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는 조합원에게 '비대위', '사업방해자'라는 꼬리표가 붙는 일은 정비사업 현장에서 매우 흔하다. 특히 '조합원 제명'은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비용 절감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주장한다. 과연 제명결의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최근 대구지방법원은 이 문제에 비교적 분명한 기준을 제시했다. 재개발조합이 다수의 소송, 형사 고소·고발, 정보공개청구 등을 이유로 조합원을 제명한 사안에서, 법원은 해당 제명결의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구지방법원 2025구합20495). 해당 사건에서 조합원은 100회가 넘는 정보공개청구를 하였고, 수십 차례의 형사 고소·고발과 민사·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조합은 이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고 변호사비용 등 각종 비용이 발생하였으므로, 해당 조합원이 조합원으로서의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고 조합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대법원은 조합원을 제명하기 위해서는 조합 규약상 근거규정과 절차규정이 존재했야 하고, 해당 조합원의 행위가 조합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거나 조합의 존재 의의 자체를 부인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러한 경우에도 제명은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판시한다.
대구지방법원 역시 이러한 대법원 법리를 적용하였다. 법원은 조합이 문제 삼은 개별 행위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소송 제기, 형사 고소·고발, 정보공개청구는 모두 원칙적으로 법이 보장하는 권리 행사다. 그 행위가 명백히 위법하거나 오로지 조합을 괴롭히기 위한 부당한 목적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 이상, 횟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조합원으로서 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실제 조합 운영 과정에서 문제점이 존재하였다는 점도 드러났다. 각종 위법으로 시공자 및 설계자 선정 결의가 무효로 판단된 바 있었고, 조합장의 위법 행위가 형사처벌로 이어진 사실도 존재했다. 즉, 해당 조합원의 문제 제기가 일정 부분 정당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나아가 이 문제 제기가 조합 운영의 투명성과 적법성 확보에 일정 부분 기여하였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는 실무상 상당히 의미 있는 판단이다.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조합 집행부에 대한 견제 자체를 곧바로 '사업 방해'로 연결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법원은 일정한 견제의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조합이 강조한 비용 문제 역시 제명 사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단순히 비용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곧바로 조합의 손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더 나아가 그러한 비용 발생을 이유로 조합원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형평을 잃은 과도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조합이 주장한 사정만으로는 제명에 이를 정도의 중대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고, 해당 제명결의는 실체적 하자가 중대하여 무효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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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견으로는 정당한 권리 행사는 그 횟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제한될 수 없고, 조합원 제명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이고 최종적인 수단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법원의 판결은 정당하다고 사료된다. /글 법무법인 차율 이수희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