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로봇 패권 전쟁]2-⑦

일본 정부는 로봇을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저출산·고령화로 제조업뿐 아니라 물류, 간병, 농업 현장까지 인력난이 심화하는 점을 고려해 로봇을 '사회 필수 기능' 유지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산업 정책 담당 부처인 경제산업성의 '링(RING) 프로젝트'는 현장형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지난해 6월 출범한 RING은 지자체와 지원기관, 로봇 관련 기관을 연결해 지역 중소기업의 로봇 도입을 지원하는 네트워크다. 대기업 공장 중심의 자동화를 넘어 지방 중소기업과 서비스 현장까지 로봇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물류 분야에서는 자율배송 로봇 실증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3년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저속·소형 자율배송 로봇의 공도 주행을 허용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해 7월 도쿄~오사카 구간 등을 염두에 두고 화물을 무인·자동으로 운송하는 '오토플로 로드'를 공개하며 장거리 물류 자동화 구상을 구체화했다. 트럭 운전자의 고령화와 노동시간 규제 강화로 불거진 물류 수송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이다.
간병과 농업도 주요 실증 대상이다. 후생노동성과 경제산업성은 간병기술 활용 우선분야를 9개 영역 16개 항목으로 확대했다. 구체적으로 △환자 이송 △이동 보조 △배설·목욕 지원 △치매 환자 돌봄 △모니터링 등 간병 현장의 부담이 큰 업무에 로봇과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하려는 흐름이다. 농림수산성도 자율주행 농기계, 수확·운반 로봇, 드론 등을 활용해 농촌의 인력난 완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정책의 저변에는 산업용 로봇 분야 경쟁력을 활용해 서비스 로봇과 피지컬 AI(인공지능) 기술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지난 3월 일본 정부는 'AI 로보틱스 전략'을 발표하며 로봇 경쟁이 제조 현장을 넘어 물류·간병·농업 등 실제 현장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장 실증을 통해 안전성·운용성·데이터를 먼저 확보하는게 선도 국가와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핵심 요소라고 판단한 것이다.
물류·간병·농업 현장을 주요 실증 대상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처음부터 고난도 로봇 기술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2030년까지 순찰·점검, 물건 이동·운반처럼 실제 현장 적용 가능성이 높은 작업부터 실증해 점차 시장을 형성해 간다는 전략이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전통적으로 제조로봇에 강했지만 서비스 로봇과 휴머노이드, 피지컬 AI 산업이 빠르게 커지는 과정에서 대응이 다소 늦었다"며 "일본 정부도 이런 부족함을 인식하고 기존 제조로봇의 강점을 활용하거나 해외 우수 기술을 자국 인프라에서 실증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피지컬 AI 선도국을 추격하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