항에 풍력 터빈 블레이드, 타워 등 기자재를 보관하면서 조립과 설치를 맡은 국내외 인력이 목포신항 부근에 장기간 머물렀다. 건설기간 참여한 협력업체만 약 50곳이다.

대규모 제조공장처럼 수백 명을 한꺼번에 채용하는 사업은 아니지만, O&M 인력은 발전소가 가동되는 수십 년 동안 지역에 머문다는 점에서 지역 경제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매일 식당을 찾고 외부 기술자가 들어올 때마다 숙박과 교통 수요를 만든다.

전남1 해상풍력단지. 전라남도 신안군 자은도 북서쪽 공유수면 해상에 발전기 10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E&S
전남1 해상풍력단지. 전라남도 신안군 자은도 북서쪽 공유수면 해상에 발전기 10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E&S

◆ 96MW에서 900MW로…늘어날 배와 사람

전남1은 신안 앞바다에서 추진되는 해상풍력 사업의 출발점에 가깝다. 1단지에 이어 각각 399MW 규모의 전남2·3단 개발이 2031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세 단지가 모두 가동되면 전체 규모는 약 900MW로 늘어난다.

단지 규모가 커지면 이를 관리할 배와 인력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전남1은 CTV 1척으로 10기의 풍력발전기를 관리한다. 400~800MW급 단지는 CTV와 점검선 등 최소 3척 이상의 작업선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기 수가 늘면 정기점검과 고장 대응을 담당하는 기술자뿐 아니라 선박 운항, 부품 공급, 해저케이블과 변전설비 점검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정 부사장은 "설비용량과 고용, 경제적 파급효과가 정확히 같은 비율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발전기를 직접 관리하는 정비 인력은 발전기 수에 따라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해상풍력 사업(발전사업허가 취득 기준) 지역별 설비용량 및 점유율/그래픽=김지영(사진출처=SK이노베이션E&S)
해상풍력 사업(발전사업허가 취득 기준) 지역별 설비용량 및 점유율/그래픽=김지영(사진출처=SK이노베이션E&S)

전남1·2·3도 이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해상풍력 사업 전체와 비교하면 일부다. 신안을 포함해 전남광주 서남해 바다에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사업은 21기가와트(GW) 이상이다.

지난 5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르면, 이 중 정부가 2033년경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힌 전남광주지역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규모가 7.3GW다. 이 계획이 현실화하면 인근에 발생할 경제적 환류효과는 급속히 커질 수 있다.

원래 어항으로 조성됐던 생낌항. 어선과 함께 현재 전남1 정비를 위한 선박도 이 항구를 사용하고 있다/사진=권다희 기자
원래 어항으로 조성됐던 생낌항. 어선과 함께 현재 전남1 정비를 위한 선박도 이 항구를 사용하고 있다/사진=권다희 기자

◆ 다른 발전원 보다 큰 해상풍력의 고용 효과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해상풍력 발전이 만드는 일자리다. 해상풍력은 바다에서 작업해야 해 전문교육과 자격을 요구한다. 국내에는 대규모 해상풍력 운영 경험을 보유한 인력이 많지 않다. 예정된 해상풍력 사업들이 실제 착공·준공 단계로 넘어가면 인력 수요를 채우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초기에 '인력난'이 있을 수 있지만, 다시 말해 이는 이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올해 마이스터고로 지정 된 목포공업고 등 지역 교육기관이 잠재적 인력 수요에 대비해 관련 교육 준비에 나선 배경이다.

풍력발전의 고용 유발효과는 이미 영국과 덴마크 등 풍력발전을 앞서 도입한 국가에서 현실화했다. 국내 한 연구*에서도 풍력의 취업유발계수는 8.7명으로 태양광7.7명, 원자력 5.5명, 가스복합화력 2.1명, 석탄화력 1.3명 보다 컸다.

풍력산업에서 10억원의 최종 수요가 발생할 때 직접 고용과 기자재 제조와 건설, 운송, 정비, 서비스 등 전후방 산업을 합쳐 약 8.7명의 취업이 유발된다는 의미다. 금속구조물, 케이블, 전기설비, 선박, 설치·정비 서비스 등 여러 산업이 결합하는 풍력 사업의 특성이 광범위한 고용을 낳으며 다른 발전원 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든다.

최정철 국립목포대학교 기계조선해양공학부 교수는 "같은 1MW 규모의 발전설비를 짓더라도 풍력은 화력발전보다 투자비가 더 많이 든다"며 "따라서 발전설비 규모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풍력이 만들어 내는 취업 유발효과는 화력발전에 비해 더 크게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양민영·김진수(2023),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발전원별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에너지경제연구』 22권 1호, 135~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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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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